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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독감환자 급증에 전국 병원에 긴 줄…새벽 '오픈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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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환자 소아·청소년 중심으로 일주일 만에 2.3배 늘어

"외출 전후 손씻기·2시간 마다 10분 이상 환기 등 준수해야"

연합뉴스

독감 유행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30일 오전 제주시 이도동 한 이비인후과가 독감 환자로 북적이고 있다. 2024.12.30 dragon.me@yna.co.kr


(전국종합=연합뉴스) 30일 오전 부산 동구 한 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대기실.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비는 대기실에서는 어린아이들의 기침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대기실 대부분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이마에 해열 패치를 붙인 아기들과 보호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전 9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접수 인원은 이미 160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접수 번호표를 오전 6시부터 뽑을 수 있지만 오전 5시 30분부터 이미 10여명의 부모가 일명 '소아청소년과 오픈런'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5살 아이가 열이 나 병원을 찾았다는 30대 박모씨는 오전 5시 40분에 병원에 도착해 접수 대기표를 받았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쉬다가 8시 30분에 접수했고 인근 카페에서 대기하다가 9시 30분에 진료를 볼 예정"이라며 "아이 컨디션이 더 나빠지기 전에 빨리 진료받고 싶었던 데다 병원에는 아픈 환자들이 많다 보니 대기시간을 줄여 최대한 노출을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주시 연동 한 소아청소년과의원도 접수 시작 시각인 오전 8시 30분이 되자 금세 30명 넘는 대기가 발생했다.

이 병원 간호사는 "지난주부터 독감 환자가 평소보다 50%는 늘었다"며 "대부분 A형 독감으로 병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서구 청라동의 어린이병원도 이날 오전 수십명의 대기 환자들이 몰리면서 혼잡했다.

병원 관계자는 "의사별로 30명에 가까운 대기 환자가 있는 상황"이라며 "진료가 조기 마감될 수 있고 대기 시간을 말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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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에 붙은 인플루엔자 접종 안내 포스터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전국에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의원에 독감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 20일자로 전국에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2024.12.26 nowwego@yna.co.kr


내과나 이비인후과도 비슷한 사정이다.

제주시 이도동 한 이비인후과는 오픈 시간인 9시가 되자마자 간호사에게 말 붙이기 힘들 정도로 접수창구에 쉴 새 없이 줄이 이어졌다.

병원 문을 연 지 5분도 안 돼 마스크를 낀 환자와 보호자 40여 명이 병원을 꽉 채웠다.

40대 환자는 "9시 훨씬 전부터 와서 기다렸는데도 진료는 낮 12시 30분이 돼야 받을 수 있어서 일단 출근 후 점심시간에 다시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남동구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이광래 원장은 "이달 들어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많이 왔다"며 "지난주부터 매스컴에서 '독감' 관련 보도를 하면서 지금은 검사하고 확진되는 환자들이 많아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령층은 무료로 독감 예방 접종을 받은 영향인지 상대적으로 환자 수가 적고 20∼40대 젊은 층 환자가 많은 상황"이라며 "우리 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분들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형은 A형이지만 주변에서는 B형 환자도 나오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대구 이비인후과와 내과에도 이른 오전부터 마스크를 쓴 환자들의 발길이 계속됐다.

수성구 범어동 한 이비인후과를 찾은 한 환자는 대기 시간이 길어 접수를 포기하고 바로 아래층 약국으로 가기도 했다.

이 병원 옆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A씨는 "대략 1주일 전부터 독감 환자가 많이 찾아오고 있다"며 "지금 당장은 인플루엔자 계열 의약품 확보에 큰 문제가 없지만 시중에 풀린 물량이 넉넉한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해열제·항생제
[연합뉴스 자료사진


질병관리청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 소식지에 따르면 올해 51주차(12월 15∼21일)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천명 당 31.3명으로 전주(13.6명) 대비 2.3배 증가했다.

질병청은 독감 의심 환자가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인 1천명당 8.6명을 초과함에 따라 지난 20일 전국에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 사이에서 독감 환자가 최근 급증했다.

13∼18세 독감 의심환자 비율은 1천 명당 74.6명으로, 유행 기준의 8.7배 수준이다. 7∼12세 환자가 1천 명당 62.4명으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독감 유행이 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독감 예방 수칙을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오무영 온종합병원 감염병센터장은 "독감 유행 시엔 외출 전후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을 해야 하고, 집합시설이나 밀폐된 공간의 경우 2시간마다 10분 이상 환기해 호흡기 감염병 예방 수칙을 철저히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4일 후에 발열, 기침, 두통, 근육통, 콧물, 인후통 등 증상이 사나흘 동안 지속될 수 있어 증상이 발현하면 즉시 치료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현기 박성제 박세진 백나용 기자 )

hong@yna.co.kr psj19@yna.co.kr psjpsj@yna.co.kr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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