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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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 시기와 방식 등을 검토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1일 “바리케이트, 철문 등을 잠그고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것 자체가 공무집행방해”라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과 대통령 안가(안전가옥) 등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가로막은 대통령경호처를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공수처가 이르면 2일 영장 집행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체포영장·수색영장에 대해 원칙에 따라 권한을 행사할 예정”이라며 “큰 반발 없이 집행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경호처가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질문에 “이미 공문을 보내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의율할 수 있음을 엄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전날 이 공문을 보냈다.
오 처장은 영장을 강제로 집행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경호처의) 반대가 있더라도 저희들은 적법한 절차를 취할 것”이라며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경호처가 가로막거나 윤 대통령 지지자 등 인파가 몰려 영장을 순조롭게 집행하지 못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경찰력 동원 방식이나 규모 등을 논의 중이다.
공수처는 전날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모두 응하지 않자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대통령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며 반발했지만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내는데 성공하면서 공수처는 자신감을 얻었다. 오 처장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았기 때문에 수사권에 대한 논의는 법원에서 종식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이 전날 신청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적법한 권리 구제 절차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경호처는 지난달 27일 국가수사본부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대통령 안전가옥(안가)과 경호처를 상대로 실시하려던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경호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된 직후 “적법절차에 따라 경호할 것”이라며 이번에도 영장 집행을 저지하겠다고 사실상 예고한 상태다. 공수처가 전날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라는 경고성 공문을 보낸 데 이어 오 처장이 직접 같은 메시지를 언급한 것은 영장 집행에 앞서 여론을 환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공수처가 법원에서 발부받은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에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된 것도 경호처를 압박하는 요소다.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는 군사상 비밀 또는 직무상 비밀에 속하는 장소나 물건은 압수수색이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간 대통령실과 경호처는 이 조항을 근거로 대통령실과 대통령 안가·경호처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에는 이 조항들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법원이 인정함으로써 경호처로선 영장 집행을 가로막을 법적인 방패를 사실상 상실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어디에도 판사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불법무효로서 사법의 신뢰를 침해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오는 6일까지다. 오 처장은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나 적법 절차에 의하지 않은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특별히 당부했다”며 “엄정한 법 집행은 하되 예의를 지킬 것이니 공수처 소환에 응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법원의 영장 발부 자체가 위법하다며 공수처의 영장 집행에 협조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을 돕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불법 무효의 영장 집행은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니 공무집행방해 여부를 논할 사항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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