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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음식이란 보기에 아름답고 맛도 유일무이하지만, 그와 동시에 셰프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흑백 요리사> 준우승 이후 본업인 요리 이외에 광고와 예능까지 넘나들며 바쁘게 활동 중인 스타 셰프 에드워드 리(53)의 첫 저서 <스모크&피클스>가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됐다. 책에는 어린 시절 할머니와 어머니가 만들어준 한국 음식에 대한 추억과 미국 남부에서 요리사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해가던 젊은 시절의 자화상이 130가지 레시피와 함께 실렸다. 요리 솜씨 못지 않게 뛰어난 그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13년에 출간됐다.
7일 오전 미국 워싱턴 자택에서 화상으로 기자들을 만난 그는 “한국에 저의 많은 팬들이 있다는게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면서 “11년 전 제 딸이 태어나던 주에 출간된 저의 첫 책이 한글 제목을 달고 나오는 건 상상하지 못했던 감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셰프란 “물감이나 단어, 음표 대신 자연이 제공한 재료를 사용하고 접시를 빈 캔버스 삼는 예술가”다. “음식에선 당연히 맛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셰프는 음식을 통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구나 맛있게 만들 수는 있어요. 하지만 예술가라면 음식을 만드는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는 날마다 노력합니다.”
그는 한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가 뉴욕에서 자랐다. 사춘기 시절 요리책을 성인잡지 보듯 탐하면서 요리사를 꿈꿨다. 요리사로서 정체성을 찾은 것은 2003년 미국 남부 켄터키주 루이빌로 이사한 뒤다. 그곳에서 22년 간 식당을 운영하며 그는 미국 남부 음식과 할머니의 한국 음식 사이의 유사성을 발견한다. “음식에 접근하는 방식이 비슷해요. 미국 남부 음식으로는 고기, 탄수화물인 콘브레드, 피클이 있습니다. 이걸 코스로 먹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먹는데, 밥과 갈비를 같이 먹는 한식과 비슷합니다.”
그는 사람이 변화하듯 요리도 변화해야 한다고 믿는다. 요리는 삶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요리는 개인적 선택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항상 요리에 제가 누구인지를 반영하려고 했죠. 저는 같은 음식을 계속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성장하는 만큼 제 요리도 달라지기를 바랍니다.”
책에서 그는 레시피의 첫머리 한국의 전통 미신을 소개했다. “젓가락은 절대 밥그릇에 똑바로 세워 꽂으면 안 된다”,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이 집안으로 들어온다”처럼 그의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들려줬을 법한 말들이다. <흑백 요리사> 촬영 중 징크스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첫 경연을 하는 날 늦잠을 자서 어쩌다 불편한 신발을 신고 참여했는데, 그 뒤로 계속 이기는 바람에 다른 신발들을 놔두고 마지막까지 그 신발만 신었다”고 말했다.
한국 셰프와 미국 셰프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한국은 많은 훈련을 바탕으로 정확한 요리를 만드는 것 같다. 미국은 좀더 도전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워싱턴에 ‘시아(SHIA)’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플라스틱 제로’를 목표로 하는 비영리 식당이다. “미국은 너무 많은 플라스틱을 쓰고 있고 오염도 아주 심합니다. 이 식당은 해법을 찾으려는 하나의 실험입니다.”
책에서는 뉴욕대에서 문학을 전공한 그의 만만찮은 독서 내공이 느껴진다. 그는 “최고의 예술적 표현은 요리이고, 그 다음은 글쓰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감동을 주는 진정한 예술적 표현은 요리와 글쓰기라고 생각해요. 주방에서는 모든 게 시간과의 싸움이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아주 다르죠. 예상할 수가 없어요. 컴퓨터에 10시간 동안 앉아 있어도 아무것도 못쓰기도 해요. 뇌를 사용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글을 쓰고 있을 때는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아요. 그 과정을 즐깁니다.”
한국 팬들에게는 아쉬운 소식도 있다. 그는 당분간 한국에 레스토랑을 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할 일이 많아 한국에서 식당을 열어도 갈 수가 없습니다. 그건 옳지 않죠. 한국분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제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고 판단될 때 레스토랑을 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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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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