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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납득 어렵다" 전문가들 지적…긴박함 속 의문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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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고 이후 하루가 지난 지금 사망자 신원 확인 작업과 사고 조사 진행 상황까지 살펴봤습니다. 물론 블랙박스 조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겠지만, 당장 궁금한 점들이 많습니다. 사고 전후 시간대별로 정리한 내용을 먼저 보시고, 그 뒤에 의문점들을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엄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태국 방콕을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이렇게 남쪽에서 무안공항으로 접근하다 첫 번째 착륙허가를 받은 건 어제(29일) 오전 8시 54분입니다.

8시 57분, 관제탑에서 '코션 버드 액티비티' 즉, 조류활동을 주의하라는 경고를 보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오른쪽 엔진이 무언가와 충돌하고 불꽃이 튄 건 바로 이 직후로 추정됩니다.

불과 2분 뒤인 8시 59분, 조종사는 긴급하게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세 번 외쳤고, 이어 '버드 스트라이크, 고잉 어라운드'라고 다시 외쳤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입니다.

조종사가 명확히 '조류와 충돌했다', 다시 '복행', 즉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고 얘기했다는 겁니다.

새와 충돌 직후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조종사가 인지하고 착륙 시도를 철회했을 수 있습니다.

의문은 엔진이 새와 충돌했다고 바퀴 역할을 하는 랜딩기어까지 바로 '작동 불능' 상태가 됐을까, 하는 점입니다.

엔진에 이상이 생길 때 다른 기능에도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겼다는 추측도 가능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랜딩기어를 조작하는 2중, 3중의 장치가 있기 때문에, 엔진 이상만으로 작동이 안 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도 통상 엔진이 고장 난다고 바로 랜딩기어가 고장 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부분, 즉, 랜딩기어 자체의 결함은 없었는지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1차 착륙 실패 후 기장은 고도를 높이면서 조종간을 살짝 왼편으로 꺾었고, 이렇게 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 선회합니다.

보통 항공기는 맞바람을 탈 수 있는 활주로 방향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1차 착륙을 시도했던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정상으로 보이는데요.

복행 후 불과 2분 만인 9시 1분에 반대 방향인 북쪽에서 남쪽으로 착륙하겠다며 허가를 받습니다.

보잉 737-800 기종은 연료를 임의로 버리는 '덤핑' 기능이 없기 때문에 원래 착륙하려 했던 남쪽으로 돌아왔다면, 그 과정에서 남은 항공유를 버리면서 기체 무게를 줄이고, 만일의 동체착륙 때 충격을 줄일 수도 있었을 걸로 추정됩니다.

이럴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조종사가 상황을 매우 급박하게 판단한 걸로 보이는데, 기내에 이미 독성가스나 화재가 번졌을 수 있다는 추측도 있지만 아직 확실한 건 없습니다.

2차 착륙을 시도할 때도 랜딩기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랜딩기어는 수동 조작도 가능해서 조종석 바닥에 문을 열어 케이블을 당기는 방식으로 내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바퀴 3개, 하나당 2,30초쯤 걸린다고 하는데요, 이런 수동조작도 안 됐던 건지, 2차 착륙 허가 후 터치다운, 즉 동체가 땅에 닿을 때까지 1분 정도밖에 안 걸렸으니 시간이 촉박해 못했던 건지 역시 규명해야 할 부분입니다.

긴박했던 상황은 접지한 곳이 2.8km의 활주로 중 1,200미터가 지난 지점이었다는 사실에서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거의 활주로 중간부터 접지하는 바람에 속도를 줄일 시간이 부족했고, 결국 로컬라이저와의 충돌 후 폭발했습니다.

동체착륙과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는 통상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다가 곁에서 함께 달리며 구조에 대비하는데, 버드 스트라이크 선언 이후 충돌까지 불과 4분밖에 걸리지 않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걸로 보입니다.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날개의 플랩 등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은 걸로 보이는 부분 등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영상편집 : 박기덕, 디자인 : 방명환)

엄민재 기자 happym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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