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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무엇이 참사 키웠나"...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 놓고 논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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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충돌에 이은 랜딩기어 미 작동 근본 원인 이견 없어
사고기 충돌한 콘크리트 기반 둔덕 적절성 여부 논란 중심


파이낸셜뉴스

지난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여러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사고 여객기가 활주로 끝단에서 251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근간의 둔덕에 충돌한 후 그 여파로 기체 꼬리 부분이 둔덕 반대편으로 떨어져 박혀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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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무안=황태종 기자】"179명의 소중한 인명을 앗아간 참사의 주된 원인은 무엇인가?"
지난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여러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일단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이은 착륙용 바퀴인 랜딩 기어 미 작동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랜딩 기어 미 작동으로 불가피하게 동체 착륙을 시도한 사고 여객기가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는 콘크리트 근간의 둔덕에 충돌하면서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점에서 설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로컬라이저는 필수적인 방위각 표시 시설로, 항공기에 전파를 쏴 활주로에 정확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설이다.

동체 착륙을 시도한 여객기는 속도를 크게 줄이지 못한 상태에서 활주로를 그대로 지나 251m 떨어져 있는 둔덕에 충돌한 후 폭발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져 '둔덕과 충돌이 없었다면 이렇게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 속에 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 1차 사고 원인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3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 29일 오전 관제탑에는 2명의 관제사가 근무 중이었다. 관제사는 사고 발생 9분 전인 8시 54분께 사고 여객기에 활주로 01 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내렸다. 이어 3분 뒤인 8시 57분 '조류 활동(충돌) 주의'를 조언했다.

사고 여객기 조종사는 2분 뒤인 8시 59분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를 3번 선언하고 조류 충돌 사실과 복행(고 어란운드, 정상 착륙이 불가능한 경우 다시 이륙하는 조치)을 통보했다. '메이데이'는 조종사가 위험 징후가 상당히 커 충분히 이런 부분들에 대처가 필요하다고 할 때 외치는 조난 신호다. 관제사는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요청하면 즉시 공항 전담 소방대와 구급대를 대기시켜야 한다. 사고 여객기 기장은 총 6823시간의 비행 경력을 지닌 베테랑 조종사로 알려졌으며, 부기장은 1650시간의 비행 경험이 있었다.

관제사는 여객기가 복행 후 다시 접근을 시도하자 9시 1분 활주로 19 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내렸고, 9시 2분 34초에 공항소방대 출동 요청 벨을 눌렀다. 공항소방대는 21초 뒤인 9시 2분 55초에 소방차 3대를 출동시켰다.

조종사는 관제탑 지시에 따라 사전 준비를 기다리는 대신 9시 2분께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했으며 1분 후 활주로 끝을 이탈해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근간의 둔덕에 충돌했다.

■2차 원인 착륙용 바퀴인 랜딩 기어 미작동
복행 후 2차 착륙을 시도한 사고 여객기는 착륙용 바퀴인 랜딩 기어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불가피하게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랜딩 기어는 정상적인 수단을 통해서, 그리고 수동으로도 작동 가능하다는 점에서 랜딩 기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차후 관계 당국의 사고 원인 조사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사고 여객기의 경우 착륙이나 이륙 시 날개의 양력을 증가시키고 항공기를 감속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장치인 플랩(flap)이 펴지지 않아 통상보다 빠른 속도로 최초 육상에 접지했다. 접지된 이후에도 스포일러(spoiler)가 펴지지 않아 마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해 주어진 거리 내에서 제동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플랩과 스포일러 두 가지 주요 제동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압계 이상이나 전원 셧다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차 원인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근간의 둔덕 충돌
사고 여객기는 동체 착륙 후 활주로를 1600m 정도를 질주한 후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근간의 둔덕에 부딪혀 폭발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희생자가 여객기 밖으로 튕겨져 나가 참혹한 피해를 당했고, 나머지 탑승객은 충돌 충격 및 폭발에 이은 화재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안국제공항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에서 251m 떨어진 비활주로에 설치돼 있다.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는 콘크리트 근간의 둔덕은 2m 높이로, 흙더미로 덮여 있다. 로컬라이저까지 포함하면 모든 구조물은 4m 정도 높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둔덕이 지상으로 2m가량 돌출된 것이 여객기와의 충돌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공항 측은 지난해 로컬라이저의 내구연한(15년)이 끝나 이를 교체하며 기초재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콘크리트 근간의 둔덕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또 활주로 끝단 이후 지면이 기울어져 둔덕을 세워 수평을 맞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항 측과 국토교통부는 "아래로 기울어진 비(非) 활주로 지면과 활주로와의 수평을 맞추기 위해 콘크리트 둔덕을 세워 돌출된 행태로 보이는 것"이라며 "사고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조사 결과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이날 별도의 참고자료를 내고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와 같이 종단안전구역(199m) 외에 설치되는 장비나 장애물에 대해서는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라고 밝혔다.

국토부 예규인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에는 '공항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라는 규정이 있지만 이는 착륙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내에 위치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동체 착륙한 항공기가 속도를 많이 늦출 만큼 활주로가 길었다면 피해가 이만큼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는 2800m로, 국내 공항 중 소형에 속한다. 특히 내년까지 진행 예정이던 활주로 연장 공사 관계로 약 300m가량이 이용할 수 없는 상태여서 사고 당시 이용 가능했던 총 길이는 2500m였던 셈이다. 다른 국제공항의 경우 인천공항 3750∼4000m, 김포공항 3200∼3600m, 김해공항 3200m, 청주공항 2744m, 대구공항 2755m 등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 기종인 B737-800은 1500∼1600m의 활주로에도 충분히 착륙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다른 항공기도 문제없이 운행해 왔기에 활주로 길이를 사고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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