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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겨울에 ‘겨울 그림책’을 읽으면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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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이들은 그림책을 통해 계절이 주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에 빠져보며 다채로움을 경험을 할 수 있다. 겨울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그림책들. 민경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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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창밖에 눈이 쌓여 있는 걸 보니 밤사이 눈이 꽤 내린 모양이다. 이런 날엔 가족들 모두 옷을 두툼하게 껴입고 아침부터 마당으로 나간다. 우리 부부는 자동차와 마을 길가에 쌓인 눈을 치우고, 아이들은 쌓여 있는 눈으로 놀이를 시작한다.



대충 일을 마무리하고 아이들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다 보면, 어느새 온몸이 꽁꽁 얼어붙어 집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데, 아이들은 주르륵 콧물을 흘리면서도 이미 추위 따위는 잊어버린 신나는 얼굴이다. 그동안 간절히 기다려 온 ‘겨울’이라는 계절을 만끽하며 그렇게 온전히 겨울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겨울에는 고요하면서도 황량한 풍경과 코에 닿는 차갑고 건조한 냄새, 따스한 집을 벗어날 때 필요한 두꺼운 외투나 장갑, 숨을 내쉴 때마다 나오는 입김, 한껏 길어진 밤으로 얼마 전의 가을과 다른 계절임을 실감하게 된다.



또 빙판길에서 미끄러질 때 재미있거나 아찔했던 마음, 눈 오는 날에 눈사람과 눈오리를 만들며 신났던 마음, 그렇게 열심히 만든 눈사람이 녹았을 때 느낀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처럼, 다채로운 겨울만의 경험들을 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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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겨울에 밖에서는 눈사람을 만들고 집에서는 그림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계절을 공감하는 동시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을 활성화해 그림책을 좀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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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겨울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추억을 쌓고, 또 한 뼘 성장하며 새로운 일 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래서 오늘은 한겨울에 딱 맞는 ‘겨울 그림책’을 읽는 것을 추천해 본다. 겨울이라는 계절만의 특징과 이때에만 경험하는 일들이 담뿍 녹아 있는 겨울 그림책을 읽는다면 어떤 점이 좋을까?



우선, 아이들은 등장인물이 하는 행동들을 보며, 일부러 겨울이라는 계절을 떠올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감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감을 하는 동시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을 활성화시켜 그림책을 읽으니, 좀 더 깊이 있게 읽고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반대로 그림책에서 읽었던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상황을 바로 실생활에 적용하며 그림책 속 인물의 생각과 마음을 추측해 볼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 가족도 눈사람을 만들며, 어젯밤 함께 읽었던 그림책 ‘눈아이’ 주인공의 감정을 자연스레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안녕달 작가의 ‘눈아이’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 꿈꿔 봤을 겨울 판타지를 아름답게 담고 있는 작품으로, 주인공인 아이와 실제 움직이고 말하는 눈아이의 따스한 우정을 담고 있다. 이 그림책을 1학년인 우리 반 학생들에게 소개했을 때, 아이들은 금세 등장인물의 마음과 하나가 되며 눈아이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과 눈아이와 함께 놀고 싶은 순수한 상상에 흠뻑 빠져들었다.



또한, 같은 겨울이라도 알지 못하는 다른 시대나 상황에 대한 간접 경험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안녕달 작가의 ‘겨울 이불’에는 뜨거운 ‘아랫목’과 그 아랫목에 깔린 무겁고 두꺼운 ‘솜이불’, 이불 속에 넣어두던 ‘공깃밥’이라는 요즘 아이들이 쉽게 경험해 볼 수 없는 설정들이 등장한다.



아이들에게는 TV에서 보거나 어른들의 입을 통해서 들었던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일 텐데, 이 그림책을 통해서 그러한 상황과 정서를 마법처럼 경험하고 느껴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모든 경험을 할 수는 없지만, 그림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해보며 배경지식을 쌓아갈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두 권의 겨울 그림책 외에 김지안 작가의 ‘코코 스키’와 ‘감귤 기차’, 윤지 작가의 ‘식빵 유령’, 이명하 작가의 ‘달 가루’, 천미진 글·강은옥 그림의 ‘된장찌개’, 사카이 고마코 작가의 ‘눈 내린 날’도 추천한다.



아이들이 그림책을 통해 겨울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에 빠져보고, 이 계절이 주는 다채로움을 경험하면 좋겠다. 코앞에 닥친 눈길 출퇴근에 대한 걱정과 살을 에는 추위를 대비해야 하는, 그야말로 귀찮은 일 투성이인 어른들의 겨울과는 달리, 환상적인 얼음과 눈의 놀이터를 순수하게 즐기며 해맑은 추억을 쌓는 아이들의 겨울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이길 소망한다. 그렇게 겨울의 다양한 추억들이 마음 한켠에 차곡차곡 쌓이는 동안, 함께 읽었던 겨울 그림책들도 같은 공간에 소중하게 자리 잡길 바란다.



민경효 솔밭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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