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 후 첫 언론 인터뷰②
가장 소외됐지만 선의·정의감 가진 캐릭터 현주에 애착
현주팀을 모두가 응원하는 장면 만들어 주고 싶었다
'둥글게'는 유대 결속하게도 누군가 배제하는 게임
탑은 오디션 거쳐 선발···가장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기를 희화화하는 역을 한다고 할 줄 정말 몰랐다
여성 주요 캐릭터들이 엄마인 것은 나중에 보니 그렇더라
말도 안되는 상황에 나설 수 있는 강인함은 모성애라 생각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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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9월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1은 현재까지 누적 시청시간이 22억 시간을 넘긴 넷플릭스 최고 인기 콘텐츠다. 시즌1이 공개됐던 당시에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었고 이정재를 제외한 배우들이 신인급에 가까워 관심이 그다지 높지는 않았다. 오히려 화제가 됐던 것은 넷플릭스가 25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했다는 사실이었다. 반응도 시즌2만큼 빠르지 않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 시간 조회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시즌2는 공개 즉시 뉴질랜드를 제외한 92개 국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에 이름에 이름을 올렸고 하루가 지나서는 뉴질랜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집계 기준으로도 공개 첫 주 시청 시간이 약 5억 시간을 기록해 넷플릭스 콘텐츠 중 공개 첫 주 가장 많은 시청 시간을 기록한 작품이 됐다.
이처럼 시즌1은 기대 없이 세상에 나온 작품이었지만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보이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신선하고 충격적이지만 날카로운 비판 정신이 주제 의식을 관통했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게임 등은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오징어 게임 신드롬’의 주역이 됐다. 황동혁 감독은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게 된 가장 대중적인 감독이자 박찬욱, 봉준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명성도 얻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거듭났다. 주인공 성기훈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도 이 작품 하나로 단번에 글로벌 스타가 됐다.
가장 유명한 K콘텐츠가 된 ‘오징어 게임’이기에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높은 기대감 속에 미국 언론에 먼저 공개된 시즌2는 예상을 뒤엎고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야기가 정체돼 있다.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비판했고, 영화 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도 “날카로움을 잃어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 영화전문매체 버라이어티는 “극도로 몰입하게 한다”고 호평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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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외신의 평가는 엇갈렸고 국내에서도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탑(최승현) 출연부터 연기력 논란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흥행에 정말 적신호가 켜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예견된 ‘반전’이 일었다. 시즌2가 공개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23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미리 접한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시즌1 만큼이 흥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시즌1의 팬덤이 시즌2로 당연히 이어질 것이고 전편보다 새로울 수 없다는 속편의 운명을 감안하더라도 시즌2의 1화는 강렬했고, 이어지는 에피소드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유혈 낭자한 잔인한 장면들이 나오지만 시청자들은 다음 편을 계속해서 시청할 것으로 봤다.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함의하고 있는 바에 이미 시즌1에서 시청자들은 동의했기 때문이다.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최고 기록을 자체 경신하고 있는 시즌2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을 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즌2가 공개된 이후 국내 언론과는 처음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황 감독은 진솔했고 솔직했고 특히 시즌3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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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 일답
▲5인 6각 ‘근대5종’ 게임에서는 경쟁자들인데 응원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현재 사회랑 대비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인가?
-사실 현주(박성훈) 팀을 모두 응원하는 장면을 한번 꼭 넣어보고 싶었어요.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모두가 그를 응원하는 어떤 그 순간 그런 순간이 너무 사라져가고 있어요.
예를 들면 2002년에는 누구나 다 같이 뭉쳐서 응원하고 희열을 느꼈잖아요. 그런데 그게 너무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분위기를 이 게임 안에서 한순간이지만, 말도 안 되게 모두가 그 팀을 응원하고, 그래서 그 게임을 서로 경쟁하는 게임이 아니라 5분 안에만 들어오면 다 살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 놓은 거였어요.
원래는 누가 먼저 들어오면 저쪽이 죽는 게임으로도 해볼까 했다가 그러면 그런 순간이 나올 수가 없어서 모두가 한목소리로 응원하게 되는 그런 순간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에 그 게임을 만들고 그 순간을 넣어본 거죠.
▲다소 어두운 작품을 많이 하는데 코미디는 안 좋아하시나?
-저는 사실 코미디를 좋아해요. 심각한 영화를 만들 때도 “이렇게 하면 웃기지 않겠어?”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사실 이 작품이 무겁기도 하고 잔인한 장면도 많고 그래서 어느 순간에 좀 코믹하게 좀 풀어주고 싶은 생각도 좀 들었어요. 그런 결정적인 힘든 순간에 오히려 어떤 가장 웃긴 약간 찰리 채플린이 ‘모던 타임즈’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조이는 장면이나 구두를 삶아 먹는 장면도 되게 슬프고 어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런 아주 힘든 순간에 오히려 약간 코미디를 섞어서 비틀어보고 싶은 그런 욕심 그런 성향이 좀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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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에서 새로운 게임 선정을 어떻게 했나? 해외 반응이 좋은데 예상했나?
