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전장에서도, 협상에서도 힘 중요"
푸틴, 전쟁 직접 언급 안 하며 "다 잘 될 것..."
마크롱 "유럽, 강해져야"... 트럼프 의식했나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9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러시아 신인민당 대표 알렉세이 네차예프의 연설을 듣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에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모스크바·키이우=AP·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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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시작으로 러시아의 침공 4년차를 맞게 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놓은 신년사 중 핵심 메시지는 '힘'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과 함께 개시될 휴전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도 러시아보다 군사적 우위에 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전쟁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다 잘 될 것"이라는 말로 자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려 했다. 안보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동맹보다 실리를 우선시하는 '트럼프 2기 미국'을 맞게 된 다른 유럽 나라들에서도 '자강론'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젤렌스키 "강한 우크라이나 돼야... '힘' 기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5 신년 영상에서 "우리는 러시아를 막고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충분히 강한 우크라이나를 위해 매일 싸워야만 전장에서는 물론, 협상 테이블에서도 존중받을 수 있고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자에 대해선 "평화를 이루고 푸틴의 침공을 끝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구애'의 제스처를 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도 "2024년에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운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았고 정의, 공정한 평화, 우리의 승리, 전쟁 없는 삶을 향한 또다른 한걸음을 걸었다"며 "내년에는 우리 모두에게 힘, 단결, 영감을 기원한다"고 적었다.
푸틴, 군인 치하하며 "우리는 항상 전진"
푸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군인들을 향한 격려 메시지로 '전쟁 승리'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군인들은) 러시아를 지키는 위대한 군사 업무를 수행하고, 국민의 평화와 안전을 강력하게 보장하는 진정한 영웅"이라며 "당신들의 용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당신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2025년에는 모든 게 잘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항상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의 운명과 시민의 안녕은 언제나 우리의 궁극적인 가치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또 "21세기의 4분의 1을 마무리하는 2025년을 맞으며 우리는 이미 이룬 것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러시아가 자신의 통치 25년 동안 상당한 성취를 이뤘음을 에둘러 자찬하기도 했다.
프랑스 "유럽, 타국에 안보·방위 위임 안 돼"
유럽연합(EU)의 양대 회원국 정상이 내놓은 신년사에서도 전쟁은 빠지지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중동에서 이어지는 전쟁이 프랑스 안보·경제에도 위협이 된다며 "유럽이 안보와 방위를 다른 국가에 위임하는 것은 멈춰야 할 뿐만 아니라 프랑스는 주권 보장을 위해 군사적 재무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 미국의 비용 부담을 줄이거나, 유럽 안보를 등한시하는 대외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유럽 자강론'을 또다시 설파한 것이다. EU의 또 다른 한 축인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도 신년사에서 "독일은 우크라이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불안정에 대한 '반성'도 담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6월 유럽의회 선거 패배 후 결정한) 의회 해산은 프랑스에서 분열을 일으켰다"며 해당 결정을 내린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작년 7월 조기총선 이후 야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대통령이 임명한 공화당 소속 미셸 바르니에 총리는 의회 불신임 속에 약 3개월 만에 실각했다. 지난달 24일 공식 출범한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내각도 야권에서 불신임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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