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된 지난 12월 3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사진 오른쪽 위) 진입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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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공수처가 청구한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과 이를 집행하기 위한 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그런데 판사가 수색 영장에 ‘형사소송법 110조, 111조 적용은 예외로 한다’고 기재한 대목이 논란이 됐다. 두 조항은 ‘군사상·공무상 비밀 시설과 자료는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경호처는 이 조항을 근거로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거부해왔다. 그런데 판사가 윤 대통령 체포를 위한 수색은 막지 말라고 한 것이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판사에게 법 조항 적용을 예외로 할 수 있게 하는 권한은 없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만이 법률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굳이 영장에 그런 내용을 포함하지 않아도 체포 영장은 압수수색 영장과 달리 집행을 막을 법적 근거도 없다. 그런데 판사가 과도한 지침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족을 달아 위법 논란을 자초했다. 윤 대통령 측은 “사법 신뢰를 침해한 중대 사안”이라고 반발했다.
공수처가 ‘판사 쇼핑’을 했다는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공수처법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의 1심 재판을 서울중앙지법이 관할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유독 이번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은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다. 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판사를 골라 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공수처는 대통령 관저의 관할 법원이 서부지법이란 이유를 댔지만 이례적임이 분명하다. 공수처와 판사가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윤 대통령 측은 이런 상황 등을 들어 “체포 영장은 불법”이라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과 체포 영장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했다. 사실상 체포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관련 절차에 문제 제기하는 것과 법원 발부 영장에 불응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영장 집행 불응은 법 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 상황까지 온 데는 공수처의 출석 요구를 세 차례나 묵살한 윤 대통령 탓이 크다.
만일 대통령실이 체포 영장 집행을 가로막을 경우 큰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대통령이 이를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은 체포 영장 집행 전에 자진 출석해 당당히 조사에 응해야 한다. 관련 논란에 대한 판단은 사법기관에 맡기고 법적 절차를 통해 본인 입장을 소명하는 것이 대통령다운 길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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