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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환율 급등이 반갑다?...하동서 냉동김밥으로 달러벌이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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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비건 김밥(복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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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미국의 한 SNS에서는 한국 냉동김밥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재미교포 인플루언서 ‘사라 안’이 “냉동김밥은 차원이 다른 간편식”이라며 소개한 영상은 순식간에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후 미국 전역의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한국산 냉동김밥이 품절 사태를 빚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중심에는 경남 하동에서 시작된 작은 농촌 기업, ‘복을만드는사람들(이하 복만사)’이 있었다.

현재 복만사의 냉동김밥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20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그덕에 2023년 매출 50억원을 돌파했고 2024년에는 회사 추산 매출 100억원 가까이 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눈길 끈다.

한국 농촌에서 소규모로 시작한 냉동김밥 스타트업이 이제 글로벌 간편식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창업자는 조은우 대표.

조 대표는 “복만사는 건강하고 좋은 음식을 통해 복을 나누는 기업”이라고 설명한다. ‘복’은 소비자에게 건강과 만족을, 지역 농민과 협력사에게는 경제적 안정과 기회를, 직원들에게는 자부심과 성장의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회사 이름처럼 복만사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복’을 전하는 기업이 되고자 사명을 지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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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우 복만사 대표(복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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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농촌에서 시작한 글로벌 기업의 꿈

조은우 대표는 처음부터 김밥 사업을 한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그는 “평생 월급쟁이로 살 순 없다”는 결심으로 창업에 나섰다. 그의 첫 도전은 고향인 진주에서 시작한 고깃집이었다. 하지만 준비 부족과 경험 부족으로 첫 번째 가게는 얼마 못 가 문을 닫았다. 실패의 쓴맛을 보며 그는 더 철저히 준비한 끝에 두 번째 고깃집을 열었다. 이 가게는 월 순수익 1000만원을 찍을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지나친 자신감이 화근일까. 그는 더 큰 성공을 꿈꾸며 서울 강남 한복판에 죽집을 열었다. 다양한 식재료, 프리미엄을 지향했지만 결과는 하루가 멀다 하고 쌓여가는 적자와 임대료 압박이었다. 매출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번번이 허사로 돌아왔고 결국 가게는 문을 닫았다. 한때 그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가게가 사라지던 날, 조 대표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며 절망했다.

그는 빚더미 속에서 서울을 떠나 고향과 가까운 경남 하동으로 내려갔다. “도망치듯 떠났다”는 표현이 더 맞을 정도였다. 당시 그는 자신을 ‘실패한 사업가’로 여기며 자존감마저 바닥을 쳤다고 회상했다.

농촌에서 발견한 기회

하동에서 그는 처음에는 농촌과 농민들을 무시하는 마음을 가졌다고 고백한다. “촌놈들이 뭐 알아? 서울에서 성공해본 내가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오만함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달랐다. 그가 만난 지역 청년들은 농산물을 활용해 창의적인 가공품을 개발하고, 해외 수출을 도모하면서 농촌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를 보고 그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농촌이야말로 더 큰 시장을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통해 농촌도 살리고 저 자신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조 대표는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2016년 복만사를 창업했다. 큰 실패로 사실 수중엔 돈이 거의 없었다.

“귀촌 후 농촌의 자원과 국가지원사업을 활용해 사업을 다시 시작해보자고 마음 먹었어요. 하동이라는 지역농산물로 만든 제품 아이템과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한하는 기대효과를 잘 어필해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창업자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각종 지역농산물을 가공하면서 특허를 따내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첫 아이템은 ‘하동찰호떡’이었다. 지역 특산물과 결합한 새로운 콘셉트의 간식이었다. 첫선을 보였을 때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겨울에만 잘 팔린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후 그는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해 역시 지역 농산물을 응용한 ‘대롱치즈스틱’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전국 휴게소는 물론 일본 시장까지 진출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냉동김밥에 눈 뜨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역 농산물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확장성 있는 아이템을 고민하던 그는 2017년 한국국제식품박람회에 참가했다가 우연히 홍콩의 바이어를 만나게 됐다. 그 바이어는 홍콩에서 K푸드 열풍이 불기 시작하는데 품질력 있는 김밥이 개발되면 수입하겠다고 했다. 이 말은 조 대표에게 숙제처럼 여겨졌다. 이후 2년 간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다 해외 수출하려면 유통기한이 길어야 하고 한국에서의 맛 그대로를 구현하려면 ‘냉동김밥’이 답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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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꾸준히 다양한 국내외 식품 박람회에 참가, 해외 진출 기회를 잡았다.(복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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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2019년 10월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상상력만으로” 냉동김밥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더불어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 먹는 ‘그 맛’을 살릴 수 있을까에 골몰했다. 그 결과물이 영하 50도의 급속 냉동 공정, 전자레인지로 3분 만에 간편하게 데울 수 있는 특허 포장 용기 등이다.

