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5 (일)

이슈 오늘의 사건·사고

“역사상 최고의 동체착륙…공항 콘크리트 둔덕 다 부숴야” ‘7000시간 비행’ 파일럿 일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종사들 대부분 콘크리트 둔덕 존재 몰라…KTX가 부딪혀도 폭발”

국토부, 다른 공항에도 해당 둔덕 설치…우리나라만 콘크리트 사용

“공항 콘크리트 둔덕 부수고 해외처럼 통과·감속되는 이마스 써야”

세계일보

지난해 12월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미국합동조사단이 로컬라이저 둔덕에 올라 조사하고 있다. 무안=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구독자 108만 명을 보유한 유명 파일럿 유튜버가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분석하며 ‘전국 공항에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를 설치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다 부숴야 한다’는 일침을 내놨다.

유튜버 ‘재테크읽어주는 파일럿’은 지난 2일 ‘무안공항 동체착륙은 최고였지만 결국 이것이 문제였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사고 당시 여객기의 상태와 함께 기장‧부기장 선택에 대한 의문점에 대해 요목조목 설명했다.

사고 여객기인 보잉 737-800 기종을 운행해 본 적이 있다는 그는 “비행시간 7000시간 정도 된다. 사고 난 기장이 6700시간 정도 되더라. 비슷한 시기에 기장이 됐고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을 운행해 상황이 이해된다”고 운을 뗐다.

“엔진 둘다 고장…활주로 방향·거리 아닌 콘크리트 둔덕 문제”

‘1차 활주로 접근 시 내려온 랜딩기어가 2차 접근 시 내려오지 않은 것’에 대해 그는 “사고 비행기 사진을 자세히 보면 양쪽에서 화염이 터지고 있다. 양쪽 엔진이 다 나간 것이다. 이러면 비행기의 랜딩 기어가 내려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동(기어 익스텐션)으로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수동 절차는 5분 이상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행기는 메이데이를 선언한 후 땅에 닿기까지 2분이 걸렸다. 유튜버는 “매뉴얼 기어 익스텐션할 시간도 없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그러면서 “기장이 고어라운드를 실시한 이유는 아마 처음에는 엔진이 하나만 나갔을 거다. 2개가 모두 나갔다면 바로 내렸을 거다. 하지만 하나만 나가서 고어라운드 조치를 한 뒤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반대편 엔진도 같이 나간 걸 인지한 거고, 그러다 보니까 바로 돌아서 내려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고기가 당초 착륙하려던 1번 활주로가 아닌 반대편의 19번 활주로 중간에 착륙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가장 가까운 활주로인 우측으로 돌아서 착륙을 시도한 것”이라며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이어 “활주하는 거리가 부족한 부분은 하나의 아쉬운 점일 뿐이지 참사로 이어지는 주된 요인이 아니다”라며 “콘크리트 둔덕이 없는 상태에서 쭉 미끄러져 갔으면 충분히 감속할 수 있는 공터가 있다. 콘크리트 둔덕 때문이지 활주로에서 터치 다운한 게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왜 역추진 장치인 리버서를 사용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기장이 착륙할 때 리버서를 사용했지만 엔진 2개가 나가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봤다.

동체착륙 장소로 바다를 선택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바다에 동체 착륙했던 경우 생존 확률은 20%고, 활주로에 동체착륙 하면 90%”라며 “바다로 가는 건 굉장히 무모한 짓이고, 조종사는 최고의 동체 착륙을 실시했다. 제가 봤을 때 기체에 손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역사상 가장 훌륭한 동체 착륙을 했다”고 전했다.

“콘크리트 둔덕 있는 공항 구조물 전부 부숴야…‘이마스’ 설치 필요”

유튜버는 ‘역사상 최고의 동체착륙’이라는 평을 재차 내놓으며 다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콘크리트 둔덕을 사고의 가장 큰 원흉이라고 강조했다. “조종사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면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이다. 저도 몰랐으니 당연히 모르셨을 거다”라며 “이건 KTX가 와서 부딪혀도 폭발할 정도”라고 평했다.

7년간 무안공항을 이용했다는 비행교관이자 조종사 A씨도 이날 매체 인터뷰를 통해 “수년간 무안공항에 이착륙하면서 상공에서 눈으로만 둔덕을 확인했고 당연히 흙더미인 줄 알았지, 콘크리트 재질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지난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ARAIB) 관계자들이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조사하고 있다. 무안=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해당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는 “다른 공항들에도 이 둔덕(로컬라이저를 설치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돼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유튜버는 “전 세계 어딜 봐도 로컬라이저를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한 곳은 없다”며 사실상 국내에만 있는 형태임을 꼬집었다. 이어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된 공항들의 구조물은 전부 부수고 바꿔야 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국내 공항에도 ‘이마스’(EMAS)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마스는 충격을 받으면 부서지는 발포 콘크리트로, 보도블록 같은 판을 만들어서 활주로 끝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소위 ‘오버런’을 하면, 콘크리트가 수수깡처럼 부서지면서 바퀴나 동체를 붙잡고 멈춰 세운다.

유튜버는 “해외에는 이마스가 많다. 감속하는 데 굉장히 도움 된다. 그러나 이마스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는 일회성이기 때문이다. 한 번 사용해서 부서지면 다시 깔아야 한다”며 “하지만 사람 생명보다 중요한 게 없다. 콘크리트 둔덕을 없애고 이마스를 설치하면 랜딩 기어가 안 내려오는 상황에서도 감속시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펜스 당시 미국 부통령 후보가 탔던 여객기가 뉴욕 공항에서 활주로 끝을 단 800m 남긴 지점에 착륙했는데, 이마스 시스템 덕에 멈춰 섰다. 당시 이 장치가 멈춰 세우지 못했다면, 비행기는 300m 이상 더 전진을 해서 8차선 고속도로 위로 떨어졌을 것으로 조사됐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 여론이 죽어서 말이 없는 조종사에게 향하고 있다”면서 “조종사의 랜딩은 굉장히 나이스했다. 콘크리트 벽을 세운 책임자부터 찾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