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에도 쓸 카드 마땅찮아
자동차보험이 본격적으로 적자 구간에 진입하면서 손해보험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서민경기 악화 속에 상생을 강조하면서 자동차 보험료 동결을 압박하는 가운데 적자를 해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1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은 본격적인 적자에 진입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는 대형 4개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의 지난해 1~11월 누적 손해율은 82.5%로 전년동기 보다 3.2%p 상승했다.
기업별로는 삼성화재 82.2%, 현대해상 83.5%, KB손해보험 82.9%, DB손해보험 81.2% 등이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와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도 각각 81.9%, 83.9%, 84.9%를 나타냈다.
통상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80%가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대형사의 경우 82%로 평가된다. 최근 3년 동안 흑자를 이어오던 자동차보험의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여기에 자동차보험 정비수가가 올해부터 2.7% 인상된 점도 보험사에 부담이다. 자동차보험 정비수가는 보험 가입 차량이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리비다. 정비수가가 인상되면 보험사의 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손해율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이미 80%를 넘었고, 갈수록 손해율이 올라가고 있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자동차보험이 흑자가 나자 보험료 인하가 지속됐지만 더 이상 인하는 어렵다"고 전했다.
문제는 높은 손해율에도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자동차 보험료는 손해보험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다만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고, 물가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친다.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료 동결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손해보험사는 내부적으로 소폭 인상을 결정했다가 최근 동결로 선회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당국에 전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손해보험사들은 비용 축소를 통해 늘어나는 손실을 줄이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분모에 해당하는 자동차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손해율을 낮추려면 사업비 등 비용을 줄여야 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인건비 인상이나 물가 등을 감안하면 비용을 줄이기가 어렵다. 기후변화나 대형 사고 발생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도 손해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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