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4 (토)

[기자의 시각] 새해부터 자동차 돌아온 신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신촌 연세로에 대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이 11년 만에 해제된다. 서울시는 지난 12월 19일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해제 관련 공고를 게재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버스가 오가는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촌 상인에게 “여기는 대학가(大學街)지요?”라고 물으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가 모인 곳인데 왜 아닐까.

여기서 장사를 오래 한 상인은 대개 이렇게 답한다. “대학생만 보는 데가 아니라 ‘모든 젊은이의 상권’이었어요” 들국화·신촌블루스가 탄생한 곳,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 매장1호점이 들어왔던 곳이 이 일대라는 자부심이 담긴 반응이다. 이젠 과거의 영광이 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이곳 소규모 상가 공실률(9.5%)은 서울 평균(4.9%)의 두 배 수준이었다.

신촌에 발걸음이 뜸해지는 여러 이유 중 상인들이 꾸준히 지적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대중교통 전용지구’다. 박원순 전 시장 때인 2014년부터 서울시는 서대문구 연세대 앞과 신촌로터리를 잇는 길이 550m 길 ‘연세로’에 승용차·택시 출입을 막고 버스만 다니게 했다. 왕복 4차로를 2차로로 줄이고 보도 폭도 넓혔다. 낡은 신촌 상권을 걷기 좋게 만들어서 ‘재생’(再生)하자는 취지였다.

이곳은 서울 최초의 ‘대중교통 전용지구’가 됐고 실제로 걷기 편해졌다. 이제 손님도 늘고 신촌도 살아날 줄 알았는데 상권은 10년간 악화일로였다. 상인들은 “도보 손님은 안 늘고 차 타고 오는 손님만 뚝 끊겨 장사가 더 안된다”고 수 년간 항의했다.

서울시는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2023년 1월부터 9개월간 일시적으로 차량 통행 제한을 풀었다. 연세로 일대 점포 700여 곳의 신한카드 사용액을 비교해 보니, 통행 제한을 푼 2023년 2~4월 사용액이 작년 2~4월 사용액보다 6.3% 많았다. 서대문구도 비슷한 실험을 했는데 통행 제한을 푸는 동안 점포당 하루 평균 매출액이 23%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차를 다니게 하니 상권이 살아날 기미가 보인 것이다.

10년 간의 ‘차 없는 거리’ 실험은 실패로 보였고 서울시는 1일부터 전용 지구를 해제했다. 이제 자가용이 자유롭게 다닌다. 우리나라에 두 곳 남은 대중교통 전용지구인 대구 중앙로, 부산 동천로도 상권 문제로 사실상 없어진 상태다. 중앙로는 2023년 11월 1050m 구간 중 450m 구간을 해제했고 부산 동천로는 2022년부터 단속을 유예하고 있다.

‘걷기 좋은 도시’라는 목표를 반대할 시민은 적을 것이다. 다만 차를 막는 것만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유럽 등 세계 곳곳은 차 없는 거리를 늘리고 있는데 왜 땅도 좁은 우리나라에선 잘 안 되는지 되돌아 볼 때다. 2014년에서 작년까지 서울 인구는 1010만명에서 930만명으로 줄었다. 반면 자가용 수는 같은 기간 239만대에서 266만대로 늘었다. 사람은 줄고 차는 느는 도시에서 신촌의 새로운 시도를 지켜 볼 때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

[박진성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