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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윤석열 무조건 보호가 사명? ‘내란수비대’ 경호처 폐지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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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한 3일 아침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들머리로 경찰 등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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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일 오후 1시30분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했다. 대통령 경호처의 격렬한 저항에 5시간30분 만에 일단 물러선 것이다. 경찰은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 경호원들, 경호처 지휘를 받고 영장 집행을 막은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병력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방침이다.



이날 경호처가 저항한 배경에는 ‘경호처 존재 이유’가 있다. 경호처는 “대통령의 절대 안전 보장을 존재 이유이자 숭고한 사명”으로 본다.



공수처·경찰·국방부 조사본부가 참여한 공조수사본부는 이날 박종준 경호처장에게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제시하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박 처장은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구역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한다’고 했다. 경호처는 오히려 “무단침입과 불법행위를 자행한 책임자와 관련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경호처가 ‘최상위 헌법’에 따른 대통령 내란죄 수사를 위해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일개 정부 조직이 내세우는 ‘숭고한 사명’ 따위로 헌법 위에 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호처는 하위 법령인 정부조직법과 대통령경호법 등에 설치·운영 근거를 둔다.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종준 ‘내란 수비대장’





경호처가 강조하는 존재 이유를 한겹만 벗기면 ‘조직 보호’ 논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경호처는 대통령 직속기구이다. 주요 선진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국가정상 경호 조직을 직속기구 형태로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최근접에서 대통령을 ‘모시는’ 경호 책임자가 대통령을 등에 업고 권력을 남용하는 ‘측근정치’ 수단으로 활용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승만 대통령 때 4·19혁명 시민을 향해 발포 명령을 했던 곽영주 경무대경찰서장(사형), 박정희 유신정권 실세였던 차지철 경호실장(궁정동 안가서 총격 사망), 전두환 심기까지 경호했던 5공 실세 장세동 경호실장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경호조직 역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권력기관으로 변질했다.



내란 중요임무종사자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역시 2022년 5월 경호처장으로 임명되며 윤석열 정권 최측근 실세로 군림했다. 경호처장으로 있으며 윤 대통령과 수시로 내란을 모의한 혐의를 받는다. 윤 대통령은 최측근 경호처장을 군을 지휘하는 국방부 장관에 내리꽂은 뒤 군을 동원한 내란 사태를 일으켰다.



‘내란 수비대장’을 자처한 박종준 처장 역시 사실상 정치인이다. 경찰청 차장 출신으로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을 받아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경호실 차장으로 근무한 뒤, 2016년 새누리당 후보로 총선에 다시 나서기도 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국민의힘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박 처장은 이번 내란 사태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는데, 이번 체포영장 집행에 격렬히 저항한 이유 등을 두고 내란 가담 의혹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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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을 임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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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군사정권 산물…대통령 외 통제 불능 조직





현재의 경호처는 박정희 군사정권의 산물이다. 1963년 독립기관으로 대통령경호실이 창설된 뒤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쿠데타로 들어선 ‘군사정권 친위대’가 현 경호처의 모태인 셈이다.



경호제도 전문가들은 대통령 직속 경호기관 형태가 효율적 경호업무 수행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직속기관화된 경호조직은 친위대와 같은 성질을 갖게 되며, 후진국가 또는 독재정부라고 비난받는 국가에서 나타나는 조직형태”(한승훈 동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선진 각국의 국가원수 경호제도에 관한 연구’)라고 지적한다.



세계 최고라고 평가받는 미국 대통령 경호조직을 거느린 비밀경찰국(비밀경호국)은 백악관 직속이 아니다.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 등 여러 경호 실패에도 불구하고 비밀경찰국을 대통령 직속기구로 바꾸지 않고 있다. 1865년부터 미국 재무부 소속 기구로 운영되다,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2003년 미국 국토안보부 밑으로 들어갔다. 최고책임자는 차관보급이다. 권력남용을 막기 위해 상급 관리자가 경호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조직 형태다.



내각제 국가인 영국은 런던광역경찰청 특별임무국(특수작전국), 캐나다는 연방경찰청 경호경비부, 일본은 경찰청 황궁경찰본부(왕실)와 경시청 경호과(총리)에서 경호를 맡는다. 준대통령제인 프랑스는 경찰청 요인경호실, 이원정부제인 독일은 연방범죄수사청 경호총국이 담당한다. 최고책임자 직위는 치안감급 또는 경무관급 수준이다.



이런 조직 형태는 경호책임자나 경호조직의 권력화를 막고, 경호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대통령 경호처 폐지·이관될 수도





대통령 외에는 통제 불가능 조직이 된 경호처를 개혁하려는 노력은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2017년 1월 대통령 직속 경호실을 폐지하고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으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선진국 대부분은 이런 형태의 권위적인 경호실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하는 계획이 무산되면서, 이와 연계했던 경호처의 경찰청 경호국 이관도 무산됐다. 대신 장관급이던 경호실장을 차관급 경호처장으로 격을 낮추는 선에서 끝났다.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등 국정농단 관련자들이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들었던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는 ‘숭고한 사명’을 내세운 대통령 경호실의 민낯이었다.



박근혜 탄핵소추 직후인 2016년 12월 국회에는 대통령 직속 경호조직을 폐지하고 경찰청 대통령경호국에서 담당하는 대통령경호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권위주의적 군사정권의 산물로, 정치적 격변기에 정권 친위대 성격으로 만든 조직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경호처가 대통령 측근정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치러질 조기 대선 과정에서도 ‘윤석열 사병집단’ ‘내란 우두머리 친위조직’이 분명해진 대통령 경호처 폐지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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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로 가는 차도를 버스와 차량들이 막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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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처장·경호원·군인 등 200여명 처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직후 “윤석열의 찌질함과 구질구질함이 다시 확인됐다. 관저에 틀어박혀 숨어 있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영장 집행을 물리력으로 막아선 경호처 관계자들을 모두 내란 공범으로 간주하고, 특수공무집행방해·범인은닉·직권남용 혐의로 현장 체포해야 한다고 했다.



공조수사본부는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4일 출석을 요구했다.



서울 한남동 관저에 머무는 윤 대통령 체포는 경호처 주장과 달리 ‘군사상·공무상 비밀 압수·수색’과 아무 관련이 없다. ‘물건’이 아닌 수사에 불응하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를 붙잡아 검사실 의자에 앉히는 형사소송 절차일 뿐이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력으로 막은 경호처 인력이 200여명에 달했다고 했다. 이들에게는 우선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된다.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을 폭행 또는 협박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공무집행방해죄)할 수 있는데, 여러 명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상태에서 이 같은 행동을 하면 형량이 50%까지 가중되는 ‘특수공무방해’가 된다. 영장 집행을 하려던 공수처 직원들이 다쳤다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받게 된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는 대통령경호법이 정한 ‘경호’ 범주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대통령경호법은 ‘경호’를 ‘경호 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신체에 가해지는 위해를 방지하거나 제거하고, 특정 지역을 경계·순찰·방비하는 등 모든 안전 활동’으로 규정한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은 윤 대통령의 생명과 안전에 어떤 위해도 없다. 따라서 박종준 처장이 관저와 관저 주변을 경호구역으로 지정해 공수처 영장 집행을 막고, 이런 지시를 따른 경호원과 경호처 소속 군인 등은 직권남용죄로 처벌된다.



대통령경호법은 ‘소속 공무원은 직권을 남용해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대통령경호법은 경호처 직원 임용 결격사유로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한다. 금고 이상의 선고유예만 받아도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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