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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현직 제주항공 승무원 "비행 끝나고 승객 내리면 참았던 눈물 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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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건드려도 주저앉아 울 것 같다"
"믿고 탑승한 승객들 위해 최선 다 할 것"
한국일보

지난달 31일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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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제주항공 승무원이 '제주항공 2216편 여객기 추락 참사' 희생자를 추모했다. 승무원은 참사로 인해 괴로운 마음이 든다면서 동료들의 마지막이 존중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제주항공 승무원입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직장 내부 이메일로 본인 인증을 거쳐야만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작성자 A씨의 커뮤니티 내 소속은 제주항공으로 표기돼있었다. A씨는 "항상 마주하던 동료와 승객을 잃었다. 어떤 게 원인인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모두 쉬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현 상황이 힘들고 가슴 아프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슬픔이란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아서 그 슬픔이 어떤 건지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 그럼에도 오늘도 승객을 맞이한다"며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A씨는 "조금만 건드려도 주저앉아 울 것 같지만 이를 악 물고 이 상황에도 저희를 믿고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을 위해 그 어느때보다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대놓고 울 수도 없다. 비행이 끝나고 손님이 내려야 그제야 참았던 눈물을 흘린다"며 "혹여 스케줄로 인해 내 떠난 동료를 배웅하지 못할까 봐 또 애가 탄다"고 밝혔다.

정비사와 기장에 대한 믿음도 드러냈다. A씨는 "정비사님들이 너무 힘들어 하시는 것 보니 가슴이 아픈데 (이들은) 늘 최선을 다하셨다"며 "우리는 정비사님들을 믿고 탑승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장님들이 그 무거운 책임을 가지고 다시 조종실로 들어간다. 기장님들의 선택을 믿고 존중한다"면서 "떠나신 기장님의 최선을 저희는 믿는다"고 강조했다. 마지막까지 승객을 안심시키며 탈출 준비를 했을 자신의 동료들을 존경한다며 이들의 마지막이 존중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이 탑승했다. 이 중 승무원 2명만 비행기 후미에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돼 생존했으며, 나머지 179명은 전원 사망했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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