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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세계 밝힐 K기술] 8만 가구에 전력 공급… 英 초원에 솟은 LS일렉 ESS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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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LS일렉트릭이 영국 보틀리(Botley) 지역에 구축한 ESS 발전소 전경. / LS일렉트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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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취임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탄 예고에 이어 대통령·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사태 등으로 한국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라 안팎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무장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정상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 속에서 한국을 빛내는 기업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달 4일(현지시각) 영국 남부 햄프셔(Hampshire)주의 페어햄(Fareham) 역에서 보틀리(Botley) 마을로 향하는 시골길을 자동차로 약 10분간 달리자, 넓은 초원 위에 설치된 회백색의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를 따라 들어가니 거대한 컨테이너 28개가 5000㎡ 부지에 좌우, 앞뒤 간격을 맞춰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컨테이너의 규모는 길이 10m, 높이 4m, 폭 2.5m였고 내부에는 총 210개의 배터리팩이 빼곡히 적재돼 있었다. 땅 밑으로는 복잡한 전선들이 연결돼 중앙부의 전력변환장치(PCS·Power Conversion System)로 향했다. 현장에서 만난 에두아르드 마린(Ediuard Marin) 영국 슈어에너지(Suir Energy) 수석엔지니어는 “이곳은 LS일렉트릭(LS ELECTRIC)이 EPC(설계·조달·시공)와 엔지니어링을 맡은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 저장 장치) 발전소로, 지난 10월 준공 이후 배터리셀 안정화 및 계통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 설치된 ESS 발전소는 직접 전기를 만들지는 않지만, 전기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해 ‘발전소’라는 이름이 붙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ESS는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한 시점에 전력망으로 전기를 방출해 발전소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LS일렉트릭은 이곳 보틀리에서 2023년 4월 총사업비 1334억원 규모의 ESS 구축 사업을 수주한 뒤 약 1년 6개월 만에 시공을 마쳤다. 설치된 설비는 PCS 50㎿, 배터리 114㎿h 규모로 최대 수요 시 총 8만 가구에 2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ESS는 보틀리 지역에서 풍력 등으로 생산된 친환경 전기를 영국 전력망 운영사 ‘내셔널 그리드’의 송전망으로 공급한다. 올해 1월 중 영국 전력계통에 연결한 뒤 향후 20년간 통합운영(O&M) 업무도 수행할 예정이다.

통상 전력망은 장거리 송신에 유리한 교류 전기를 사용한다. 교류 전기는 품질 관리를 위해 일정한 주파수를 유지해야 한다. 영국의 전력망은 50헤르츠(㎐)를 상용주파수로 사용한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내셔널 그리드 망에서 주파수가 50㎐보다 낮아지거나 높아지면 상황에 맞춰 이곳에 있는 전력을 적절히 공급해 계통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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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틀리(Botley) LS일렉트릭 ESS 발전소에서 현지 협력사 에두아르드 마린(Ediuard Marin) 슈어에너지(Suir Energy) 수석엔지니어가 ESS 설비 내부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정재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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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은 지난해 1월 영국 번리(Burnley)의 위도힐(Widow Hill) 지역에서도 총 1621억원 규모의 ESS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지난달 5일(현지시각) 위도힐 ESS 건설 현장에서는 내리막길 형태의 땅을 3개의 계단 형태로 평탄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상단부와 중단부는 ESS 컨테이너가 배치되고, 가장 하단에 위치한 곳에는 전체 ESS 컨테이너의 전류를 관리하는 관리실과 변압기가 배치된다. 이 지역에는 비가 자주 내리기 때문에 향후 윗층에 있는 흙 등 유실물이 아래로 내려오지 않도록 중간마다 4~5m 높이의 옹벽(Retaining Wall)을 설치하는 작업도 예정돼 있다.

총 1만3000㎡ 부지에 건설되는 위도힐 ESS 발전소에는 전력변환장치(PCS) 70㎿, 배터리 167㎿h 규모의 설비가 들어선다. 보틀리 ESS 발전소보다 커진 규모만큼, 설치되는 ESS 컨테이너 개수도 38개까지 늘어난다. 준공은 오는 2026년 9월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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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현지시각) 영국 위도힐(Widow Hill) LS일렉트릭 ESS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부지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정재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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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은 보틀리와 위도힐 두 곳의 수주를 기반으로 영국과 유럽 내 ESS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유럽의 ESS 시장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맞물려 급성장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의 ESS 시장 규모는 유럽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크다.

영국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하는 ‘넷 제로(Net zero)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ESS 공급이 가장 가파르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시장이다. 영국 정부는 현재 3.5기가와트시(GWh) 수준인 ESS 가동 용량을 2030년 10GWh, 2035년 20GWh로 확대할 방침이다.

LS일렉트릭의 영국 ESS 프로젝트 협력사 피터 도브(Peter Dove) 솔로스파워(Solos Power) CEO는 “영국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EPC 계약업체와 전기 엔지니어가 부족하고, 현지에 있는 업체들도 한국 기업보다 규모가 작다”며 “LS일렉트릭은 전력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도 우수한 한국 기업과 넓은 인맥을 갖추고 있어, 영국 시장에서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정재훤 기자(h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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