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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이슈 로봇이 온다

[스타트업 리포트] "로봇이 가지 못하면 휠체어도 못 가요" 사람 위해 로봇 편한 세상 꿈꾸는 이찬 플로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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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자율주행 물류 로봇 '플로디' 개발
고교 때 파도 이용한 조력 발전 구상해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

각종 제품이 쌓이는 물류 창고는 로봇 도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산업 현장 중 하나다. 미국 아마존, 국내 쿠팡, 중국의 알리 등 유명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사람 대신 물건을 나르는 로봇을 이용해 물류 창고를 운영한다. 해외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은 물류 로봇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21년 22억 달러(약 3조2,400억 원)에서 내년 102억 달러(약 15조 원)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 보니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물류 로봇 시장에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찬(28) 플로틱 대표는 2021년 물류 로봇을 전문으로 만드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을 창업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서울 성수일로 플로틱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물류는 산업의 핏줄인데 아직도 노동집약적"이라며 "로봇을 이용해 영민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한국일보

이찬 플로틱 대표가 서울 성수일로 플로틱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물류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이 로봇은 자율 주행 기술이 적용돼 창고 안에서 물건을 원하는 곳까지 알아서 옮긴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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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고려한 물류 로봇 제작


로봇 개발업체 플로틱이 2023년 개발한 물류 로봇 '플로디'는 물류 창고에서 각종 물건을 옮기는 일을 한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플로디는 한 번 충전하면 8~12시간 움직인다. "사람이 물건을 집어서 로봇에 설치된 선반에 얹으면 로봇이 알아서 필요한 곳으로 옮겨요. 로봇 얼굴에 해당하는 화면에 옮겨야 할 물건이 표시되기 때문에 사람은 이를 보고 집어 주기만 하면 되죠."

이를 위해 플로디는 전자상거래용 물류 창고에 적합하도록 제작됐다. "화장품이나 생필품 등을 많이 다루는 전자상거래용 물류 창고는 대부분 선반 간격이 좁고 바닥이 울퉁불퉁한 경우가 많아요. 이런 환경을 감안해 좁고 바닥이 고르지 못한 공간에서도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특히 중년 여성들이 물류 창고에서 많이 일하는 것을 감안했다. "여성을 고려해 로봇의 선반 높이를 150~160㎝로 맞췄어요. 로봇 선반은 최대 50㎏의 물건을 담을 수 있죠."

특이한 것은 로봇에 설치된 충격흡수장치(서스펜션)다. "차량에 설치된 서스펜션처럼 충격을 흡수해 바닥이 고르지 않아도 넘어지지 않아요. 자체 개발한 특허기술이죠."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돼 로봇이 목적지까지 스스로 이동한다. "로봇 청소기나 자율주행차량에 쓰이는 라이더 기술을 적용했어요. 라이더는 레이저로 빛을 쏴서 주변 사물을 파악해요. 따라서 로봇 청소기처럼 라이더로 공간을 파악해 지도를 만든 뒤 로봇이 이동하죠."

라이더 기술을 도입한 이유는 선반 위치가 바뀌는 등 물류 창고의 내부가 자주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이 바뀔 때마다 로봇이 수시로 지도를 갱신한다. 라이더뿐 아니라 위치표시장치(마커)도 함께 활용한다. "창고가 너무 크면 라이더로 공간을 인식하기 힘들 수 있어서 천장에 붙이는 마커를 함께 사용해요. 로봇이 보조 장치인 마커를 인식해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했어요."

로봇 생산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담당한다. 이 대표는 로봇 제조 능력이 뛰어난 중국업체와 손잡고 대량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가치 2조 원 규모의 중국 대형 로봇업체와 대량 생산을 위한 제휴를 논의 중이에요. 제휴가 이뤄지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죠."
한국일보

플로틱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물류로봇이 창고 안에서 물건을 옮기는 시험을 하고 있다. 플로디라는 이름의 물류로봇은 최대 50kg의 물건을 나른다. 플로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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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카오 현대차 등에서 투자


이때 중요한 것이 로봇을 관리하는 관제 소프트웨어다. 플로틱은 플로디와 짝을 이루는 관제 소프트웨어 '플로틱 엔진'도 함께 개발했다. 플로디는 플로틱 엔진과 무선통신으로 소통한다. 이 업체에서는 플로디와 플로틱 엔진을 묶어 '플로웨어'로 부른다. "과거에는 로봇과 관제 소프트웨어를 서로 다른 업체가 따로 개발했어요. 그래서 로봇을 도입하는 업체들이 관제 소프트웨어를 따로 알아봐야 해서 불편했죠. 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플로틱 엔진까지 개발해 사용하기 편하게 플로웨어로 묶었어요."

이 대표는 "로봇이 소프트웨어와 결합돼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체 직원 30명 가운데 절반이 로봇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한다. "로봇과 소프트웨어가 연결돼 있어야 로봇을 사용하는 기업의 요구를 소프트웨어에 바로 반영해 로봇을 원하는 목적대로 활용할 수 있어요."

