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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단독]제주항공 참사 기종, 미 항공청 ‘리콜’ 1년간 6번···랜딩기어 문제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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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지난달 31일 전남 무안공항 사고 현장에서 한국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미국 합동 조사 인원이 현장 사고조사를 하고 있다. 미국 합동 조사관은 미 연방항공청 1명, 미 교통안전위원회 3명, 항공기 제작사 보잉 직원 4명으로 구성되어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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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여객기인 보잉 ‘737-800’ 기종이 미국 감독당국으로부터 안전 문제를 해결하라는 ‘리콜’ 지시를 지난해 총 6차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결함과 관련된 시정명령은 최근 몇 년간 전무했다.

이 같은 사실로 미뤄볼 때, 항공기 자체가 가진 결함보다는 조류 충돌 같은 외부 요인이 참사를 초래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1일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이 기관은 737-800 기종에 지난해 총 6차례 ‘감항성 개선지시(AD)’를 내렸다. 잠재적 위험요소를 검사·수리·정비 등을 통해 해결하라는 지시다. 자동차 업계의 리콜과도 같다. 감항성은 선박·항공기가 안전하게 운항하는 능력을 말한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0월 FAA는 해당 기종의 갤리(기내 주방) 전선이 화재에 취약하다고 지적했으며, 기내 에어컨 지지대의 균열 위험도 개선하라고 했다. 9월에는 디스플레이 전자장치(DEU) 소프트웨어 오류를 잡으라고 했으며 7월에는 객석 산소마스크가 제 위치에 고정되지 않는 현상을 짚었다. 주방 도어의 균열, 동체 외피의 균열 위험에도 개선 명령이 떨어졌다.

FAA가 개선 명령을 내리면 한국의 국토교통부도 이를 받아 관계기관에 알린다. 국내 항공사들은 해당 문제점을 점검한 뒤 국토부에 다시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737-800에 내려진 개선 지시는 대부분 기내 시설물이나 동체 외피 균열 등에 집중돼 있으며 랜딩기어와는 관련이 없다. 앞서 2018년과 2019년 해당 기종의 랜딩기어 덮개 고정볼트 및 고정핀 부식 문제가 FAA에 의해 제기된 바 있으나, 이는 이번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랜딩기어 미작동’과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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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의 랜딩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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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랜딩기어 결함은 737-800이 아닌 타 기종에서 더 자주 나왔다. 지난해 11월 FAA는 보잉 787 시리즈 랜딩기어 지지대 부품의 검사가 누락됐다며 이를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FAA는 767 및 747 시리즈의 충격 흡수 실린더 손상 가능성도 제기했다.

지난해 3월에는 757 시리즈의 동력전달장치(PTU) 제어 밸브가 먹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PTU는 랜딩기어를 움직이는 유압시스템이 엔진 파손 등의 이유로 고장났을 때 다른 유압시스템에서 동력을 끌어오는 장치다. 다만 실제 리콜 명령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737-800의 랜딩기어는 보잉의 다른 기종들과는 다른 구조를 띠고 있다. 감항 검사관 출신인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737 시리즈 랜딩기어는 도어(개폐구)가 없는 아주 심플한 설계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AD가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단거리 노선에 투입되는 보급형 기종이라 보잉은 원가 절감 차원에서 별도의 개폐구를 만들지 않았다. 이런 간단한 설계 덕에 고장도 적다는 것이다.

항공 전문매체 ‘아시아 애비에이션’의 맷 드리스킬 편집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랜딩기어가 지적받고 있지만 해당 기종은 괜찮은 기계적 조건을 지니고 있다”며 “(잦은 고장으로 오명을 얻은)‘737-맥스’가 아닌 737-800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4000대 이상 팔린, 항공 업계에서는 튼튼한 짐말(work horse)로 손꼽히는 기종”이라고 말했다.

이번 참사를 전후해 737-800 여객기들이 랜딩기어 미작동을 겪은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애초에 위험한 기종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워낙 많이 팔린 탓에 발생하는 통계적 착시일 뿐 기계 자체가 갖고 있는 결함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근영 교수는 “(랜딩기어 관련)AD가 적다는 것은 항공기에 구조적·기계적인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같은 외부적인 요인이 참사를 불러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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