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월(92) 하락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던 주택가격전망CSI가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 둔화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감소 영향으로 103을 기록, 전달(109)보다 6포인트 떨어지며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주택 밀집지역. 2024.12.24.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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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공급절벽'이 온다. 내년 주택시장을 두고 암울한 전망이 잇따른다. 공사비·경기침체·정국 불안 '삼중고'를 마주하면서다. 당장 내년부터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절벽'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아파트 분양과 입주 물량은 나란히 30%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분양과 입주 물량은 각각 주택 공급 선·후행 지표다. 입주 물량은 당장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을, 분양 물량은 공사를 거쳐 2~3년 뒤 시장에 공급될 주택을 뜻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빌라·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공급이 내년 말까지 총 50만가구 정도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부동산R114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25개 건설사의 내년 아파트 분양 물량은 14만6130가구에 불과하다. 2000년 이후 최저치로 올해(22만2173가구)보다 34% 줄어든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분양 물량이 급감했던 2010년(17만2670가구)보다도 더 적다. 2016년 이후 연평균 물량(26만8000여 가구)과 비교하면 10만 가구 이상 부족하다.
통상 건설사의 실제 분양 실적은 애초 계획보다 줄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건설사들의 분양 물량은 예상보다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올해도 실제 분양은 당초 계획 물량 대비 83.7%에 그쳤다. 내년 입주 예상 물량도 26만 3330가구에 그쳤다. 올해(36만4058가구)보다 28% 줄어든 수치로 2014년(27만 4943가구)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다. 분양·입주 물량이 동시에 줄어드는 것은 누적된 경기침체 여파로 그만큼 아파트를 덜 지었고, 앞으로도 더 지을 계획이 없는 의미다.
대내외 경제 여건은 우호적이지 않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선을 위협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겪는 고환율 영역에 진입했다. 환율 급등은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재 가격에 부담을 주고, 건설사의 공사비 인상으로 이어진다. 전반적인 건설경기 침체 상황에서 공사비 상승은 공급 부족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20년 이후 공사비가 30%가량 급등하면서 착공 지연, 공사 지연·중단 등이 발생했다.
탄핵 정국도 시장 불안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정부가 올해 1월과 8월에 대규모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재난과 같은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추진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최근엔 주택 공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공공주택 착공·인허가 목표를 역대 최대치인 25만가구로 설정했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탄핵당한 상태에서 추진력 있는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이유다.
주택 공급절벽 여파는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사비·경기침체·정국 불안 등 삼중고에 더해 내년 하반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등 대출 규제까지 시행되면 전·월세 시장도 출렁일 수 있다. 임대차 시장 불안은 고스란히 집값 급등락으로 전이된다. 서울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쏠림현상이 더 심해지는 반면 서울 외곽과 지방은 철저하게 외면받는 등 극단적인 부동산 양극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집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세밑 고민이 깊어진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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