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예고된 참사’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항공 여객기 평균 가동 시간이 다른 항공사와 비교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빽빽한 스케줄로 여객기 가동 시간을 높여 수익을 늘리는데 이런 전략이 기체 결함, 노후화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지방공항들의 취약한 안전 문제도 무시 못할 변수다. 무안공항 참사 여파로 가뜩이나 침체된 한국 경제가 더욱 활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인명 수색을 하는 모습.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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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기 사고 역대 최대 인명 피해
사고 원인 두고 의견 분분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최고 수준의 안전장치가 탑재됐을 것으로 생각했던 항공기가 바퀴도 없이 전속력으로 활주로를 달린 후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024년 12월 29일 태국 방콕공항을 출발해 무안공항에 착륙하려던 제주항공 7C2216편은 오전 9시 3분쯤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이탈해 공항 외벽에 충돌했다. 항공기는 충돌과 동시에 폭발해 동체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꼬리 부문에 탑승한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승객 175명, 승무원 4명이 사망했다.
이번 무안공항 사고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아직까지 명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부 당국은 사고 원인을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인한 엔진 화재로 추정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2024년 12월 29일 오전 8시 57분쯤 이 항공기에 ‘조류충돌경보’를 보냈다. 2분 후 기장은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항공기 엔진에 새 떼가 빨려 들어가 오른쪽 엔진에서 화염이 발생하면서 연기가 기체로 유입됐다는 것이 탑승객과 생존자들의 전언이다. 항공기는 1차 착륙에 실패한 후 2차 착륙 중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활주로 끝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해 공항 콘크리트 외벽에 충돌한 직후 폭발했다.
그런데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동으로 내릴 수 있는 착륙 바퀴가 아예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공기는 통상 2400~2500피트에서 랜딩기어를 내린다.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을 경우 수동으로 조작할 수도 있다. 부기장 조종석 뒤에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릴 수 있는 레버가 있기 때문이다. “수동 레버를 당기면 잠금 장치가 풀려서 중력으로 랜딩기어가 내려가는데, 랜딩기어가 왜 내려가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항공업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동체착륙 이후 항공기가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돌진한 점도 의문점으로 남는다.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로 착륙하더라도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다른 제동장치가 많다. 항공기가 활공하고 있을 때 날개의 플립을 펼쳐 속도를 줄일 수 있고, 착륙 후에는 스피드 브레이크와 엔진 역추진으로 감속시키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감속장치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착륙 중 전원이 셧다운(차단)됐다는 주장도 있다”는 입장이다. 전원 셧다운은 항공기의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긴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항공기의 전원 공급 등 핵심 역할을 하는 엔진 2개 모두가 손상됐을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항공기 엔진 2개 모두 고장 났다면 정상적 운항이 불가능하고, 전원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착륙에 도움을 주는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다.
이번 참사 여객기 기종은 보잉 737-800 모델로 과거에도 여러 차례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켰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항공사고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보잉 737-800 기종의 국내 사고, 준사고 건수는 2010년 이후 총 8건으로, 이번 참사를 포함하면 9건으로 늘어난다. 항공사별로 제주항공 4회, 티웨이항공 2회, 이스타·상하이·대한항공은 각 1회씩이었다.
심지어 이번 참사 하루 만에 제주항공의 같은 기종이 정상적으로 운항하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24년 12월 30일 오전 6시 37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행 제주항공 7C101편은 이륙 직후 랜딩기어에서 이상이 발견됐다. 제주항공은 이 항공편에 탑승한 161명 승객에게 랜딩기어 문제에 따른 기체 결함을 안내한 뒤 회항해, 7시 25분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이 중 승객 21명은 불안하다는 이유 등으로 탑승을 포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보잉 737-800에 대해 전수 특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6시간 이하 단거리 노선에 주로 이용되는 이 기종은 국내 LCC 대부분이 운용 중이다. 총 101대 중 제주항공이 39대를 보유해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고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이 운용 중이다. 대한항공을 제외하면 모두 LCC다.
[김경민·정다운·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2호 (2025.01.08~2025.0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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