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들 사고 트라우마로 취소 문의 폭주
제주항공 상품 취소수수료 면제·마케팅 중단
연말연시 특수 기대하던 여행업계 ‘비상’
외국인의 국내여행 수요도 위축될까 우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비행기 탑승 등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며 해외여행 취소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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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객 대부분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자 해외여행 취소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사들은 제주항공 상품에 한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고, 마케팅 활동 축소 등에 나섰다.
30일 온라인 여행 정보 사이트에는 “내년 2월 베트남 여행을 가기로 돼 있었는데 취소했다”, “해외여행 계획을 접고 국내여행을 고민 중이다”, “비행기 타기 무섭다”는 등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내달 설 연휴 가족과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김모씨(서울 용산구·35세)는 세계일보에 “비행기 타는 것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다”면서 “수수료를 내서라도 여행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번 사고로 저비용항공사(LCC)와 공항 이용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사고 후 심리적 불안 등을 이유로 이미 예약한 여행 상품에 대한 취소 요청 글이 게시판에 올라오기 시작했다”면서 “어제 하루에만 수십 건의 문의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공지사항.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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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여행사들은 제주항공 이용이 포함된 여행 상품에 대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상품에 대한 항공권 취소와 변경 수수료를 면제한다. 인터파크투어도 제주항공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고 타 항공사 상품으로 변경할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이 같은 방침은 제주항공의 위약금 면제 지침에 따른 것이다.
앞서 제주항공은 홈페이지에 29일 이내에 자사 항공권을 예약·구매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국내선과 국제선 전 노선에 대해 취소 수수료가 면제된다고 공지했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전날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에서 열린 2차 브리핑에서 “오늘 이후 저희 항공편을 이용해 출국할 계획이었던 분들에 대해선 이용자가 원하는 수준의 방법으로 여정 변경, 일정 취소 등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패키지 상품 취소 시 현지 숙소 등 지상에서 발생하는 실비는 징수될 수 있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패키지 상품에서 제주항공 항공편에 대한 취소 수수료는 면제되더라도 패키지에 포함된 숙박이나 투어 상품 등에 대해서는 기존의 환불 정책에 따라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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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초까지 무안공항이 폐쇄됨에 따라 여행사들은 무안공항에서 출발 예정인 여행 상품들의 출발 공항을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한 다른 공항으로 변경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무안발 비엔티엔 라오항공 탑승 상품을 인천 출도착으로 변경했다. 방콕발 제주항공 무안 도착 상품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을 이용해 인천, 대구, 부산 도착으로 전환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공항 폐쇄 기간이 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며 “여행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요청 사항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행업계는 이번 참사에 대한 애도 차원으로 마케팅 활동도 축소 또는 중단하고 있다.
현재 주요 여행사 예약 사이트에서 제주항공 관련 상품 프로모션은 모두 내려간 상태다.
교원투어는 홈쇼핑 판매 일정을 취소하거나 변경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도 예정된 여행 상품 라이브 방송을 취소했다. 향후 홈쇼핑 판매나 기타 프로모션 진행 여부도 검토 중이다.
서울 중구의 한 여행사 사무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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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와 겨울방학 특수 등을 기대하던 여행업계는 이번 참사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고 여파로 향후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뿐 아니라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수요까지 급격히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 지금이 성수기이기는 하다”면서 “내년 1분기 동남아 등 신규 여행 수요가 많았는데 둔화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도 “여행업계 전반적으로 큰 침체가 이어질 것 같다”며 “타격이 있겠지만 애도의 분위기가 큰 만큼, 피해에 대한 말을 꺼내기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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