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에 방위비·관세·미중관계 등 청구서 내밀 수도
韓 정상외교 실종…김정은 트럼프·푸틴 스트롱맨 접촉 주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파병을 통한 북러관계의 혈맹으로의 진화는 한반도 안보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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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대원·문혜현 기자]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한반도 정세는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광복 80년과 분단 80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의미 있는 해이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정국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을사년(乙巳年)의 출발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을씨년스럽다’의 어원이 일본제국주의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탈한 1905년 을사년의 을사늑약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공교롭기도 하다.
▶트럼프의 귀환, 한미동맹 복원 시급=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북러관계의 혈맹으로의 진화는 한반도 안보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문제는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한반도 정세에서 계엄과 탄핵 후폭풍이 상수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당장 한국 외교안보의 바탕인 한미동맹 복원이 시급하다.
미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겨냥해 ‘심한 오판’, ‘매우 불법적’, ‘매우 문제적’이라는 비외교적 수사까지 동원해 비판했다.
미 조야에서는 윤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안 결의안 가결 이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지자 한국의 정치 위기 심화가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감지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표방한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미국 우선주의’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노골적으로 앞세우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 방위비분담금 협정 재협상과 주한미군 조정, 전략자산 전개 비용 전가를 넘어 관세 인상, 무역 불균형 해소, 그리고 미중 경쟁 심화 속 보다 적극적인 지원 등 다방면에서 청구서를 내밀 수도 있다.
한국으로서는 더 비싼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더 불안정한 한미동맹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는 셈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조기에 한미정상회담을 열어 굳건한 한미동맹을 확인해야하겠지만 탄핵정국으로 요원하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 관련 한국 정부에 대한 공식 초청장도 아직 못 받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회외교와 민간외교 등을 활용해 ‘역설적인 기회의 시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행정부 대 행정부로 하는 전통적인 외교는 힘들다”며 “우리가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미국을 이해하고 우리 상황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의회 외교나 기업을 통한 외교가 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이어 “현재 상황이 어렵다고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회의원들이 미 의회와 포럼 형식 등으로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의 필요를 이해하는 외교가 필요하다”면서 “국가 간 약속은 빠졌지만 기업이 정보를 전달하거나 이해관계를 넓히는 차원의 외교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경쟁 심화 속 안정적인 한중관계 관리도 과제다.
중국에 대응하는 한미일 공조에서 한국을 약한 고리라고 보고 중국이 적극 공략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주중대사로 내정된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부임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미국 쪽에서 메시지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의 스타일을 보면 주변국이 먼저 미중경쟁에서 공세를 취해주길 바라기 때문에 외교적 수준이긴 하지만 조금 더 센 표현이나 확실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 연구위원은 또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난처해질 수 있지만 결국 우선순위 문제”라며 “향후 중국으로부터 부정적인 신호가 올 수는 있지만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귀환과 맞물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거침없는 통치 스타일을 보여온 ‘스트롱맨’들이 다시 한번 전성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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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시진핑·푸틴 ‘스트롱맨 시대’=트럼프의 귀환과 맞물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거침없는 통치 스타일을 보여온 ‘스트롱맨’들이 다시 한번 전성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외교가 실종된 한국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해 말 새해 투쟁방향을 제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통해 대미 강경노선을 공언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무장장비전시회에서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다”며 북미협상에 부정적 인식을 내비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김정은과 잘 지낼 것”이라며 북미대화 재개를 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거리를 둔 셈이기도 하다.
그러나 두 정상이 과거의 친분을 바탕으로 전격적인 북미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미대화 실무를 담당했던 알렉스 웡 전 대북특별 부대표를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낙점하고 리처드 그레넬 전 독일대사를 북한문제를 비롯한 특수임무를 담당할 대사로 지명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김 위원장과 만나 북한의 미 본토에 대한 핵위협만 통제하고 대북제재 완화 등의 보상을 안겨주는 ‘스몰딜’에 나선다면 한국은 핵보유국 북한과 마주하는 재앙에 직면하게 된다.
‘코리아 패싱’과 ‘통미배남’(通美排南·미국과 대화하며 한국을 배제)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올해 모스크바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3년 연속 북러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자리에서 파병보낸 북한의 젊은 병사들의 피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지원과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군사정찰위성, 핵잠수함 등 첨단 무기체계 관련 기술을 얻어내려 할 수 있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여야가 국내정치 문제를 가지고 대립·경쟁하더라도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현재 안보위기상황을 타개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안정적인 질서를 수립하며 북한을 다시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불러오기 위해 지속가능한 외교·안보·대북정책 모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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