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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현장속으로]대구 동성로, 다시 ‘젊음의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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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 불안 등으로 연말연시 특수 소멸

공실률 20% 달해 전국 평균 웃돌아

내년까지 총 사업비 95억 원 투입

미디어파사드-카페 거리 등 조성

동아일보

4일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건물 1층 상가가 운영을 중단한 채 공실로 남아 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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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1시경 대구 지역 제1상권인 중구 동성로의 한 옷가게. 업주 박모 씨(42)가 계산대 구석에 쭈그려 앉아 한숨을 쉬었다. 연초 대목인데 동성로로 사람들이 몰리지 않아서다. 박 씨는 “작년 여름부터 매출이 크게 떨어졌는데 지난 연말 비상계엄과 여객기 참사까지 이어지면서 단골손님 발길까지 끊겼다. 연말연시 대목은 고사하고 당장 가게 월세 마련은 물론 생계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게 밖 거리도 새해 주말답지 않게 한산한 분위기였다. 사람들로 북적여 한 걸음 내딛기조차 힘들었던 동성로의 연말연시 모습은 옛 풍경이 된 듯했다.

대한민국 3대 상권으로 불리는 대구 동성로의 불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유동인구 감소와 주요 상업시설의 잇따른 폐업, 공실률 증가 등 거의 모든 지표에 적신호가 켜졌다. 대구의 심장 동성로에 심폐소생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 정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동성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9.82%에 이르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매우 심각했던 2020년 4분기(10∼12월) 18.12%보다 높은 수치다. 전국 평균인 12.73%보다도 7.09%포인트 높다.

실제로 이날 둘러본 동성로에서는 스무 걸음 남짓 걸을 때마다 유리창과 입구에 ‘임대’ 문구를 써 붙인 상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유명 의류 브랜드의 대형 매장과 통신사 대리점, 식당 등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업종의 상가가 문을 닫은 상태였다.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과 이어진 지하상가에도 공실인 상가가 곳곳에 있었다. 전문가들은 유통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한 것과 경기 침체, 동성로 랜드마크였던 대구백화점의 폐점 후 장기 방치 등이 주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시는 침체한 동성로를 되살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국비 14억 원 등 모두 95억 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동성로를 ‘젊음의 거리’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목표다. 우선 동성로 진입 지점인 옛 중앙파출소와 옛 대우빌딩 남측광장 등에 거리공연 공간을 조성한다. 또 옛 백화점부터 CGV한일 구간에는 대표 문화 거리광장을 만든다. 이곳에서 축제와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2021년 폐업한 채로 방치된 옛 대구백화점은 외벽 영상(미디어파사드)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향후 대구백화점이 매각돼 공사가 진행되더라도 공사용 가림막을 캔버스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사업자와 협의를 통해 3차원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전광판을 설치하는 등 야간 경관 명소로 만들어나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동성로 일대를 옥외광고물 표시기준을 완화하는 특정구역으로 지정해 디지털 광고물 등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도입해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고 상권 활성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또 유럽에서 볼 수 있는 감성 노천 카페 거리를 조성하고 주요 교통 거점이 있는 골목길에 야간 경관조명도 설치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상인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렴해 동성로를 시민과 관광객이 다시 찾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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