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폼스의 창립자 권도형씨가 2024년 3월 23일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경찰의 안내를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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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인물 테라폼랩스의 창립자 권도형(33)씨가 미국 연방법원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권씨는 이날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서 열린 첫 심리에서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부인했다고 외신들이 2일(현지시각) 전했다.
연방 검찰은 이날 공소장에 권씨의 기존 혐의에 자금세탁을 보태 모두 9가지 혐의를 적시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그를 기소할 때 12쪽 분량에 증권사기, 시가조작, 사기 공모 등 8가지 혐의를 적용했는데, 이번엔 혐의를 하나 더 보내면서 공소장 분량도 79쪽으로 크게 늘렸다.
매릭 갈랜드 미국 법무장관은 성명을 내어 “권도형은 테라폼의 가상자산과 관련한 정교한 사기행각으로 투자자들에게 400억달러(58조원)의 손실을 입혔다”며 “이제 미국 법정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권씨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130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날 기소장에 따르면, 권씨는 2021년 5월 투자 설명회 등에서 “테라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컴퓨터 알고리즘 ‘테라 프로토콜’이 테라 가치를 자동 복원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몰래 초단타매매 회사와 계약해 매수 주문을 넣어 인위적으로 가격을 떠받치도록 했다.
검찰은 “테라의 성장이 대부분 권씨의 뻔뻔스러운 속임수에 따른 것이었다”며 “2022년 5월 테라 가치가 떨어졌을 때 초단타매매 회사가 ‘이번에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결국 테라는 1년 만에 폭락하며 테라·루나 시스템 전체가 무너졌다.
권씨는 이날 푸른색 긴팔 셔츠와 검은 체육복 차림으로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모습을 나타냈다. 권씨는 법정에서 그의 변호인이 보석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구치 명령을 받았다. 권씨는 이날 79쪽에 이르는 검찰의 공소장을 들고 법원 집행관의 안내를 받아 법정을 나갔다.
권씨 사건은 뉴욕 남부 연방법원의 존 크로넌 판사에 배당됐으며, 오는 1월 8일 크로넌 판사 앞에 출석할 예정이다.
권씨는 가상자산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였으나,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50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혔다. 그는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했다. 2023년 3월 다시 두바이행 항공기에 타려다 위조여권이 발각되어 체포됐다. 한국과 미국이 모두 권씨의 인도를 요청했고, 권씨는 경제사범의 형량이 무거운 미국보다 한국으로 송환되기를 원해, 몬테네그로 당국과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미국은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여서 100년 넘는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지만, 한국은 경제사범의 최고 형량이 40여년으로 미국보다 낮다. 몬테네그로 당국은 지난달 31일 권씨를 미국으로 추방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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