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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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인공지능(AI) 인재 유출국으로 전락하며 글로벌 AI 기술 경쟁에서 도태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AI 볼모지’로 불렸지만, 최근 적극적인 인재 육성과 유치 정책으로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한국의 1만명당 AI 기술 보유자 순유출은 -0.30명으로 나타났다. 10만명 기준 약 3명이 해외로 유출된 것이다. 같은 기간 일본의 순유입은 +0.54명으로, 10만명 기준 5.4명이 유입됐다.
이 조사는 OECD 산하 GPAI(글로벌 인공지능 파트너십)가 링크드인 데이터를 활용해 국가 간 AI 기술 보유자의 유입과 유출을 분석한 것이다. GPAI는 G7에서 제안돼 2020년에 출범한 AI 분야의 글로벌 다자협의체다.
한국은 지난 2019년 첫 조사에서 순유출이 -0.49명으로 AI 인재 유출국으로 분류됐지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순유입국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유입 규모가 다른 OECD 주요국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다. AI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테크 기업들의 경우 우수 인재 유치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9년 한국과 마찬가지로 AI 인력 유출국이었던 일본은 2020년 유입국(+0.69)으로 전환했고, 이후 꾸준히 유입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AI 인재 양성을 국가 전략의 중심 아젠다로 삼고 있다. 지난 2022년 발표한 AI 전략에서 재난 대응 시스템,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 해결,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며 AI를 활용한 사회 문제 해결을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AI 인재를 국내에서 육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인재를 적극 유치하기 위한 정책도 마련했다. 일본 정부는 ‘고급 외국인 인재 비자’를 통해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고, 연구 인프라와 생활 지원 혜택을 제공하며 외국 인재의 정착을 돕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세계 유수 대학 졸업생들이 일본에서 취업 활동이나 창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최대 2년간 체류를 허용하는 ‘미래창조인재제도(J-Find)’를 도입했다. 또한, 스타트업 비자와 글로벌 연구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AI 창업자와 연구자들이 일본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실제 일본 출입국 재류 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기업이나 회사 경영을 할 수 있는 재류 자격인 ‘경영·관리’(비즈니스 매니저)의 교부자는 총 6335명으로, 1년 새 일본에서 창업 가능한 외국인 수가 약 2배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도쿄에서 설립된 AI 스타트업 사카나AI는 설립 1년 만에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4668억원)를 기록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카나AI는 구글 본사 출신인 2명의 외국인 창업자에 의해 설립됐으며, 이들은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 모델을 개발하고 주요 논문을 작성한 인물들이다. 생성형 AI 선두주자 오픈AI도 지난해 4월 영국 런던과 아일랜드 더블린에 이어 해외 3호이자 아시아 1호 사무소를 이달 중 일본 도쿄에 개소한 바 있다.
최근 글로벌 AI 인재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이 전문직(H1B) 비자 제도로 세계 각지 AI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강경한 이민 정책을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이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일본과 싱가포르처럼 인재 유치를 위한 혁신적인 비자 제도와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면서 “특히 학력과 경력 중심의 기존 비자 발급 요건에서 벗어나 AI 전문성을 중심으로 평가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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