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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기고] 폭풍우 속 대한민국호, 함정 수출에서 새해 활로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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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호가 비상계엄과 탄핵의 폭풍우 속에서 힘든 항해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호를 지휘할 선장이 없는 현실에서 가장 안타까운 문제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선전하던 방산 분야까지 국내 정세 혼란의 파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지금 전 세계 시선은 미국 트럼프 시대 개막에 맞춰져 있다. 한국만이 철저히 소외된 처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직후 한국의 조선·방산에 러브콜을 보내왔는데, 자칫하면 그 기대마저 허무하게 날릴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차분하게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조선·방산 분야에서 당면한 핵심 과제는 함정 수출이다. 함정 수출은 K방산 세계화의 정점이자 해양 강국 시대 개막의 신호탄이 될 중대 사업이다.

최근 함정 건조 국가대표 기업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호주의 호위함 사업 입찰에서 나란히 쓴잔을 마셨다. 서로 수주하려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싸우다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앞으로 이러한 과오가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 새해에도 폴란드, 캐나다, 중동 국가 등을 대상으로 함정, 잠수함 수출 기회가 얼마든지 남아있다. 우리는 더 이상 국내 업체들끼리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을 그만하고 ‘코리아 원 팀’을 만들어야 한다. 일단 대한민국이 원 팀으로 수주하고, 현대와 한화가 나누어서 건조하면 된다.

코리아 원 팀을 위해선 먼저 국내 현안인 차기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부터 속히 매듭짓는 게 급선무다. 차기 한국형 구축함 사업은 지난해 내내 두 회사가 집안싸움을 벌이다 결국 해를 넘겨, 해군의 전력화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키를 쥔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두 회사가 원 팀으로 설계하고, 건조는 나눠 하도록 공정하게 조정해야 한다.

코리아 원 팀에 요구되는 전제는 함정 수입국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어야 한다. 단순히 우리 편의에 따라 원 팀을 만들어본들 고객이 원치 않는 형태라면 그건 하나 마나다. 함정 수입국이 원하는 요구 조건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협력 모델을 구상하는 게 순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방위사업청)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교통정리를 잘 해줘야 한다. 정부와 방산 업체는 우리와 다른 해양안보 여건과 정치·외교·군사적 관계는 물론 절충 교역 조건, 사후 관리 편리성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경쟁국 정부는 원 팀으로 이런 고객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데, 한국은 기업 차원으로만 대응하려 하니 함정 수주에 실패하게 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정부, 국방과학연구소, 조선소가 협업해온 것처럼 수출 분야에서도 공조 체제를 만드는 것이 원 팀의 기본 개념이 되어야 한다. 방산 업체 기업들도 눈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더 큰 실익을 추구하는 대승적 협력 자세를 갖춰야 한다.

대한민국 조선 건조 능력은 질적인 면에서 여전히 세계 1위다. 양적으로 배만 많이 만들어 내는 중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새해에 잠수함을 비롯한 함정 수출이 성사된다면 K방산은 물론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획기적 사건이 될 것이다. 정부의 치밀한 계획과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혼란한 국내 정세 속에서도 새해 희망을 주는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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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연 前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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