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장관 탄생 상징성 빛바래…“보여주기” 비판
프란치스코 교황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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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역사상 첫 여성 장관을 임명했지만, 같은 부서에 남성 장관 직무대행도 함께 임명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교황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출신인 시모나 브람빌라(59) 수녀를 교황청 봉헌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약칭 수도회부) 장관으로 임명해 가톨릭교회 내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번 임명은 교황청 역사상 첫 여성 장관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수도회부는 전 세계 수도회와 재속회, 사도생활단에 관한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교황은 동시에 스페인 출신 앙헬 페르난데스 아르티메 추기경을 같은 부서의 장관 직무대행(pro-prefect)으로 임명해 이번 인사의 상징성이 다소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이 책임과 역할을 어떻게 분담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가톨릭 교계 안팎에서는 ‘한 지붕 두 장관’ 체제로 인해 브람빌라 수녀의 실질 권한이 축소될 것으로 본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교회 역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루체타 스카라피아는 “여성 장관 임명은 대단한 뉴스지만 그 옆에 누군가가 배치된 상황을 보면 마치 통제할 수 있는 관리인을 지정한 것 같다”며 “이번 임명은 단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교황청의 기존 직제와 상충한다는 점도 논란이다. 2022년 3월 교황이 선포한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에 따르면 장관 직무대행은 복음화부에만 있다. 복음화부는 교황청 다른 부서와 달리 교황이 직접 장관직을 맡아 부서를 관할하는 특별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가톨릭 인터넷 매체 더필라는 교황이 현실적인 이유에서 주교 출신 장관 직무대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필라는 “수도회 설립, 통합, 해산 등이나 성직자 관련 징계 문제를 다룰 때 교회법상 주교의 권한이 필요할 수 있다”며 “주교인 아르티메 추기경이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법적 집행자’ 역할로 임명됐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이 매체는 교황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이번 동시 임명은 기존의 교황청 직제와 맞지 않아 제도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짚었다.
교황청 첫 여성 장관이 된 브람빌라 수녀는 이탈리아 몬차에서 태어나 수도회 입회 전 간호학을 전공한 뒤 1988년 꼰솔라따 선교 수녀회에 입회했다.
2008년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11∼2023년 꼰솔라따 선교 수녀회 총장으로 일했다. 2023년부터 수도회부의 차관으로 근무하다가 이번에 정식 장관으로 임명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가톨릭교회 전체에서 여성이 더 중요한 직책·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해왔고 실제로 교황청 관료조직과 핵심 부서 고위직에 여성을 임명해왔다.
또한 교황은 2022년 3월 여성을 포함해 세례를 받은 가톨릭 평신도라면 누구라도 교황청의 행정 조직을 이끌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새로운 교회 헌법을 발표하기도 했다.
교황은 2020년 1월 교황청 관료조직의 정점에 있는 국무원 내 외무부 제2 외무차관에 역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 여성 평신도인 프란체스카 디 지오반니를 임명했다.
2021년 11월 바티칸시국의 행정을 총괄하는 직책에 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 출신의 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를 임명했고, 2022년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차관에 이탈리아 출신 알레산드라 스메릴리 수녀를 발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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