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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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뜨겁다. 새해에도 양국의 기술 규제 공방전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반도체 기술을 옭아매려 한 미국이 이번에 노리는 것은 중국 무인기(드론)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무인기에 필수적인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ICTS)’의 거래에서 비롯되는 국가 안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 대상은 적대국 정부의 소유·통제·관할·지시 대상인 개인과 기업이 디자인·개발·제조·공급한 무인기 ICTS다.

BIS는 “적대국,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무인기에 필수적인 ICTS의 디자인·개발·제조 또는 공급에 관여해 미국 ICTS 공급망과 핵심 기반 시설, 미국민의 보안과 안전을 포함한 국가 안보에 과도하거나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제기하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연방 규정상 적대국은 중국, 쿠바, 이란, 북한,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6개 국가이지만 BIS는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뒀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세계 무인기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악용할 위험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BIS가 인용한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개발한 무인기 제품이 미국 민간 무인기 시장의 최소 75%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중국이 드론을 해킹하거나 원격으로 통제해 미국의 민감한 시설을 감시하거나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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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는 무인기의 정보 수집과 연결성(connectivity) 역량에 가장 필요하며 적대국 활동에 가장 취약한 ICTS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인기에 탑재돼 정보 처리와 비행 통제를 하는 컴퓨터, 조종기, 송수신 장비, 위성항법시스템(GNSS) 센서, 각종 소프트웨어, 정보 저장 장치 등을 예시로 들었다.

BIS는 이런 부품과 기술을 미국에서 금지하거나 위험을 완화할 조처를 이행할 수 있다면서 관련된 의견을 오는 3월 4일까지 접수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만들 때는 규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는 규정안 사전 공고(ANPRM), 규정안 공개, 최종 규정 순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이번 규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시행 여부는 오는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결정한다.

미국이 중요 기반 시설에서 드론에 의존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면서 국가 안보가 드론에 의해 취약해질 수 있는 우려가 커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 하원은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무인기 제조업체인 중국 DJI 신규 제품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최근 뉴저지주에서 정체불명의 드론이 다수 목격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드론 기술은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을 지키는 데 필수”라고 강조했다.

중국 역시 즉각 반격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같은 날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 조정 내용’을 발표하고 배터리 양극재 제조 기술과 희소 금속인 리튬·갈륨 추출을 위한 일부 공정에 대한 수출 통제를 예고했다. 상무부는 다음달 1일까지 이번 수출 통제 추진 방안에 관한 대중의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관영 신화통신은 “기술 수출입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전했다. 다만 언제부터 수출 통제를 시행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자원 무기화’로 맞서왔다. 지난달 3일에는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및 초경질 재료와 관련한 이중 용도 품목의 미국 수출을 금지했다. 기존에 수출 제한을 받던 흑연의 경우에는 더욱 엄격하게 통제하기로 했다. 미국이 대중 수출 통제 대상에 특정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배터리 등의 원료로 쓰이는 준금속인 안티몬 수출을 통제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안티몬 생산국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제재한 HBM은 중국 정부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품목”이라며 “미국의 이어지는 제재에 중국은 수출 통제 품목을 확대하거나 미국의 특정 기업을 제재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국 군수 기업에 대한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도 계속되고 있다. 2일에는 보잉, 록히드마틴을 포함한 미국 소재 28개 군수 기업을 수출 통제 명단에 포함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자국 기업의 이중 용도 물품 수출을 금지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지난달 말에는 ‘대만 군사 지원’을 이유로 레이시언 등 미국 군수 기업 7곳과 각 회사의 고위 경영진을 제재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상무부는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이자 중국 핵심 이익에 관계된 것으로 어떤 외부 간섭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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