이런 노력 끝에 2020년 5월 냉동김밥 양산준비를 모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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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만사 냉동김밥 공장은 순간 영하 50도 얼리는 기술 등 다양한 푸드테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복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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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기다려준 홍콩 바이어는 약속대로 발주해줬다. 그렇게 2020년 6월 복만사 냉동김밥은 홍콩으로 첫 수출을 시작하게 됐다. 국내에서도 반응이 왔다. 그해 9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입점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곧바로 판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사업에 부침은 이후에도 있었다.

“사실 공장 짓자마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어요. 영업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랐죠. 더불어 ‘냉동김밥은 맛이 없을 것’이란 여러 유통채널 관계자의 고정관념 때문에 속상할 때도 많았어요.”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좋은 점도 있었다.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냉동김밥을 시켜먹어본 고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를 보고 마켓컬리 같은 대형 온라인 채널에서 입점 요청이 들어왔다. 특히 컬리에서는 입점하자마자 품절대란이 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코로나19가 거의 끝나가던 2022년 다시 한국국제식품박람회가 개최됐다. 국내 온라인 마켓에서 인기가 검증된 복만사 김밥은 국내외 바이어에게 큰 관심을 끌게 됐다. 그덕에 미국에 소규모지만 수출 계약을 할 수 있었다.

美인플루언서에게 김밥 먹였더니...

조 대표가 그렇게 바라던 미국 진출. 하지만 복만사가 곧바로 급성장 한 건 아니다. 조 대표는 당시 막 출시된 냉동김밥 샘플을 미국으로 보내며 소비자 반응을 살폈다. 그러다 우연히 그는 재미교포 인플루언서 사라 안의 SNS 계정을 알게 됐다. 다양한 음식을 맛깔나게 소개하고 있었다.

그는 사라 안과 같은 인플루언서들이 K푸드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알고 제품을 알리기 위해 직접 이메일을 보내고 협업을 제안했다. 결국 사라 안이 냉동김밥을 시식한 뒤 이를 극찬하는 영상을 올리며,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그녀의 SNS 영상이 퍼지면서 미국 전역의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이후 복만사는 미국 대형 유통사와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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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형 매장에 진열된 K냉동김밥. 김밥을 음차한 영어 표기가 눈길끈다.(복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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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로 뻗어가는 냉동김밥

미국에서의 성공 이후, 복만사는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프랑스, 영국, 호주, 중동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 냉동김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K푸드 간편식’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조은우 대표는 “김밥이라는 이름 그대로 해외에 알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모든 마케팅에서 이를 고수했다”고 강조했다. 과거 일부 국가에서는 김밥을 ‘코리안 스시(Korean Sushi)’로 소개하며 일본 스시와 비교하곤 했지만, 복만사는 ‘김밥’이라는 고유명칭을 내세워 한국 식문화의 독창성을 강조했다. 이런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김밥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중동 시장은 복만사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비건 열풍과 할랄 인증을 필요로 하는 중동 시장의 특성에 맞춰 비건 김밥과 할랄 인증 김밥을 출시하며, 차별화된 제품으로 현지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이런 노력은 중동 지역 대형 유통업체와의 계약으로 이어졌고, 김밥은 단숨에 인기 상품이 됐다.

그의 철학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품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복만사의 김밥은 포만감, 저칼로리, 높은 단백질 함량, 풍부한 식이섬유를 모두 충족시키며 현대인의 건강한 푸드 라이프스타일에 부응하고 있다”며 “수입 농산물 대신 100% 국산 농수축산물을 사용해 지역 농업과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복만사의 장기 목표는 김밥을 전 세계인의 일상적인 한 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쏟아지는 해외 주문 덕에 최근 공장 확장을 하면서 복만사는 새해 목표 매출을 200억원으로 올려잡았다. 그는 글로벌 과일 브랜드 델몬트를 예로 들며 “전 세계인이 김밥하면 떠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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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국가, 인종을 겨냥, 다양한 신제품을 계속 개발 중인 복만사.(복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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