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9일 오후 시민들이 철거를 앞둔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걷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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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세운상가 공중보행로의 철거를 확정한 가운데, 이와 관련해 접수한 시민 의견은 16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 예산 1109억원을 투입하고 개통한 지 2년밖에 안 된 공중보행로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시민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26일 제6차 도시재생위원회를 열어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안’을 원안 가결했다. 변경안에는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1㎞ 구간 중 삼풍상가와 피제이(PJ)호텔 양쪽 250m 보행로를 철거하는 내용이 담겼다.
나머지 750m 구간은 단계적으로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애초 계획과는 달리 보행자들의 이용률이 저조해 지역재생사업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감사원의 지적과 지상부 보도가 좁아져 보행 환경이 악화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서울시는 철거 이유로 들었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진양상가 등 7개 상가의 3층을 잇는 길이 1㎞의 다리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인 2016년 세운상가 일대를 보존하는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추진하면서 2022년 전 구간이 개통됐다. 사업비는 1109억원으로 시 예산이 투입됐다.
서울시는 지난 9월부터 주민 공청회, 관계 기관(부서) 협의, 시의회 의견 청취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이번 변경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안) 의견청취안’을 보면,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 관련 의견 접수 기간은 지난 9월9일부터 27일까지 19일간이었다.
접수된 의견은 모두 16건(참여자 221명)이고, 이 중 철거 찬성 의견이 10건, 조건부 반대 5건, 반대 1건이었다. 이 가운데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에서 온라인 설문조사(329명 참여)를 진행해 312명이 철거에 반대한다는 설문 결과와 설문 참여자 329명의 명단을 첨부한 의견서는 반대 1건으로 처리되고 의견 참여자 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개인 명의로 의견서를 냈으면 건수당 처리된다. 하지만 (설문 참여자가 329명이라 하지만) 개별적으로 의견서를 제출한 게 아니라 보존연대를 통해 목소리를 낸 거라 의견 신빙성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접수된 의견 세부 내용을 보면 공중보행로 철거와 관련한 ‘찬성’ 의견은 지상부 상인들의 일조권 침해와 누수 등 피해가 심각하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반대(조건부)’ 의견은 공중보행로를 설치한 뒤 보행량 증가를 위한 노력 없이 철거를 추진하는 것은 예산 낭비이며, 철거 때 소음, 분진 등의 피해를 상인들이 받기 때문에 철거에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견청취안에는 ‘공중보행로 철거와 관련하여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므로 해당 의견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사업 추진 방향을 신중하게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시가 이번 변경안을 놓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 의견 접수 등을 했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주민 공청회는 평일인 지난 9월23일 오후 4시 중구 구민회관에서 단 한차례 진행됐다.
안석탑 세운상가시장협의회 회장은 “공청회를 열었다는 것도 하루 지나 뉴스를 보고 알았고 의견서 접수도 몰랐다”며 “우리 단체에 상인 430여명이 소속돼 있는데 우리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채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근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는 “의견서를 제출한다 해도 어떻게 처리되는지, 사업에 반영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주민 의견 수렴이 사업 추진을 위한 형식적인 명분 쌓기 같다”고 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정책위원은 “찬반이 갈리는 이런 현안은 시의회가 공청회나 찬반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지난 9월29일 철거를 앞두고 있는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공중보행로의 모습.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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