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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철새 150만 마리 날아드는데···"조류 탐지 레이더 있는 공항 단 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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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위 소속 박용갑 의원 보도자료

조류 퇴치 인력, 인천 40명 무안은 4명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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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제주항공 7C2216편이 추락하며 활주로 외벽과 충돌, 폭발할 가운데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지목됐다. 무안공항 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공항에도 조류충돌 방지 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확인한 결과 국내 15개 공항 중 조류탐지 레이더가 설치된 공항은 단 1곳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조류를 탐지할 열 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공항은 김포공항·김해공항·제주공항 등 3개에 불과했다.

박 의원 측은 외국과의 사례와 비교하며 일본 국토교통성은 2012년 하네다 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와 감시 카메라 등으로 구성된 조류 충돌 방지 시스템을 설치했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도 조류 충돌 방지 시스템을 도입·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국민 단 한 사람도 항공기 조류 충돌사고로 목숨을 잃지 않도록 공항시설법을 개정하고, 추경을 통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공항은 조류와 비행기의 충돌을 막기 위해 전문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어 전담 인원을 투입하거나 조류 서식 환경을 관리하고 총포·폭음경보기, 음파퇴치기 등의 기구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레이더 탐지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조류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총포는 사람이 직접 공포탄을 발사해 공중의 새 무리를 분산시키거나, 울타리 바깥으로 쫓아낸다. 새가 이·착륙하는 항공기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는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실탄을 발사하기도 한다. 공항 외곽 곳곳에 설치된 폭음경보기는 가스를 폭발시켜 큰 소리를 내 새를 쫓는다.

음파퇴치기는 요원이 다가설 수 없는 활주로 등으로 날아든 새를 쫓는 데 쓰인다. 조류가 싫어하는 음파를 수백m 거리까지 발사해 이동 방향을 바꾸도록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노력에도 조류 충돌 사고를 100% 예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조류 충돌 예방 인력 규모는 공항별로 차이가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의 조류 퇴치 관련 인력 규모는 40명에 달하지만 무안, 광주, 울산, 여수는 각 4명, 양양은 3명, 사천·포항경주·원주는 각각 2명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운항하는 편수에 따 예방 인력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철새가 공항 인근으로 오지 못하도록 노력하지만 사고를 100% 막는 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특히 철새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 철새는 통상 9월에 도래가 시작돼 11월부터 개체수가 본격적으로 증가, 12월부터 1월까지 월 최대 130만~150만 마리로 정점에 도달한다는 점도 조류 충돌 우려를 키우고 있다.

환경부가 최근 전국 주요 철새 도래지 200곳을 대상으로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국적으로 95종 총 132만여 마리의 겨울 철새가 확인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철새 때문에 공항이 들어서는 것은 과한 일이며 중요한 것은 조류 충돌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남윤정 기자 yjn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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