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이정훈TV 대표 |
국가는 '국가안보'를 위해 군, '국민안전'을 위해 경찰 같은 무력을 보유한다. 그런데 군경은 물론 행정조직까지 동원해 국민을 지배하는 독재자가 나올 수 있기에 이들에겐 엄격한 정치중립을 요구한다. 헌법 5조로 군, 7조로 경찰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게 정치중립을 당부하는 것이다(이들은 법률로도 정치중립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정치중립이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하려는 사태를 맞아 이상하게 튀었다. 작전명령뿐만 아니라 경호처법과 그 시행령에 따라 경호처장의 지시를 받게 돼 있는 수방사의 55경비단과 서울경찰청 101, 202경비단 등이 국방부장관과 경찰청장 대행의 지시를 따라 버린 것. 이유는 정치중립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법령을 집행하는 정부기관이다. 그런데 같은 정부기관인 공수처가 영장을 근거로 대통령을 체포하러 가니 막지 말라고 한 '친정'의 지시를 수용해 버렸다. 친정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것이 '작전통제'인데 거꾸로 간 것이다. 반면 똑같이 정치중립을 해야 하는 경호처 요원들은 형소법 110조 등을 근거로 한 경호처장의 명령을 수용해 공수처의 진입을 막았다.
상치된 명령으로 인한 다툼은 정치중립과 무관하게 풀어가야 한다. 정부기관 사이에 다툼이 있을 땐 법대로 하면 된다. 이럴 경우에 대비해 경호처법 등은 누구의 지시를 들어야 하는가를 밝혀 놓았다. 그런데 55경비단장 등은 지키지 않았으니 이들과 친정은 경호업무 방해 혐의를 받을 수 있다.
군경에게 적용하는 정치중립을 어마어마한 것으로 보는 게 문제다. 이들에게 적용하는 정치중립은 국내정치 중에서도 작은 분야인 정당정치의 일부에나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투표에서는 민주당을 찍었지만 경호원이라 국힘 당선자를 경호해야 한다면, 그 임무를 다 하는 것이 정치중립이다. 법령을 집행하는 권력을 이용해 특정 정당을 찍으라고 하지 않는 것도 정치중립에 해당한다.
경찰도 그렇지만 군은 우리 체제를 지키는 핵심 세력이다. 공산체제를 주입하려는 북한 같은 적이나 그 추종자들을 철저히 막아내야 한다. 그래서 '바를 정(正)'이 아니라 '정사 정(政)'을 쓰는 정훈(政訓) 교육을 중시한다. 인민군과 싸우려면 장병에게 확실한 대적관(對敵觀)을 심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이 붕괴되면 군은 북한 주민에게 우리 체제를 가르치는 민사작전을 해야 한다. 이념을 바꾸게 하는 정치 행위를 하는 것. 클라우제비츠가 '전쟁은 정치의 연속'이라고 한 것은 군과 군이 하는 전쟁이 정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군과 전쟁은 국제정치의 핵심 요소이다.
12·3 계엄이 해제된 후 군에 대한 문민통제 이야기가 나왔다. 군의 정치참여를 막기 위해선 문관이 무관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진 것. '문민'은 김영삼 정권이 문민정부를 표방하는 바람에 널리 쓰이게 됐지만, 그 뜻이 정의되지 않았기에 이상하게 쓰이는 용어란 것을 놓치는 이들이 많다.
공화국의 주인(주권자)은 시민이다. 시민은 자기 보호를 위해 정부와 그 조직의 하나인 군을 만들었으니, 이를 운영하는 의무도 해야 했다. 그런데 시민을 위해 만든 군대가 무력을 이용해 시민을 지배하는 독재를 할 수 있으니, 먼저 공화정을 한 서양에서는 군에 대한 '시민통제(civilian control of the military)'와 '시민우위(civilian supremacy)'를 강조했다.
먼저 개화를 한 일본은 군국(軍國)주의로 흘렀기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다. 2차대전에서 패해 군국주의를 강하게 거부하면서 이를 적극 수용했다. 패전 직후의 일본은 군대 보유를 포기하고 문관만으로 정부를 운영해야 했다. 군대가 없는 나라의 시민은 문민일 수밖에 없으니 이를 문민통제와 문민우위로 번역해냈다.
항일의식이 강한 우리가 이를 그냥 받아들였다. 그리고 무관(군경)은 정치중립을 위해 문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제 맘대로의 이해'를 했다. 12·3계엄을 내란, 심지어는 전쟁 도발로 보는 이들이 있다. 이런 사람일수록 문민통제를 강하게 외치는데, 이렇게 되면 인민군에 굴복하는 국군을 만들 수 있다. 문재인 정권처럼 북한과 통하려는 세력이 문민통제를 강요하면 국군은 인민군과 싸우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민통제란 이상한 번역 때문에 군경의 정치중립을 과대 해석하는 정치가 만들어졌다. 계엄은 절대로 안 된다고 하는 맹신도 만들어졌다고 본다. 국민(시민)을 지켜야 하는 의무병을 국민이 지켜야 한다는 신파조까지 나오게 됐다. 정치를 바로 보아야 한다. 좌파 문관에게 굴복하는 국군이 아니라, 공산당을 때려잡고 우리 체제를 지키는 군경을 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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