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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2024년, 특히나 한창 즐거워야 할 연말에 거짓말처럼 계엄, 탄핵, 항공기 참사 등 너무나 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힘든 나날을 겪고 있어.
12월 초에는 123사태로 불리는 초유의 계엄 선포가 있었고, 이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환율이 급등하는 등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지. 게다가 최근에 벌어진 제주항공 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면서 대한민국이 슬픔에 잠겨 있는 상황이야.
예년이면 시끌벅적할 새해 맞이도 어느 때보다 조용하게 지나가고 있지. 대부분의 해돋이 행사도 취소됐잖아. 2025년 1월 1일은 그렇게 살그머니 우리를 맞이했지.
차갑게 얼어 붙은 2025년 1월 1일을, 그래도 조금은 따뜻하게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집에서 조용히 OTT 콘텐츠를 시청하면서 말이야. 어둡기만 한 2024년을 지나 2025년을 밝게 비춰줄 '조명'같은 콘텐츠 말이야.
디즈니와 강풀은 천생연분?
디즈니 플러스에서 가장 성공한 콘텐츠는 누가 뭐래도 만화가 강풀의 '무빙'이었잖아. '무빙'은 만화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이때 디즈니 플러스의 가입자 수 및 시청시간이 확 늘어났다고 해.
그래서일까. 디즈니 플러스는 또 한번 강풀의 만화에 러브콜을 보냈어. 강풀의 인기 연작 만화 '조명가게'를 콘텐츠화 한 거지. 사실 '조명가게'를 콘텐츠화 한다고 했을 때 우려섞인 목소리가 있었어. 이 콘텐츠는 사실 초반에 약간 기괴하면서도 암울한 분위기가 있고, 이를 형상화하고 이야기하는게 과연 콘텐츠로 가능할까 싶었던 거지.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는 필사적이었어. 올해 야심차게 다양한 오리지널을 준비했지만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거든. '강남 비-사이드'를 비롯해 '강매강', '지배종' 등 인기 배우들을 내세운 콘텐츠들이 구독자들의 외면을 받았으니 말이야.
이미 '무빙'으로 신뢰를 쌓은 강풀 작가와의 작업은, 또다시 성공을 거뒀어. '조명가게'는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고, 웹툰 조회수도 187배 증가, 매출 역시 150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거든.
그리고 40대 워킹맘 기자인 '라떼워킹맘'의 가슴도 세게 울렸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콘텐츠였거든. 만화를 영상화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닌데, 이번 '조명가게'는 정말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어.
게다가 어둡기만 했던 골목을 환하게 비추는 '조명가게'가 지금 우리의 상황과도 너무 잘 맞다는 생각이 들어. 어두운 2024년을 끝내고, 다시금 '조명가게'처럼 우리를 밝게 비춰주고, 우리의 생명을 다시 살려주는 그런 곳이 '짠'하고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도 들어.
초반에는 기괴한 '공포영화'같은 느낌
'라떼워킹맘'은 조명가게 웹툰을 보지 못했어. 그래서 사실 2화까지 봤을 때는 뭐 이런 콘텐츠가 다 있나 싶었어. 너무 기괴하고, 뭔가 무서우면서도, 이해도 안되고 약간 일본 공포 만화 대가인 이토준지의 만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2화를 넘어서면, 드디어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펼쳐지기 시작해. 그리고 이야기가 모두 마무리 되고 나면, 뭔지 모를 코끝 찡함이 느껴지고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듯한 위로가 느껴지더라고.
기괴한 공포 영화 같은 초반/사진=디즈니 플러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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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가게' 리뷰를 하기 위해서는, 사실 스포일러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만약 내용을 알고 싶지 않다면 조용히 뒤로가기를 눌러도 좋아.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작품을 만나면, 깊게 리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
자, 지금부터 엄청난 스포일러들이 펼쳐질거야. 마지막 기회야!
소외된 사람들의, 너무나도 슬픈 이야기
강풀은, 참 슬픈 이야기를 어떻게 이렇게 신기하게 표현할까. 기괴한 공포 영화 같기도 하고, 추리 영화 같기도 하고, 스릴러 같기도 하고, 판타지 같기도 한 이 영화는 결국은 사람의 인생을, 그것도 굉장히 슬프게 표현한 콘텐츠야.
