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안전성 미흡' 결국 인정…개선키로
상판 덧댄 23년 개량도 적합? "수사결과 봐야"
'맞지만 틀렸다'
국토교통부가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화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적법성과 관련해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근거를 요목조목 밝혔다.
다만 안전성이 미흡했던 부분은 인정했다. 조속히 개선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규정에 맞게 설치하긴 했으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검토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관리 부실이 지적된다.
개항 당시 구조물 개념도(위), 사고 당시 구조물 개념도/출처=한국공항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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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7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열고 "로컬라이저 구조물은 규정 준수 여부를 떠나 안전을 보다 고려하는 방향으로 신속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국제 규범인 국제민간항공기구 규정이 방대하고 공항시설 관련 법령 체계가 복잡해 해석에 혼선이 있는 부분은 현재의 법령과 제도를 점검해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어진 백브리핑에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와 관련한 쟁점 사항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방위각 시설이 설치된 둔덕의 위치 △재질과 형상 △건설규정과 운영규정 간 상충되는 문제 등이다.
지난 29일 제주항공 7C2216편(방콕-무안)은 무안공항 활주로에 비상 착륙인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활주로를 넘어서 로컬라이저 및 지지대와 외벽을 연이어 충돌하며 폭발했다. 이 사고는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대참사로 이어졌다.
사고 이후 로컬라이저의 둔덕이 단단한 콘크리트로 이뤄져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토부는 이날 백브리핑에서 관련 규정을 근거로 들며 로컬라이저가 적법하게 설치됐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우선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 등에 따르면 종단안전구역을 방위각 시설이 포함되는 위치까지 연장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무안공항의 방위각 시설은 종단안전구역 밖에 위치해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무안공항 활주로 및 종단안전구역 개념도/자료=국토교통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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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및 미국항공청 규정 등을 근거로 들며 "종단안전구역 내에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게 원칙이고, 방위각 시설 전까지 종단안전구역을 최대한 확보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해석했다.
이어 "따라서 무안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은 방위각 시설까지 199m로 의무 사항인 90m 이상을 확보해 규정에 맞게 건설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토부는 또 로컬라이저 둔덕이 콘크리트로 이뤄진 것과 관련해 "국내외 규정을 검토한 결과 종단안전구역 밖에 위치하는 시설에 대한 재질과 형상에 대한 별도 규제는 없는 상태"라며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이 현행 국내외 규정에 위배된다고 해석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무안공항 건설 단계에선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에 따라 의무 사항인 90m이상(199m)을 종단안전구역으로 확보해 적법하게 건설했다는 해석도 내놨다.
착륙대로부터 240m 이내에 항행안전시설 설치 시 규격을 제한하고 있는 '공항안전운영기준' 제109조 규정 등은 2010년부터 적용된 만큼 건설 당시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모든 지적에 대해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안전성 확보가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방위각 시설의 재질 등에 대해 "국내외 규정의 위배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한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검토됐어야 했다는 점은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 이후 공항을 운영·관리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기준에 부합되도록 공항 시설을 개선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신속히 검토해 향후 안전점검 및 대책 수립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종완(왼쪽)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과 이승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단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채신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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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주종완 항공정책실장 등 국토부 관계자들과 기자들의 일문일답이다.
-여수·경주 공항 등의 로컬라이저 형태가 무안공항과 비슷하다. 철거할 예정인가.
▲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말하기 어렵다. 전문가들과 공법, 대안 놓고 얘기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니까 신속히 방법을 찾겠다. 경사도를 완만히 하거나 재시공을 하거나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겠다.
-무안공항 종단안전구역 관련해 ICAO 규정을 보면 '로컬라이저가 첫 번째 장애물이 돼야 하고, 종단안전구역을 거기까지 연결해야 한다'는 건데 그럼 로컬라이저를 종단안전구역 이내로 보겠다는 해석 아닌가.
▲ 방위각 시설이 설치되는 지점까지 연장해서 종단안전구역으로 본다면 그 다음 나오는 도로까지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에 도로는 제척돼야 한다. 일관되게 해석하려면 둘 다 제척하든지 둘 다 들어와야 한다. 그래서 저희는 둘 다 밖에 있어야 된다고 봤다.
-로컬라이저 관련 규정과 상관 없이 안전성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행정 미흡 아닌가.
▲ 규정 위배 여부와 상관 없이 최대한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게끔 했었어야 한다. 이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어야 한다는 점에서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안전성에 대한 걱정하지 않도록 조속하게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
-조종사가 로컬라이저 둔덕의 구조물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나.
▲ AIP(항공정보간행물) 고시에 로컬라이저 위치는 표시돼 있다. 그러나 지지대가 어떻게 돼 있는지는 고시가 돼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 AIP는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국제적으로 특별한 방법이 있는지 협의해봐야 될 것 같다.
-로컬라이저를 재설치 때까지 활주로 폐쇄하기로 했다. 예상하는 설치 및 개장 시점은.
▲ 로컬라이저 부서진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복구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고, 공항을 어떻게 언제 개항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검토해야 한다. 비행기 착륙 시 정밀접근방식을 이용할 건지 등도 다 따져봐야 한다.
-2023년 개량 사업 때 콘크리트 상판을 올린 건 적절했나.
▲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있고 설계, 시공 등 단계별로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관련 내용이 수사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수사 결과를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해외 공항에도 로컬라이저가 지상으로 솟은 형태가 많나.
▲ 구글링 등 해서 확인하고 있는데 이런 자료만 갖고는 높이, 재질을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서 정확한 정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로컬라이저 매립형 비용은?
▲ 로컬라이저 구조물 형태에 따른 비용 차이는 지반 등 공사 여건마다 다르다. 구체적인 설계를 해보지 않고서 단순히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런 형태의 구조물이 설치됐는지 종합적으로 밝혀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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