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항해에도 그 나름의 질서가 있다. 제목이 먼저 들어오는 모바일 기사와는 다르게, 지면에는 순서가 있고 기사와 사진이 비중에 따라 배열되어 그 나름의 시각적 질서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큰 사진이나 제목이 자연스럽게 눈길을 끌고, 그 옆이나 아래에는 사건의 맥락이나 이해를 돕는 추가 정보가 이어지면서 항해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식이다. 이러한 시각적 질서 덕분인지 같은 사건의 흐름이나 맥락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무안공항 항공기 폭발 사고가 있던 날, 나는 사고 불과 몇 시간 전 인천 상공에 있었다. 모바일로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뉴스는 사상자 수와 참혹한 현장 소식이었다.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는 온라인 기사를 보며 내 마음이 어디까지 무너지는지를 실시간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사고의 참혹성에 대한 단편적 기사보다도 막상 알고 싶었던 것은 사고 원인, 이에 대한 관계자나 관계 기관의 수습 방향이었는데도 말이다.
사고 이튿날 아침, 신문을 펼치자 양면을 가득 채운 사고 경위 표와 원인에 관한 상세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항공기의 이동 경로, 시간대별 상황, 사고 경위, 기장들의 의사 결정 과정 등 구체적 내용이 기술되어 있었다. 페이지를 넘기며 이어지는 기사들을 따라가다 보니, 사고의 흐름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네이버 뉴스판에 신문 몇 가지를 담아 놓고 이동할 때나 혼자 밥 먹을 때 휴대폰으로 뉴스를 확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정된 시야각과 검지만으로 제목과 그 기사를 쉬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모바일 뉴스는 모두 크기가 같은 박스에 제목을 담고 천편일률적인 레이아웃으로 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인 중요도가 있는 기사가 아닌 한, 실상 각 기사의 경중을 파악하거나 한 기사에서 다음 기사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종이 신문을 펼쳤을 때는 각 신문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뉴스의 경중과 맥락이 시각적으로 들어온다. 크고 작은 사진과 제목이 만든 시각적 질서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기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기분이 든다. 다소 케케묵은 습관이기는 하지만, 특히나 이 점이 뉴스 홍수 시대에 종이 신문을 계속 찾는 이유다.
현예림 태평양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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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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