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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캐나다도 그린란드도 미국 땅”…못 말리는 트럼프의 허풍과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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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22일(현지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터닝포인트 USA’ 주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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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특유의 허풍일까, 계산된 도발일까. 1월20일 백악관 입성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남의 땅 눈독 들이기’가 선을 넘고 있다. 그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칭하는가 하면, 파나마 정부를 향해선 25년 전 운영권을 넘긴 파나마운하를 환수하겠다고 위협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린란드가 미국에 편입돼야 한다며 상대 의사와는 무관한 매입 주장까지 펼쳤다. 취임 전부터 타국에 대한 주권 침해에 해당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으며 동맹국까지 도발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또 남의 땅에 눈독…선 넘는 도발

트럼프는 지난해 12월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고 칭하는 등 캐나다 국민 감정을 건드렸다. 그는 이어 12월25일에도 재차 SNS에 글을 올려 “캐나다가 우리의 51번째 주가 된다면 세금은 60% 이상 감면되고, 기업들은 규모가 즉시 두 배가 될 것이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군사적으로 보호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자신이 캐나다 아이스하키 전설인 웨인 그레츠키를 만나 캐나다 총리 출마를 권유했다며 “그 자리는 곧 ‘캐나다 주지사’로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도발했다. 트럼프는 캐나다 국민이 그레츠키를 총리로 만들기 위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뜬금 없는 주장까지 내놨다.

트럼프의 연이은 도발은 양국이 관세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던 와중 노골적으로 상대를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캐나다 주권을 무시하고 동맹국 정상을 주지사로 낮춰 부르는 도 넘는 ‘조롱’에 미국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대국의 분노를 부르는 트럼프의 도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2월21~22일에는 파나마 정부가 미국에 ‘통행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며 파나마운하를 되찾겠다고 주장했고,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미국이 사겠다는 의향도 재차 밝혔다. 그는 파나마 정부의 거센 항의에도 자신의 SNS에 미국 국기가 나부끼는 운하 사진을 게시하며 “미국운하(United States Canal)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린란드에 대해선 “국가 안보와 전 세계의 자유를 위해 미국의 그린란드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그는 “그린란드 주민들이 미국에 오기를 원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집권 1기인 2019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이 사겠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했다가 덴마크의 거센 반발을 사며 외교 갈등을 빚었다. 다시 시작된 그의 도발에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성명을 내고 “그린란드는 우리의 것이고, 매물이 아니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덴마크 정부도 그린란드를 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실현 가능성 없는데…트럼프 왜 이러나

아무리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라고 할지라도 타국 영토를 강제로 빼앗는 것은 전쟁을 벌이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파나마운하의 운영권을 돌려받기도 쉽지 않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트럼프가 이렇듯 특유의 허풍과 위협을 계속하는 것은 상대국을 흔들어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계산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파나마운하 통행료 인하나 캐나다·덴마크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방위비 분담금 인상,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자 및 마약류 차단 조치 등 자국의 상업적·안보적 이익을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용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단순한 엄포는 아닐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상업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그는 철저하게 ‘거래’의 관점에서 외교 문제에 접근해 왔다.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고 판단하면 미국이 오랫 동안 고수해온 가치나 동맹도 개의치 않겠다는 행보를 보여 왔다. 다른 나라의 주권을 불가침 영역으로 여기지 않는 듯한 태도를 내비친 적도 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신 그를 “천재적”이라고 추켜세웠다.

특히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은 과장된 수사나 농담이 아니며 향후 심각한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집권 1기에 이어 또 다시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인 것은 안보 및 상업적 차원의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북극권의 전략적 요충지인 그린란드를 선점해 중국 및 러시아와의 ‘북극 패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기후변화로 그린란드의 80%를 덮은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그 안에 매장된 희토류를 눈독 들이는 국가들이 많아졌고, 그린란드를 지나는 북극 항로 개척도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열강이 자원 개발에 협력하자며 그린란드에 앞다퉈 구애에 나선 이유다.

전기차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50종 중 43종 이상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그린란드를 미국이 소유하거나 적어도 통제 아래 둔다면, 중국 희토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진영 인사들이 최근 몇 주간 그린란드를 실질적으로 획득하거나 통제할 방안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런 트럼프 식 ‘미국 우선주의’가 전통적인 고립주의와 달리 군사력을 토대로 타국 영토를 탐내는 팽창주의적이고 식민주의적 성격을 띤다고 짚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이런 사고관이 ‘미국 우선주의’라는 구호를 먼저 썼던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1913~1921년 재임)의 외교 정책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윌슨은 미국을 유럽에서 발생한 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겠다며 ‘고립주의’를 표방했으나,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선 개입주의 성향을 보였다. 현재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손을 떼려는 것처럼 유럽에선 전쟁을 피하며 고립주의 기조를 보이되, 미국 주변에선 확장주의적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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