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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지금 애 나와요" 아내 챙기던 남편도 연행…'애앵~' 사이렌 사라진 그날[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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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1월5일, 36년4개월 만에 '야간통행금지' 해제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머니투데이

1982년 1월5일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된 서울의 밤 거리 모습/사진=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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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됐습니다. 애앵~ 애앵~"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밤 12시만 되면 거리마다 요란한 사이렌이 울렸다. 밤시간대 일반인 통행을 전면 금지한 '야간통행금지'가 실시돼서다.

'통금', '야통'으로 불린 이 제도는 43년 전 오늘인 1982년 1월5일, 36년4개월 만에 해제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통금 어기면 경찰 연행


야간통행금지는 1945년 9월 인천에 상륙한 미군이 치안 유지 편의를 위해 시행했다. 당초 서울과 인천이 대상이었지만 6·25전쟁과 남북 분단을 거치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됐고 고착화됐다.

1954년 4월엔 경범죄처벌법에 '전시·천재지변 기타 사회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 내무부장관이 정하는 야간통행 제한에 위반한 자'라는 규정이 생겨 통금을 어길 경우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생겼다.

앞서 조선시대에서도 실시된 적이 있었다. 조선왕조실록, 경국대전 등을 보면 밤시간대 통행 금지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통금을 어긴 사람은 곤장형에 처하기도 했다.

통행금지 시간은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밤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였다.

밤 12시를 앞두면 모두가 분주했다. 연인들은 눈물을 삼키며 헤어져야 했고 시간이 늦기 전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거리마다 난리였다. 택시로 급히 귀가하는 이들이 많아 합승도 일반적이었다.

자정이 되면 단속대원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곳곳에서 울렸고 단속을 피해 달아나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도 밤 거리에 울려퍼졌다.

통금을 어기면 경찰에 끌려가 파출소에 갇혔다가 벌금을 내고 풀려났다. 출산이 임박한 아내를 조산소로 데려가던 남편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갖가지 사연이 밤마다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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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1월5일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된 이후 야간 응급실이 운영되는 모습/사진=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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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올림픽 앞두고 해제…자유 찾고 경제도 살아났다


야간통행금지가 1982년 1월5일 해제된 결정적인 이유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행사를 앞두고 국가 이미지 차원에서 더이상 존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도 꾸준했다. 경제 활성화 정책도 통금 해제로 이어졌다.

통금을 해제하면 질서가 무너질 거란 우려도 나왔지만 기우였다. 시민들은 '잃어버린 4시간'을 되찾고 밤을 잊은 채 거리를 활보하기도 했지만 범죄 발생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교통사고도 2% 줄어들었다.

심야 영업을 시작하는 가게가 속속 생겨났고 야시장이 열렸다. 1989년엔 최초로 24시간 편의점이 들어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1998년엔 정부가 심야영업을 전면 허용해 24시간 영업하는 식당, 찜질방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또한 버스, 지하철 운행이 연장됐다. 택시나 화물차도 새벽시간 마음껏 달렸고 비행기 이·착륙 시간도 더이상 제한을 받지 않았다. 이에 유통이 빨라졌다.

야간 응급실이 운영되면서 응급환자도 제때 치료를 받게 됐다. 경찰의 민원처리도 24시간 이뤄져 치안이 좋아졌다.

경제 활성화는 숫자로도 증명됐다. 1980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1982년 6.9%, 1983년 9.0%로 높아졌다. 경제 성장률은 1982년 7.2%, 1983년 10.7%를 기록했다.


12·3 비상계엄 초안에 '통금' 조항…트라우마 호소하는 시민들


37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야간통행금지가 실시되면서 통제와 억압을 경험한 시민들이 많았다. 이들은 과거를 낭만으로 추억하기도 하지만 자유를 뺏겼던 날들에 일종의 트라우마를 호소하기도 한다.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 때 포고령 초안에 야간통행금지 조항이 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작성한 초안에 통금 조항이 있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가짜뉴스가 아니라니 충격적", "2024년에 벌어진 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시대착오적",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등 반응을 보였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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