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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2025년 기업 신년사의 공통 주제는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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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주요 그룹 신년사 살펴보니
일제히 "올해 내수 위기" 강조
신사업·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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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2025년 새해가 왔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한 일이 기억나시나요? 언론사의 새해 첫 업무는 언제나 신년사 정리입니다. 새해 첫 출근을 했던 지난 2일에도 그랬습니다. 주요 그룹들이 잇따라 회장 혹은 CEO의 신년사를 공개했습니다.

예전에는 신문에 실린 기업인들의 신년사를 보면 그냥 교장 선생님 훈화말씀같다고 생각했는데요. 이 일을 하다 보니 기업들이 신년사를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뻔한 말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올해의 방향성과 목표가 담겨 있습니다. 경제 전망에 자신이 없는 분이라면 주요 기업의 신년사를 훑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올해 신년사는 대체로 우울한 분위기입니다. 부정적 전망이 가득합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엔 내수 소비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통상환경·정세의 급격한 변화, 인구 고령화, 경제 양극화, 기후 변화, AI혁신이 가속화되며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복합적 구조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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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CJ그룹 회장/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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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불확실성 확대, 내수 시장 침체 장기화 등으로 경제 상황이 그 어느때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봤고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고물가와 불경기 등으로 시장상황이 나쁘다"고 평가했습니다.

프랜차이즈업계도 '위기'를 강조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2025년도는 보호무역을 강화한 트럼프 2기 시작, 우크라이나 등 전쟁 장기화, 국내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위기가 확대되고 있다"고 신년사의 운을 뗐고요. 권원강 교촌에프앤비회장도 현재 상황을 "난국의 시대"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 보이는 모습도 그러합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계엄사태는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며 아직까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바라보고 있고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보호무역을 외치며 관세를 늘리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올해도 경제가 어려울 듯 합니다.

올해 할 일

위기다, 힘들다만 외치면 이들이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기업인들이 아니겠죠.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마음가짐을 당부하는가 하면 우리 기업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글로벌 시장 개척이나 혁신 등 어느 기업에서나 통할 만한 이야기가 있는 반면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엇갈린 처방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그룹의 경우 신동빈 회장의 발언 수위도 높았습니다. 신 회장은 "올 한 해 더욱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며 "가장 먼저 재무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7월 VCM(사장단회의)에 이은 두 번째 '재무 강조' 발언입니다.

이어 "불필요한 업무나 효율성을 저해하는 사항들이 없는지",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비용 절감" 등의 표현도 덧붙였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 해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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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오른쪽) 신세계그룹 회장/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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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신년사의 대부분을 할애했습니다. 특히 기존 사업이 아닌, 신사업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손 회장은 "성장의 기회가 이미 있었거나 새로운 기회가 열렸음에도 준비가 부족해 활용을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도 기회가 열려 있는 사업, 커다란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사업들이 있다"고 적극적인 신시장 공략을 요구했습니다.

정반대의 자세를 취한 오너도 있습니다. 바로 정용진 신세계 회장입니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본업 경쟁력"을 강조했습니다. 또 "2025년은 우리의 본업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며 위기를 정면 돌파할 핵심 무기로 '1등 고객을 만족 시키는 본업 경쟁력'을 강조했습니다.

길지 않은 3매짜리 신년사에서 '본업'이란 단어만 총 11번이 나왔습니다.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다가 본업과 신사업이 모두 부진했음을 반성하고 다시 본업을 강조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남 탓 하지 말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오너들의 신년사는 대부분 '당부'하고 '주문'하고 '기대'하고 '바라'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임직원들의 반성과 분발을 촉구하는 겁니다. 정용진 회장의 신년사를 다시 한 번 볼까요. 그는 '책임 회피·온정주의' 같은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는 병폐를 거론하며 "1등 고객이라는 본질이 아니라 나 자신을 1등으로 여기며 교만해지지 않았는지 성찰해보자"고 질타합니다.

신동빈 회장이 "불필요한 업무나 효율성을 저해하는 사항들이 없는지 돌아보라"고 주문한 것 역시 임직원에 대한 질타로 읽힙니다. 그룹의 전략 설정 실패에 따른 재무 건전성 악화를 임직원의 나태 탓으로 돌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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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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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경영진의 실태를 반성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경영층의 적극적인 리딩이 있어야 전략 추진의 속도가 올라가고 멀게만 보였던 비전목표를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역할을 되새겼습니다.

손경식 회장의 첫 진단도 "단기적 대응에 치중한 나머지 확실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부족했고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지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이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신년사를 훑어보니 좋은 리더의 덕목, 좋은 신년사의 조건들이 어느 정도 떠오릅니다. 리더는 남 탓을 하기보다는 내가 하지 못한 것을 먼저 이야기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제시해야 합니다. 실패를 지적하기 전에 반성해야 하고, "해 달라"가 아니라 "함께 하자"고 부탁해야 할 겁니다. 2026년엔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이 담긴 신년사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1년 후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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