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전망’의 ‘불확실’ 언급
작년 12회→올해 37회 3배 증가
8년 전 朴 탄핵 때보다 훨씬 엄중
위기 때 黨派 초월해야 국가가 산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2월 7일 프랑스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만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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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오는 20일 재취임하는 트럼프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지난달 7일 프랑스를 방문한 트럼프는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회동했다. 그는 마크롱과 나란히 서서 “세상이 분명히 약간 미쳐가고 있다”며 “이를 마크롱과 논의하겠다”고 했다. 전 세계 인구의 상당수는 트럼프 때문에 세상이 혼란스럽다고 생각하는데, 마치 자신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미친 세상’을 언급한 것이다.
1977년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하버드대 교수가 ‘불확실성의 시대’를 펴낸 지 40년이 되는 2017년 트럼프 1기가 시작됐다. 그러자 배리 아이켄그린 버클리대 교수는 이를 ‘초(超)불확실성의 시대’로 정의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스스로 “세상이 미쳐 가고 있다”며 8년 만에 다시 임기를 시작하는 올해는 ‘초초(超超)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립외교원의 2025년 국제정세전망 보고서엔 ‘불확실’이 총 37회 언급됐다. 2024년 국제정세전망의 12회에 비해 3배 이상 ‘불확실’이 증가한 것이다. 중국, 일본에 대해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장기적으로 미·중 관계는 물론 국제정치와 경제에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도전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일본 정치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시바 정권의 국정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유럽은 어떤가. “유럽이 동부 유럽과 지중해 지역의 안보 위협 고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불확실성과 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마디로 전 세계가 불확실하다는 사실만 확실하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2017년 트럼프 1기 때는 ‘평화 시기’로 규정해도 될 정도다. 대통령 첫 임기를 막 시작한 트럼프는 아직 발톱을 드러내지 못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없었다. 그랬기에 북한을 제외하고는 우려했던 만큼의 외교안보 위기는 없었다.
그로부터 8년 후 지금은 어떤가. 트럼프는 1기 때와는 달리 백악관과 내각에 자신의 어떤 지시도 충실히 이행할 ‘예스 맨’만 기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북한군까지 끼어들어 더 격화되고 있다. 중동에선 간헐적으로 휴전 얘기가 나올 뿐, 언제쯤 전쟁이 끝날지 알 수 없다.
국제사회를 거래적 관계에 기반한 대형 투전판으로 보는 트럼프에게 상대방의 위기는 기회다. 캐나다에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고 하고, 덴마크령의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넘기라는 협박을 예사로 하는 트럼프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총리가 잇달아 직무정지된 상황에서 평소 한미 동맹을 경시하고 주한미군을 빼내고 싶어하던 트럼프가 강수를 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前) 정부 시절 그는 어떻게 해서든 문재인 대통령을 따돌리고 김정은과 둘이서만 만나고 싶어 했는데, 오히려 한국 대통령 부재를 반기지는 않을까.
그래서 제안한다. 윤 대통령의 ‘자폭(自爆) 계엄’ 및 탄핵 문제로 정치권이 피 튀기는 싸움을 하더라도 한미 동맹, 북한 도발, 중·러 견제 등의 중요한 외교안보 문제만큼은 당분간 하나 된 대응을 하는 비상기구가 필요하다. 어느 때보다 더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국제사회에서 정부와 여야의 일치된 대응만이 2025년 ‘미친 세상’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연초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게 바로 이 문제라는 인식을 정치권이 가져주기를 희망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온전(穩全)해야 당파싸움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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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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