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록장치는 외부 파손...미국에 보내 자료 추출
사고 당시 상황·사고 원인 분석 오래 걸릴 듯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수거한 사고기 블랙박스 비행기록장치(FDR) 중 자료를 저장하는 장치. 원래 전원부와 결합돼 있어야 하나 떨어졌다. 전원부와 저장 장치를 연결하는 커넥터(전선 형태의 연결 장치)가 사라져 국내에서 자료를 추출할 수 없게 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제공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수거한 사고기 블랙박스 비행기록장치(FDR) 중 전원부. 사각형 상자 오른쪽에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가 결합돼 있어야 하나 떨어져 나갔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제공 |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사고기 블랙박스 중 음성기록장치(CVR)에서 데이터(자료)를 추출해 음성파일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3일까지는 전환 작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다만 기체 상태를 기록하는 비행기록장치(FDR)는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어려워 미국으로 이송한다. 정확한 사고 전후 상황과 사고 원인 분석이 오래 걸릴 전망이다.
1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사조위는 CVR 자료를 음성파일로 전환하는 작업을 이날부터 진행 중이다. 전환에는 이틀 정도가 걸린다. CVR 자료에는 조종실 음성 등이 담겼다. 사고기가 “조류 충돌!” 선언 이후 왜 정상적으로 복행해 원래 활주로에 진입하던 방향(활주로 1번 방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사고기는 반 바퀴만 선회해 반대 방향(활주로 19번 방향)으로 동체착륙했다. 사조위는 CVR 자료로 파악한 기내 상황과 관제탑 교신 자료를 비교하며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할 예정이다.
다만 CVR 자료를 음성 파일로 전환해도 즉각 외부에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중수본은 밝혔다. 사조위 조사가 끝나야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중수본 관계자는 “사고 조사에 중요한 자료로 이것을 공개하면 추측이 난무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사조위 조사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되기 어렵고 여론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수거한 사고기 블랙박스 중 음성기록장치(CVR). 전원부(사각형 상자)와 자료를 저장하는 장치(원통)가 온전하게 결합돼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제공 |
사조위는 국내에서 FDR 자료 추출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FDR 저장 자료가 어떤 상태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전원부(사각형 용기)와 정보 저장 장치(원통 용기)를 연결해 전원과 자료를 공급하는 커넥터(전선 형태의 접속 장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조위는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워싱턴으로 FDR을 이송, 한국 사조위 관계자와 NTSB가 함께 자료를 분석하기로 합의했다. 중수본 관계자는 “커넥터 대체품을 만들어서 끼우는 것은 간단한 작업이 아니고 함부로 장치를 열면 자료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미국으로 FDR을 보내는 것”이라며 “블랙박스를 잘 다루는 미국, 프랑스에 장비를 보낸 것은 통상적”이라고 말했다.
중수본은 사고기가 조종사와 관제사가 합의해 활주로 19번 방향으로 착륙했다고 밝혔다. 관제사가 사고기에 활주로 19번 방향 착륙을 허가한 지난달 29일 오전 9시 1분 뒤에도 교신이 계속됐으나 발화 상황이 불안정해 마지막 교신 시간을 정확히 밝히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종사와 관제사가 서로 의도를 확인하는 말을 하는 등 교신 기록이 복잡해 사고 조사가 완료되기 전에는 교신 중단 시점을 확정하거나 밝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조위가 구성한 한미 합동조사팀에는 전날 밤 미국에서 추가로 입국한 항공기 제작사(보잉) 직원 2명이 합류했다. 합동조사팀 인원은 사조위 12명, 미국 조사팀 10명이다. 미국 조사팀은 연방항공청 1명, NTSB 3명, 보잉 6명이다. 합동조사팀은 무안공항 안에 임시본부를 마련하고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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