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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사랑만으로는 못 살아…"전문직만" "최소 건동홍" 결혼도 초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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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超)양극화 시대-③]의사는 의사, 법조인은 법조인…"구차하게 살 바에야 결혼 안해" 목소리

[편집자주] '중간'이 사라졌다. 저성장이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자산 규모가 양극화하고 '삶' 자체에서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는 초(超)양극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초양극화 현상은 공동체 구성원의 공통 목표와 가치를 설정하기 힘들게 한다. 통합에 악영향을 미치고, 우리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인 저출산 문제에도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초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고 하나의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해법을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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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적령기 남녀가 실제로 소개팅을 위해 올린 개인 프로필과 이상형 내용.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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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 학벌 최소 건동홍 이상'

'경기권'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여성 김모씨(30)는 최근 지인에게 소개팅 제안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남성은 34살에 키 181㎝,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AI(인공지능) 연구직 종사자라고 했다. 주선자는 남성이 "평판이 건국대, 동국대, 홍익대 이상인 대학을 졸업한 여성이 이상형"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성 최모씨(34) 역시 최근에 소개팅을 제안 받았다가 고민 끝에 거절했다. 여성은 올해 30살로 키 164㎝에 여의도 금융권 종사자였다. 여성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성을 원했는데, 주선자가 사전에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고 최씨에게 "괜찮은 사람 있다"며 먼저 제안을 했다. 최씨는 "전문직을 특정해서 말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초양극화'는 배우자를 만나는 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자신과 비슷한 직업과 소득, 성장 배경을 가진 남녀를 선호하는 현상이 고착화됐기 때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이같은 현상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은 연애와 결혼을 외면한다.


"전문직은 전문직, 고소득은 고소득" 그들만의 결혼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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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회사 '노블레스 메리미'에 의뢰하는 초혼 남녀 평균 조건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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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감당하려면 안정적인 직업과 소득, 부모의 경제력 등이 요구된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전문직은 전문직을, 고소득자는 고소득자를 선호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된다.

결혼정보회사 노블레스 메리미의 장유진 대표는 "의사 중에 50%는 의사를 만나서 결혼하고 싶어하고 나머지 50%는 나를 지원할 수 있는 유복한 환경의 상대를 원한다"며 "법조인 중에는 법조인 또는 사업하는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 제이노블의 이혜숙 상무 역시 "의료진은 의료진, 법조인은 법조인을 원하는 의뢰가 다수"라며 "대부분 환경이 비슷해야 결혼도 편하다고 생각한다. 집안이 괜찮은 의사 여성이 가업계승가 남성과 결혼한 케이스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같은 규모의 자산을 가진 남녀끼리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올해 강남의 한 아파트는 입주민들만의 맞선 모임을 주도해 '1호 커플'을 만들었다. 하나은행은 고액자산가 대상으로 '자녀 만남' 프로그램을 운영해 60쌍을 탄생시켰다.

결혼적령기 남녀들은 불확실한 미래 속 안정을 찾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김모씨(35)는 "사랑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험난한 세상"이라며 "성격이나 직업에 있어서 나랑 맞고 모난 부분이 없는 사람을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사와 결혼을 앞둔 20대 교사 이모씨 역시 "결혼은 집안끼리의 행사라서 선을 볼 때도 조건을 많이 봤다"며 "한쪽으로 소득수준이 너무 기울면 상대가 원하는 기대에 못 미칠 때 갈등이 생기기 쉽다"고 했다.


"내년에는 연애 잠시 쉴래요" 남은 자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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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강남의 한 아파트는 입주민들만의 맞섬 모임을 주도해 1호 커플을 만들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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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나 직업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 사람들은 선택권을 잃고 연애와 결혼을 포기한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여성 이모씨(33)는 지난해만 5번의 소개팅을 가졌지만 짝을 찾지 못했다.

이씨는 "최근 소개팅에서 만난 30대 의사는 성장 배경을 말하며 비슷한 사람을 찾고 싶다고 했다"며 "상대방 진심을 잘 모르겠고 저 역시 평가 받는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부담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직 준비를 하는 30대 남성 최모씨에게 연애는 '언감생심'이다. 그는 "직장과 집을 구하는 일부터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는 것까지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된다"며 "차라리 혼자서 행복하게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누구나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단칸방에서 신혼 생활하고 집 넓혀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구차하게 살 바에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유리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그만큼의 조건을 갖춘 상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이 추세"라며 "동질혼은 사회 불평등을 고착화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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