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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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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과 하이파이브 어때?···버려진 미륵이 본 ‘과거를 품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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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

    양혜규·홍영인 등 ‘언두 플래닛’

    기후위기·생태 문제 다룬 전시

    버려진 미륵상, 두루미, 꿀벌···

    비인간 존재 시점에서 바라본 세계

    경향신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이끼바위쿠르르의 ‘거꾸로 사는 돌’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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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륵은 어디에나 있다. 시골 마을의 어귀나 들판, 버려진 축사나 공장 옆에서 불현듯 커다란 얼굴을 드러냈다. 버려지고 방치된 채였으나 이끼바위쿠르르의 눈엔 세월을 버티며 세상을 지켜본 목격자 혹은 생존자 같아 보였다. 이끼바위쿠르르는 약 1년 동안 전국 60여 곳을 다니며 미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끼바위쿠르르는 조지은, 고결, 김중원으로 이뤄진 ‘시각 연구 밴드’다. 이끼가 덮인 바위를 뜻하는 ‘이끼바위’와 ‘쿠르르’라는 의성어를 합성한 말이다.

    무엇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독특한 이름처럼, 이들의 작업 또한 여러 경계를 넘나들며 확장한다. 2022년 세계적인 현대미술 전시회인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 참여한 유일한 한국 작가였던 이끼바위쿠르르는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제도 등을 다니며 전쟁과 식민주의에 대해 탐구한 ‘열대 이야기’, 제주도 해녀들의 항일운동을 다룬 ‘해초 이야기’ 등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식민과 전쟁, 문명과 자연, 생태 등을 다면적으로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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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이끼바위쿠르르의 ‘거꾸로 사는 돌’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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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미륵상에서 ‘과거를 품는 미래’를 보다


    이끼바위쿠르르가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연다. 전시명은 ‘거꾸로 사는 돌’. 미래를 상징하는 부처인 미륵이 오히려 오랜 과거를 품은 채 존재하는 모습에서 착안했다. 전국 곳곳에 버려지고 방치된 미륵과 주변의 황량한 풍경들을 기록하는 과정은 자연스레 환경과 생태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됐다.

    “버려진 미륵들을 찾아다니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미륵들은 야생적 상태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았고, 시간을 버티며 자신을 지켜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미륵들은 자신을 버림으로써 오히려 지켜낸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기후위기 시대에 환경과 어떻게 연결되며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죠.”(조지은)

    2채널 영상 ‘거꾸로 사는 돌’은 전국에서 촬영한 미륵의 모습과 함께 쓰레기장, 공장 등의 풍경을 보여주며 미륵의 시점에서 지켜본 현시대의 ‘산수화’를 그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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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이끼바위쿠르르의 ‘거꾸로 사는 돌’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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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바위쿠르르의 ‘부처님 하이파이브’. 아트선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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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륵에 한지를 대고 숯으로 더듬은 ‘더듬기’ 작업이 인상적이다. 미륵과의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으로 만들어진 작업은 한지의 연약함과 울퉁불퉁한 돌의 질감을 그대로 드러낸 숯의 흔적이 대비돼 거칠면서도 따스한 인상을 남긴다.

    세월에 부식에 코가 닳고 팔이 잘려 나간 투박한 미륵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정겹다. 전시장에선 이끼바위쿠르르의 ‘미륵 같은 유머’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단채널 영상 ‘쓰레기와의 춤’에선 황량하고 허름한 곳에 미륵이 있고, 플라스틱 같은 쓰레기가 어설픈 춤을 춘다. 먼 미래에 인간을 구원하러 올 것이라는 미륵보살이 마주할 풍경을 풍자적으로 그린 것이다. “미래에 미륵보살이 지구에 온다면, 인간은 다 사라지고 쓰레기와 만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시장 입구엔 잘려 나간 미륵의 손을 재현한 ‘부처님 하이파이브’도 재미있다. 미륵과 손을 맞대는 행위를 통해 이끼바위쿠르르가 만난 미륵의 세계에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미래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품으며 ‘거꾸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이끼바위쿠르르의 말은 탈성장 담론과도 연결된다.

    지구와 생명 지속가능성 탐구하는 ‘언두 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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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언두 플래닛’ 전시 전경. 가운데 홍영인 작가의 ‘학의 눈밭’이 설치돼 있다. 아트선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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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혜규의 ‘황색 춤’ 가운데 꿀벌 ‘봉희’가 나오는 장면. 이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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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선재센터 1·2층에선 양혜규, 홍영인, 이끼바위쿠르르, 타렉 아투이 등 국내외 17명(팀)이 참여하는 ‘언두 플래닛’ 전시가 열린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문제를 탐구하는 작업들로 이뤄진 전시로, 이끼바위쿠르르의‘거꾸로 사는 돌’과 주제 의식이 연결돼 있다. 서로 다른 두 전시이지만 하나로 연결된 전시인 셈이다.

    홍영인은 겨울에 철원으로 날아오는 두루미를 탐조한 뒤, 두루미 가족을 위한 신발을 왕골로 제작했다. 섬세하게 제작한 아기 두루미를 위한 신발, 부츠 형태의 신발 등은 그것을 신고 있는 두루미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양혜규는 ‘봉희’라는 꿀벌을 주인공으로 분단과 냉전으로 긴장 가득한 인간 세계를 그린 영상 ‘황색 춤’을 선보인다. 미국과 소련 사이에 생화학 무기의 사용을 두고 벌였던 ‘황색 비’ 논쟁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남북을 넘나들며 꿀을 모으는 봉희가 ‘황색 비’를 내리게 만들었단 이유로 감금된 상황을 그린다. 전시는 내년 1월26일까지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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