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의사당 폭동은 딥스테이트의 조작"
NYT "트럼프, 1월 6일 폭력 역사를 세탁했다"
2021년 1월 6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 앞에 몰려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2020년 11월 대선 결과(트럼프의 패배)에 항의하며 의사당 난입을 시도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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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1·6 의사당 폭동 사태의 폭도들을 '애국자'로 포장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현대 민주주의의 최대 상처로 꼽히는 '1·6 사태'가 6일(현지시간)로 딱 4년을 맞은 가운데, 미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부활' 비결을 이같이 표현했다. 2020년 11월 트럼프의 대선 패배에 불복한 극렬 지지 세력이 이듬해 1월 6일 벌인 폭동으로 인명피해(5명 사망, 120여 명 부상)까지 발생했고, 이 사태는 내란에 해당하며, 트럼프가 이를 선동했다는 게 검찰 수사로 인정됐는데도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역설은 '대체 역사 서술'로 가능했다는 얘기다.
트럼프, '1월 6일'을 자기 브랜드로 삼다
2023년 6월 워싱턴 연방법원 앞에서 시위 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예리코 스티브가 'J6(1월 6일)은 조작이었다'라는 팻말을 손에 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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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5일 '사랑의 날: 트럼프는 1월 6일의 폭력적 역사를 어떻게 뒤집었나' 제하 기사에서 4년 전만 해도 정치적 생명이 끝난 듯했던 트럼프가 어떤 수법으로 재집권에 성공했는지를 조목조목 분석했다. 정치적으로 불리한 사실을 역이용해 트럼프를 '박해받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 트럼프 진영의 전략이 미국 유권자들에게 먹혔다는 게 신문의 진단이다. NYT는 "트럼프와 그의 추종자들이 1·6 역사를 효과적으로 세탁해 '정치적 악몽'을 '정치적 자산'으로 바꾸었다"고 짚었다.
NYT에 따르면 첫 단계는 '의심의 씨앗 뿌리기'였다. 트럼프 측은 1·6 사태 당시 폭력을 행사한 주체를 '안티파'(안티 파시스트의 줄임말로,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좌파를 의미)라고 설파했다. 그런데도 부정 선거에 항의하러 의회를 찾은 '비폭력 시위대'(트럼프 지지자들)에게 그 죄가 덮어씌워졌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다음 단계는 '음모 이론' 유포였다. 트럼프 지지 세력은 1·6 의사당 폭동 사태가 트럼프를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딥 스테이트(막후 비밀 실세 집단)'의 조작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폈다. 보수 매체 폭스뉴스의 앵커 터커 칼슨 등도 이를 언급했다. 주류 미디어까지 가세한 셈이다.
이러한 '대체 역사'를 뒷받침하기 위해 '순교자'도 만들어냈다. 의사당 난입을 시도하던 중 경찰관 총에 맞아 숨진 애슐리 배빗(35)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2021년 7월 초 한 집회에서 "애슐리 배빗을 쏠 이유가 없었다. 누가 그녀를 쏘았나"고 했다. 심지어 "배빗 살해범은 민주당과 연결돼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내놨다. 그리고 경찰관 사망 사실에는 입을 닫았다.
"1월 6일은 사랑의 날"이라는 트럼프
2024년 7월 1일 미국 대법원이 1·6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제한적인 면책특권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해당 판결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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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1월 6일'의 비극, 폭력성은 철저히 외면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 그날을 '사랑의 날'로 부르고 있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은 1,600명 안팎인데, 오는 20일 취임한 직후에 대대적 사면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상·하원은 6일 합동 회의를 열고 작년 11월 5일 트럼프의 대선 승리 결과를 인증했다.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일 워싱턴포스트에 '미국인들이 1월 6일에 기억해야 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내고, "(1·6의) 역사를 다시 쓰고 지우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주의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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