-시즌3의 게임 3개 중 첫 번째 게임은 사실 똑같은 게임이어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워낙에 시그니처 게임이기도 하고 영희도 등장해야 되고 그리고 기훈이 들어가서 경험자로서 이들을 이끌 수 있는 뭔가 하나가 있어야 되고 첫 번째 게임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이어야 된다고 생각을 했죠. 두 번째 게임부터는 그룹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팀들, 그룹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즌1에서는 딱지랑 달고나가 사랑을 받았듯이 한국 게임들, 전통 놀이들을 세계에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서 그 두 번째 게임에 이걸 싹 몰아서 하면 흥미도 좀 생길 거고 이렇게 한국의 아이들이 했던 놀이들을 다른 나라에도 소개할 수 있게끔 다양하게 그런 마음이 들어서 ‘5인6각 근대5종’을 만들었어요.
세 번째는 짝짓기 게임인데, 어릴 때 유치원 때도 소풍 가면은 시키던 게임이었거든요. 어린아이들한테 많이 시키는 게임인데 그게 아이들을 이렇게 막 서로 끌어안게 하면서 유대관계를 형성해 주기도 하지만 사람이 줄어들고 하면서 누군가를 배제시키기도 하는 게임이잖아요. 누군가를 떼어내기도 하고 버리고 버림받는 게임이기도 했어요. 어떤 면에서는 잔인하기도 하잖아요. 연대감과 소속감을 갖게도 하고 누군가, 약자를 잔인하게 버리고 배제하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경험하게 하는 묘한 게임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 ‘둥글게 둥글게’ 노래가 유행할 줄 몰랐어요. 외국 클럽에서는 이 노래가 막 나온다고 해서 저도 좀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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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종 마지막 경기에서 신해철의 ‘그대에게’가 나온다. 원곡이 그대로 나왔고 의미 심상했다.
-아까 말씀드린 현주 팀을 다 같이 응원하는 장면을 쓸 때 “이 정도 응원할 때는 그럼 다 같이 ‘그대에게’를 불러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저희가 아는 대표적인 응원가니까 거기에서 그 노래까지 하면서 응원을 하면 너무 간 것 같아서 그건 아니라고 생각을 했고, 기훈팀의 경기는 아무도 안 보잖아요. 마지막에 하니까. 그 노래를 응원가처럼 거기에 넣어 기훈팀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쓰고 싶었어요.
외국 사람들은 모르지만 우리한테는 되게 그것이 중요한 의미 있는 우리가 아는 노래니까 그냥 한번 써보자 했고, 썼을 때 굉장히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고 허락도 어렵게 받았어요. 나름 고생해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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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캐릭터들이 대부분 엄마이거나 엄마가 될 사람들이다. 혹시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나?
-준희와 금자는 엄마고 노을은 탈북자다. 제가 남자여서 뭔가 강한 동기가 필요했는데 이 사람들이 이 말도 안되는 엄청난 곳에 들어와서 이런 일을 굳이 해야 하는 강한 동기를 여자 입장에서는 모성애 같은 같은 강한 동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 말도 안 되는 곳에 들어와서 이걸 버티면 저들이 설명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안 그러면 그냥 다 빚에 쪼들려서 이런 얘기인데, 그거 다들 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어떤 강한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는 동력 그런 모티브를 생각하다 보니까 엄마라는 그래도 제가 생각할 때는 그런 가장 강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그냥 단순히 빚에 쪼들리는 사람들보다는 그래 제대로 이렇게 설정이 된 것 같아요. 저도 의도한 건 아닌데 생각해 보니까 또 그렇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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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탑(최승현) 캐스팅과 연기력 논란은 어떻게 생각하나?
-누구를 복귀시키기 위해서 캐스팅을 한 것은 아니에요. 오디션을 통해서 선발했고 이 친구가 그걸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일단 뽑았어요. 이 친구랑 어떻게 보면 극 중 타노스와 놀랄 정도로 비슷한 면이 있다. 대마초 때문에 망한 래퍼, 마약 때문에 망한 래퍼. 사실 그 친구가 안 한다고 할 줄 알았어요. 오디션을 보겠냐고 했을 때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는데 용기를 냈어요. 저 같으면 못 할 거 같거든요. 너무 자기를 희화화하는 역할이라서요. 어쨌든 오디션을 봤고 제가 생각할 때는 그 전에 오디션을 봤던 분들보다 이 친구한테서 가능성을 먼저 발견했어요.
사실 국내에서는 논란이 있지만 승현 씨의 경우 해외에서는 반응이 좋아요. 과장된 연기 같은 게 저는 좋았고, 해외 시청자들은 그게 어색하지 않은 거에요. 오히려 더 과장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해외에서는 인기가 많거든요, 한국과는 분위기가 달라요. 시즌1에서도 미녀와 덕수도 해외에서는 굉장히 호응이 좋았어요. 좀 과장하고 오버하고 어색하게 보거나 불편해하시는 게 많아서 타노스 역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실 거라고 생각은 했죠.
그리고 스포일러일 수도 있는데 시즌3에서는 타노스가 가지고 들어간 약으로 인해 엄청난 사건이 벌어져요.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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