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낮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 유가족들이 방문해 과일, 떡국 등을 상에 올리고 인사하며 울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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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수가 점점 늘어나는 걸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떠난 그날이 떠올라 몸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떠나보낸 ‘주현 엄마’ 김정해씨는 ‘그날’을 떠올리며 “생명, 안전을 지키려고 우리가 지난 11년간 외쳐 온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아 스스로에게 분개했다”고 말했다.
새해 첫날인 1일, 세월호 선체가 있는 목포신항에서 합동 차례를 지낸 세월호 유족들은 무안으로 발길을 돌려 무안공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세월호 생존자 장애진씨의 아버지이자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인 장동원씨는 “유족들이 원하는 형태의 분향소가 이제야 꾸려졌다고 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이태원(2022년, 159명 사망), 오송 지하차도(2023년 발생, 14명 사망)에 이어 여객기 사고까지 하늘, 땅, 바다를 가리지 않고 안전하지 않은 대한민국이 됐다며 울먹였다. 장씨는 “우리 때도 사고 수습 과정에 혼란이 컸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며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당장 손을 내밀기보다 언제든지 힘을 보탤 수 있게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 세월호 유가족이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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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이날 참사 이후 처음으로 항공기 추락 현장을 방문했다. 참사 현장에 마련한 간이 탁자에는 과일과 떡, 대추 등 간이 제사상이 차려졌다. 숨이 멎을 듯 흐느끼는 남성부터 어린아이까지 유족들의 울음은 300m 떨어진 취재진에게도 들렸다.
박한신 유족대표는 다른 유족들에게 “현장을 못 본 것 보다 조금 마음 놓이셨느냐”고 묻자 유족들이 “네”하고 답했다. 박 대표는 “저도 동생을 잃었지만 조그만 꼬맹이들이 울고불고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마음이 아팠다”며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유족들은 심리 상담을 꼭 받으시라”고 당부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새해를 맞아 떡국을 마련했지만 유족들의 발길은 많지 않았다. 유족들은 공항동에 머물며 간단히 요기하거나 말없이 뜨는 해를 쳐다봤다. 공항 1층 의료지원센터를 지키고 있는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장은 “하루에 유족 200여명이 방문하신다. 워낙 식사를 제대로 못 하시니 체력 문제를 보인다”며 걱정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가족을 찾지 못했던 5명의 신원을 이날 오전 8시 모두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 희생자는 모두 179명이다. 추가 확인 절차가 남아 있어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유족이 인도한 주검은 16구에 그쳤다.
한 유족은 “누나 두 명 중 어렸을 적 한 명을 잃고 이번 사고로 또 잃었다. 트라우마는 상관없다. 누나 손가락이라도 한번 만지게 해달라”며 울먹였다.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서로 감싸 안고 일출을 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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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은 브리핑에서 “신원확인 과정이 늦어진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인도를 못 하신 유족들은 순차적으로 희생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유전자 최종 분석 결과는 3일께 나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발길은 공항 일대 교통이 혼잡을 빚을 정도로 길게 이어졌다. 공항 1층에 마련한 합동분향소에는 추모객들의 줄이 300여m에 이르렀다. 서울에 거주하는 전영범씨는 “새해를 맞아 광주 집에 들렀다가 희생자를 추모하려고 이곳을 찾았다”며 “세월호 참사가 엊그제 같은데 또 이런 일이 발생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무안공항 분향소 누적 참배객은 3980명, 공항과 무안종합스포츠 등 전남지역 전체 참배객은 2만3천여명에 이른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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