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불과 5분새 엔진-플랩까지 먹통
국토부, 조류 충돌 탓 복행 결정 추정… “복행후 양쪽 엔진 모두 고장 가능성”
“착륙 도중 전원 차단 의심”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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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최종 착륙 과정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 장치)가 1차 착륙 과정에선 작동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한미 합동조사단을 꾸린 국토교통부는 1차 착륙 실패 이후 불과 5분 사이 랜딩기어는 물론이고 착륙 시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엔진과 ‘플랩’(Flap·항공기 이착륙을 돕는 보조 조종 장치)까지 먹통이 된 원인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 “랜딩기어, 1차 착륙 시도 땐 정상 작동”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은 1차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랜딩기어가 내려갔다. 착륙을 앞둔 7C2216편의 조종석 쪽 랜딩기어가 내려갔다는 목격담과 함께 이를 증명하는 사진까지 공개됐다. 제주항공 측도 1차 착륙 시도 때 랜딩기어가 정상 작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7C2216편은 1차 착륙을 시도하다가 고어라운드(go-around·복행)했다. 이후 곧바로 180도로 급선회해 복행하며 활주로를 빠져나왔던 방향으로 2차 착륙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기장은 ‘메이데이’(긴급구조신호)를 보냈고, 메이데이 이후 4분 뒤 사고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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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당시 1차 착륙 때 랜딩기어가 정상 작동됐다면, 2차 때는 왜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고 동체로 착륙한 것인지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토부 등은 1차 착륙을 시도하다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엔진 이상이 발생해 복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랜딩기어까지 내려온 상태에서 왜 복행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대형 항공사 기장은 “착륙 직전에 버드 스트라이크를 맞으면 그냥 착륙해도 되지만, 새와의 충돌 등으로 항공기가 균형을 잃는 등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면서 복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양쪽 엔진 모두 고장-전력 ‘셧다운’ 가능성도
7C2216편이 급선회해 활주로 반대편으로 착륙을 시도한 이유도 풀어야 할 숙제다. 복행 시 착륙을 시도했던 방향 활주로로 다시 착륙을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사고 기종과 같은 B737-800을 조종하는 한 기장은 “항공기는 한쪽 엔진만 살아 있어도 운항이 가능하다”며 “복행을 한 이후 양쪽 엔진 모두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장은 “말하기 조심스러우나 버드 스트라이크로 문제가 생긴 엔진의 작동을 정지하는 과정에서 착오로 정상 작동 중인 엔진을 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동체 착륙 과정에서 비행기의 속도를 줄여줄 수 있는 날개의 플랩과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원인도 규명 대상이다. 경력 13년 차의 B737-800 기장은 “유압 계통 및 전력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는 플랩과 랜딩기어 작동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비상 상황인 만큼, 기장이 착륙에 우선순위를 두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항공기의 전원이 차단됐을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착륙 도중 전원이 차단된 게 아닌가 하는 주장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항공사 기장은 “항공기엔 예비 전력이 있고, 전원이 나가도 할 수 있는 조치가 있긴 하다”면서도 “단 몇 분 만에 사고가 났을 정도로 비상 상황이었다. 결과론적으로 ‘왜 조치를 못 했냐’고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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