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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만물상] 세계가 즐기게 된 한국 공기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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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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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3년 전 첫선을 보였을 때 전 세계가 빠져들었다. 스토리의 참신함과 흡입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세계인은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의 다양한 놀이에 낯설어하면서도 매료됐다. 유럽 청년들이 광장에 모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놀았다. 문양을 따라 설탕 과자를 잘라 먹는 ‘달고나’ 놀이는 단연 인기였다. 소셜미디어엔 달고나 만드는 법 동영상이 넘쳐났다.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지난 주 공개되자마자 90여 나라 1위에 올랐다. ‘한국 게임 하기’ 열기도 다시 불붙고 있다. 이번엔 ‘공기’ 놀이가 최고 인기다. 배우 강하늘이 현란한 손놀림으로 공깃돌 5개를 허공에 던져 낚아채는 동영상은 조회수 1000만회를 돌파했다. 인터넷에는 한 남자가 드라마 속 게임 참가자처럼 녹색 운동복을 입고 나와 K팝 가수 로제가 부른 ‘아파트’를 들으며 공기놀이를 즐기는 동영상도 화제다.

▶공기놀이가 한반도에서 언제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18세기 초 학자 이규경이 집필한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에 ‘공중에 돌을 던져 손바닥으로 받는다’는 설명과 함께 ‘들어올린다’는 뜻의 공(拱)과 ‘바둑돌’을 뜻하는 기(棋)를 합쳐 ‘공기’라고 소개했다. 조선총독부가 1941년 펴낸 ‘조선의 향토오락’에는 석유(石遊)로 돼 있다. 우리만의 놀이도 아니다. 이규경은 같은 책에서 “일본에는 돌 10개로 하는 척석(擲石)이 있다”고 설명했다. 네팔·태국 등에도 비슷한 놀이가 있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에서도 등장했을 만큼 역사도 오래됐다. 그런데도 한국의 놀이가 됐다. 드라마의 힘이고 이런 게 소프트 파워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 놀이 전시장이다. 등장인물들은 딱지치기·비석치기·팽이 돌리기·제기차기로 운동회를 한다. ‘가위바위보 하나 빼기’도 러시안룰렛 게임과 결합해 목숨을 건 놀이로 탈바꿈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게임뿐 아니라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동요 ‘둥글게 둥글게’까지 “중독성 있다”는 반응을 얻으며 푸른 눈의 시청자들이 흥얼거리는 노래가 됐다.

▶황동혁 감독은 새해 공개될 시즌 3을 이미 다 만들어 놨다고 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이 벌써부터 “또 어떤 한국의 놀이가 등장할까?” 궁금해한다. 우울하고 참혹했던 한 해가 가고 새해 아침이 밝았다. 세계가 우리를 위로하면서 툭툭 털고 일어나 전처럼 매력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기 바랄 것이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상실을 겪은 분들에게도 희망이 깃들기를 소망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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