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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반도체는 경제·안보 직결"…치열한 글로벌 지원 경쟁, 한국은 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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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K-반도체, 특별법에 달린 운명②

[편집자주] 반도체를 둘러싼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된다. 주요국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해택 등을 앞세워 자국 반도체 산업을 적극 육성해 왔다. 글로벌 첨단 기업들은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하며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건다. 우리는 정부가 '반도체특별법'을 마련해 지원에 나설 채비를 갖췄지만,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번 밀리면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반도체전쟁'에서 족쇄를 차고 달리는 격이다. 문제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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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일본은 달려가는데 우리만 기어가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의 지지부진한 반도체특별법 논의를 지적하며 한탄했다. 세계 주요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안보와 직결됐다는 판단하에 전폭적인 자금·제도 지원에 나서는 것과 한참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그동안 중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한국보다 '몇 수 아래'로 평가됐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중국 기업이 글로벌 레거시(구형)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위협하고 있다. 첨단 부문에선 여전히 격차가 있지만 추격이 거세 안심할 수 없다. 중국 기업의 빠른 성장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중국 정부는 '빅펀드'를 조성해 자국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2014년 '국가 반도체 산업 발전추진 요강'을 발표하고 같은 해 9월 987억위안(약 18조4600억원) 규모 1기 빅펀드를 조성했다. 2019년에는 2041억위안(약 38조170억원) 규모 2기 빅펀드를 출범했다. 지난해 3기를 조성했는데 규모가 1·2기 빅펀드를 더한 것보다 큰 3440억위안(약 64조3300억원)에 달했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SMIC 등이 중국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 대표 기업이다. 예컨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는 지난해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처음 3위로 올랐고 2분기에도 같은 순위를 지켰다. 업계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한 원가 경쟁력 확보와 과감한 설비투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협력을 성장 비결로 꼽았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23년부터 SMIC에 2억7000만달러 보조금 지급을 시작했고, 정부가 대주주로서 투자·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았던 일본도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과감한 지원을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수년 동안 자국 반도체 기업에 꾸준히 보조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일본 정부는 총 3조9000억엔(약 36조원)의 보조금을 풀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해 총리로 재선출된 후 기자 회견에서 2030년까지 반도체·AI(인공지능) 분야에 10조엔(약 93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주목받는 일본 반도체 기업으로 라피더스가 있다. 라피더스는 도요타·소니 등 일본의 대표 기업들이 2022년 설립한 파운드리다. 일본의 '반도체 부활'을 상징하는 기업인 만큼 일본 정부가 그동안 대량의 자금을 투입했고 올해 2000억엔(약 1조8000억원)을 추가 출자할 예정이다.

미국은 반도체법에 따라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총 527억달러(약 76조원)를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반도체 보조금 정책에 일부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에 첨단 기업을 유치해 반도체 제조 기반을 갖춘다는 정책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반도체 기업 지원은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경협은 '주요국 첨단산업 지원정책 비교 및 시사점' 자료에서 "미국·중국·일본은 경제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에 수십조를 지원하고 있지만 한국은 0원"이라고 지적하며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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