등장인물들은 어둡고 무서운 골목을 계속 배회해. 그리고 골목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 골목이 무섭긴 하지만 조명가게에서 노는게 좋아서 자주 있는 사람, 골목에 있는 집에서 사는 사람, 골목을 계속 배회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 살고 있지.
그런데 이 골목은 너무 이상한 일이 많고, 이상한 사람도 많고, 기괴한 일도 많이 일어나. 왜냐고? 이곳은 사후 세계니까. 죽은 사람도 있고, 아직 죽지 않고 살아날 기회가 남은 사람도 있지. 살아 남을 기회가 있는 사람은 골목 끝에 환하디 환한 조명가게에서 자신의 전구를 찾으면 다시 돌아갈 수 있어.
어두운 골목을 환하게 비추는 조명가게/사진=디즈니 플러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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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세계에서 아직 살아남을 기회가 있는 사람들은, 현실에서는 코마 상태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야. 그들이 의식을 되찾는 것은, 조명가게에서 자신의 전구를 손에 든 덕분이고.
참, 멋진 설정이지? 이런 멋진 설정을 강풀은 초반 기괴한 장면으로 표현해. 그런데 이 연출이 기가막힌게, 초반 기괴한 공포 영화처럼 표현했기 때문에 이 곳이 사후세계라는 나중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확' 몰입이 되더라고. 독자들이 '그럼 그렇지'라는 감정을 갖게 되면서 초반의 기괴함이 굉장히 멋진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거든.
현실에서는 '코마' 상태인 엄태구/사진=디즈니 플러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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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 죽은 사람들은 왜들 하나같이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걸까. 버스 운전기사도 그렇고, 그 버스 안에서 사고를 당한 모든 사람들의 사연들이 너무나 슬프기만 해. 소외 받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고 있거든. 그런데 과하지 않고, 정말 바로 옆에 있는 것만 같은 그런 설정들이야.
삶도, 죽음도, 행복도 결국은 스스로의 '의지'
개인적으로 '라떼워킹맘'은 콘텐츠를 보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거든. '조명가게'는 오히려 콘텐츠를 다 시청하고 나서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콘텐츠였어.
'조명가게'는 결국 버스 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의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야. 그런데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니야. 정확하게는 몇몇 사람들에게는 해피헨딩이었고, 몇몇 사람들에게는 새드엔딩이었거든.
그런데 그걸 가르는 요소는 너무나 명확해. 자신의 의지로 되살아난 사람이 있고, 자신의 의지가 아닌 주변 사람들의 간절한 의지로 되살아 난 사람이 있어. 엄마가 살리려고 미친 듯이 노력한 고등학생이 그랬고, 약혼자가 살리려고 미친듯이 노력한 엄태구가 그랬지.
반대로 현실에서 볼 때는 결국 죽었기 때문에 새드엔딩 같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죽기를 택하고 사후 세계에 남은 김민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지. 스스로 살기 위해 노력한 남자 고등학생은 건강하게 퇴원해서 이생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
'조명가게'는 모든 행복은 스스로의 의지대로 결정되는 것이라는, 너무나 교과서 같은 교훈을 정말 머리가 '띵'할 정도로 강하게 이야기해. 사실 행복을 상대적으로 비교한다면, 죽은 김민하보다 살아남은 엄태구가 더 행복해야 하잖아. 하지만 콘텐츠에서는 김민하가 행복하고, 살아남은 엄태구가 불행해. 자신의 의지로 움직였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인생이지.
살아날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일단 '조명가게'를 찾아야 돼. 하지만 살아나는 것을 택할지, 죽음을 택할지는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어. 우리 인생은 그렇게도 행복을 찾아다니는데, 막상 행복을 찾고 나서도 우리는 또다시 불행의 늪에 빠지는 사람들을 보잖아.
/사진=디즈니 플러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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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참 행복해 보였어. 그래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이 콘텐츠를 보며 위로를 얻을 것 같아. 사후 세계에서 가족을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위로가 되더라고.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는 '라떼워킹맘'은, 아빠인 주지훈과 딸 이정은의 행복한 사후세계 삶을 보면서 정말 많은 위로를 읻었어. 내 가족도, 그 위에서 사랑하고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만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겠구나, 하는 위로 말이야.
2024년을 힘들게 보낸 사람들에게, 2025년은 자신의 의지대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조명가게'. 2025년을 맞은 새해에 꼭 모두가 보고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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