이런 장점을 눈여겨본 네이버 D2SF, 카카오벤처스, KDB산업은행, 현대자동차 계열의 제로원, 블루포인트와 IBK기업은행, 신한캐피탈 등에서 100억 원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현대자동차는 로봇 분야에서 협업을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자 성격이 강하다. 이밖에 여러 기업이 플로틱과 손잡고 플로디를 작업 현장에 투입해 시험하는 실증 사업을 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직스와 실증 사업을 마쳤고 물류업체 로직스올 등 여러 업체와 플로디의 실증 사업을 하고 있어요."

올해 본격 판매에 들어갈 예정인 플로디는 관제 소프트웨어가 포함된 플로웨어로 판매된다. 판매 방식은 일반 판매뿐 아니라 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임대형 구독 서비스로도 제공된다. "구독형 서비스는 로봇 이용료를 다달이 내는 할부인 셈이죠. 구독형 서비스의 경우 로봇의 유지 관리를 플로틱에서 알아서 해줘요. 구독형 서비스 비용은 로봇 수량에 따라 월 100만~150만 원 정도 예상해요. 인건비보다 저렴해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죠."
한국일보

고교 시절 조력발전 아이디어로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은 이찬 플로틱 대표는 로봇이 일하기 편한 세상을 꿈꾼다. 그는 로봇이 가지 못하는 곳은 휠체어도 갈 수 없다며 로봇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사람도 일하기 편하다고 주장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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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대한민국 인재로 뽑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KAIS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고교 시절인 2014년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기획해 교육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인재에게 수여하는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았다. "어려서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중학교 3학년 때 바다의 이안류를 보고 파도가 터빈을 돌리는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했죠. 이를 다듬어 파도의 힘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파력 발전 아이디어로 상을 받았어요."

그는 고교 시절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주최하는 세계 대회인 '인텔 인터내셔널사이언스엔지니어링 대회'에서도 상을 받았다. "전국과학전람회 우수 성적자 가운데 국가대표로 뽑혀 전 세계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과학경진대회 같은 이 대회에 나가게 됐어요. 1,500명 참가자 가운데 특별상을 받았죠."

로봇에 관심을 가진 것은 로봇이 산업의 흐름을 바꿀 중요한 분야로 봤기 때문이다. "대학 1학년 때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 때문에 AI 열풍이 불었어요. 그때 AI를 물리적으로 적용한 것이 로봇이라고 생각했죠.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로봇 시대가 빨리 올 것으로 봤어요."

여기에 대학 2, 3학년 때 휴학하고 카카오벤처스, 우아한형제들, 네이버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 "카카오벤처스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초기 투자 유치에 필요한 것 등 중요한 내용을 많이 배웠어요. 덕분에 졸업 후 바로 창업할 수 있었죠. 네이버 랩스와 우아한형제들에서는 로봇 개발에서 어려운 것들을 알게 됐어요."

물류 로봇을 선택한 것은 로봇이 해결할 문제가 많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가장 로봇이 필요한 분야에 들어가서 효과를 보여줘야 로봇 시장이 커질 수 있어요. 식당 등에서 일하는 서비스 로봇과 물류 창고에서 일하는 물류 로봇은 풀어야 할 문제가 서로 달라요. 서비스 로봇에 비하면 물류 로봇이 훨씬 복잡한 기능을 요구하죠. 그만큼 도전해 볼 만한 과제가 많아 흥미를 느꼈어요."

물론 로봇 시장은 국내 대기업들까지 뛰어들어 경쟁이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미래로봇사업단을 신설하고 17일 지분 투자를 통해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해 로봇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현대차는 로봇개발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으며 LG전자는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한화는 한화로보틱스, 두산은 두산로보틱스를 중심으로 로봇 사업을 키우고 있다. "경쟁이 만만치 않은 어려운 길을 가지만 중간에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그래서 물류 로봇 외 다른 로봇을 개발하지 않을 생각이다. "한 가지 문제를 집중해서 해결하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야 기술 개발이 용이하고 전문성을 가질 수 있어요. 물류 로봇 한 우물만 파야죠."

앞으로 그의 목표는 세계 시장 진출이다. "올해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내년에 북미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국내 물류센터의 인건비 규모가 약 2조 원인데 북미 시장은 국내의 10배 이상이죠. 시장이 큰 만큼 도전해볼 만해요. 미국은 세계 1위 물류로봇 업체인 로커스로보틱스라는 강자가 버티고 있는데 시장이 큰 만큼 경쟁할 만해요."

특이하게도 그는 로봇이 편한 세상을 꿈꾼다. "로봇이 편한 세상은 사람에게도 편해요. 로봇이 지나갈 수 없는 곳은 휠체어도 다니지 못해요. 앞으로 로봇 개발뿐 아니라 로봇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도 하고 싶어요. 그것이 곧 사람을 위하는 일이니까요."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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