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 건너 푸젠성 핑탄, 대대적 대만기업 유치…
중국 경제 부진 등 변수 겹치며 사실상 실패 자조
[장저우=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5일(현지시각) 푸젠성 장저우시 둥산현 아오자오 마을에서 건해산물 판매와 어획 상황을 살피고 있다. 시 주석은 이틀간 대만과 가장 가까운 푸젠성을 방문해 농촌 활성화 작업, 문화유산 보호 활동 상황 등을 시찰했다. 2024.1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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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천년의 기회'라고 언급했던 대만에 대한 평화적·경제적 회유가 15년여 만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돈으로 충성을 살 수 없다는 자조가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경제가 하강할 경우 다양한 정치적 실험이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읽힌다.
2일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대만통합을 위한 베이징의 실험' 제하 특집기사에서 "대만해협 건너편 푸젠성 핑탄(平潭)을 활용한 중국의 대만에 대한 경제적 통합 시도는 중국 본토 경제가 흔들리고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기세가 약해지고 있다"며 "돈으로 대만의 충성을 살 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덩샤오핑(등소평) 집권 이후 이뤄진 중국 개혁개방은 대만에도 기회가 됐다. 1987년 양안 경제교류가 시작된 이후 대만 기업들도 줄지어 중국 본토에 공장을 세웠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2009년 홍콩식 '일국양제'(한 나라 두 제도)를 방식으로 하는 대만과의 경제적 통합 계획을 세운 건 이런 역사를 참고한 조치였다. 그리고 무대는 대만과 가장 가까운 핑탄이었다.
집권 1기였던 2014년 시 주석은 핑탄을 직접 방문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유대감 강화로 대만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며 '종합개발'을 발표했다. 대만 기업 유치와 인재 영입이 핵심이다. 경제 교류를 통해 접점을 넓히고 통일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도였다. 시 주석은 당시 핑탄 관리들에게 "천년에 한 번 오는 기회"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핑탄 발전에도, 양안 통일에도 다시 없을 호기라는 얘기였다.
대대적 투자도 동반됐다. 중국 정부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핑탄 인프라 투자에 1500억위안(약 30조원)을 쏟아부었다. 이 기간 대만 거주민 수는 수십명에서 출발해 3000명까지 늘었고, 1000개가 넘는 대만 기업이 핑탄에 자리잡았다. 핑탄~대만을 불과 30분만에 연결하는 고속철도 노선 건설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총 125km 길이 터널 구간인데, 현실화했다면 세계 최장 터널이 될 뻔 했다.
종합하면 중국 정부의 '종합 개발'은 이제는 규모 면에서 대만에 앞서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경제통합을 먼저 이루자는 의도였다. 이후 자연스러운 흡수를 계획했을 터다. 과연 성공했을까. SCMP는 "베이징(중국 지도부)은 이를 통해 대만인들이 중국 본토를 정치적으로 더 깊이 인식하게 되기를 원했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실패했다는 거다.
물론 특정 언론 보도만으로 성패를 논하긴 어렵다. 하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대만의 중국 본토 관련업무 총괄기관인 대륙위원회는 지난해 1~9월 중국 본토에 대한 투자가 30억4000만달러로 2018년 같은 기간의 84억9000만달러에 비해 급감했다고 지난 12월 밝혔다. 위원회는 특히 "푸젠성에 대한 투자는 전체 투자의 0.03%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푸젠성엔 전년 동기 대비 27.4% 늘어난 1121개의 새로운 대만 자금 지원 기업이 설립됐다"고 밝혔다. 상반된 집계다. 둘 중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적어도 진실을 상당 부분 왜곡한 기준을 갖고 집계하고 있다.
제한된 정보로 진위를 따지긴 어렵겠지만 푸젠성의 경제상황이 대만 특수로 개선되는 정황은 이제는 확인되지 않는다. 2012~2022년은 연평균 9.3%의 놀라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보인 핑탄은 지난 2023년 성장률이 3%로 둔화됐다. 푸젠성 전체 4.5%를 크게 하회한 수치다. 작년 성장률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최근 중국 경제상황을 불 때 더 내려갔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로 대만을 엮겠다는 계획은 역설적이게도 경제 때문에 흔들린다. 대만문제 전문가 탕용항 샤먼대 교수는 SCMP에 "중국 본토의 경기침체로 인해 대만 기업들에게 중국이 덜 매력적이게 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최근 몇 년간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푸젠성과 핑탄의 사업기회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1일 (현지시간) 하와이 진주만에 있는 USS 애리조나 기념관을 방문하고 있다. 2024.12.02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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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독립을 추진하는 민주진보당(DPP) 부상도 영향을 줬다. 민진당은 중국 정부의 '종합개발' 계획을 초기부터 '함정'이라고 불렀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며 중국 정부의 경제적 회유책은 결국 '바다를 건너'버렸다. 팬데믹이 번지던 2020년 중단된 핑탄~대만 간 페리선은 중국 정부가 스무 차례나 운항 재개를 요청했음에도 아직도 멈춰있다. 이전엔 연 약 10만명이 이 페리선을 이용했었다.
중국 정부의 계획이 삐걱거리며 중국과 대만 관계는 계속해서 멀어진다. 대만 국립정치대가 지난해 2월 조사한 결과 대만인의 2.4%만이 "나는 중국인"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특히 중국 정부의 경제적 통합 실패는 군사적 긴장감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양안의 우려는 크다. 중국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점차 잃어가면서 선택지가 극도로 좁아질 수 있다는 거다.
대만 밍촨대 양카이황 교수는 현지 언론에 "최근 수십년간 중국 정부가 대만에 유리한 조치를 도입하고 광범위한 교류를 추진했지만, 이는 의도치 않게 대만 내 반베이징 감정이 조성되게 했으며 이는 통일 후 대만 통치에 상당한 위험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 '종합개발' 계획의 현주소는 중국 경제 하강이 다양한 정치적 실험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여서 더 눈길을 끈다. 중국 정부가 장기화하고 있는 물가하락과 소비부진에 대해 계속해서 강력한 대책을 내놓는 것은 이 때문이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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