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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약해진 국민연금 '캐스팅보트'…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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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최 회장 손 들어줘도 영풍·MBK가 의결권 우위
집중투표 안건 영향 없어…안건 통과 사활 걸린 고려아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로 평가받아온 국민연금이 보유지분을 절반 가까이 팔았다. 약해진 '캐스팅보트'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영풍·MBK파트너스에는 유리한 소식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및 우호세력의 지분에 국민연금의 지분까지 모두 더하더라도 영풍·MBK 지분율을 넘기지 못하게 돼서다.

다만 집중투표제 도입을 다루는 핵심 안건 표대결에서는 큰 영향이 없다.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3%룰'(주주별 의결권 최대 3%만 사용 가능)을 적용하는데 국민연금 지분 축소 전후 상황이 달라진게 없기 때문이다.

결국 오는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여전히 집중투표제 진행 여부가 경영권 분쟁을 가르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집중투표로 이사 선임안건을 다루면 영풍·MBK가 의결권이 많더라도 이사회를 장악할 수 없다. 반면 집중투표 도입이 부결된다면, 영풍·MBK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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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수가 156만6561주(발행주식총수의 7.49%)에서 93만4443주(4.51%)로 줄어들었다고 지난 6일 공시했다. 자사주 등을 제외한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5.15%가 됐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이 줄어들면서 캐스팅 보트 역할도 약해졌다. 설령 국민연금이 최윤범 회장을 지지하더라도 영풍·MBK가 의결권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비즈워치가 고려아연 주요주주의 의결권을 파악한 결과 최윤범 회장 및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의결권은 19.92%다. 우군으로 분류하는 한화, LG화학, 현대차, 트라피구라, 모건스탠리, 조선내화, 우리사주조합 등이 모두 최 회장을 지지하는 상황을 가정해도 최대 39.15%다. 영풍·MBK의 46.71%에 현저히 밀리는 수치다.

이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이번 지분공시 직전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의결권(8.53%)을 모두 최 회장 측의 손을 들어주는데 사용한다면, 영풍·MBK를 소폭 앞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불가능해졌다. 국민연금 의결권이 5.15%로 줄어들면서 설령 지원을 받더라도 영풍·MBK를 넘어서기 어렵게 된 것이다.

다만 23일 열리는 임시주총의 뜨거운 감자인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에는 영향이 크지 않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안건에는 3%룰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3%룰은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주주별로 최대 3%(의결권없는 지분 제외한 주식총수의 3%를 의미)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의결 방식이다. 즉 보유한 주식이 아무리 많더라도 3%를 넘는 의결권은 쓸 수 없다.

국민연금은 지분축소 이후에도 여전히 3%를 넘는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지분축소가 3%룰로 대결하는 집중투표 도입 안건에는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

영풍·MBK 측은 개별지분율 3%를 초과하는 주주(영풍, MBK, 장형진)가 많지만 최윤범 회장 측은 단 한 명의 주주도 3%를 넘지 않고 분산되어 있어서 3%룰 대결시 유리하다.

주요 안건 중 하나인 이사의 수 상한 설정을 결정하는 표대결에서도 국민연금 지분 축소는 영향이 없다. 해당 안건은 출석주식수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특별결의 사항이며, 3%룰이 아닌 보유 의결권을 다 쓸 수 있는 안건이다. 의결권 46.71%를 가진 영풍·MBK가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혀 부결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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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임시주총 이사선임 의결 방식은 4가지 경우의 수로 나뉜다. 이 가운데 <집중투표 도입, 이사수상한 부결> 상황에서 진행하는 3호의안이 유력하다. 다만 최윤범 회장 측 단독으로 집중투표제를 통과시킬 수는 없다. 또한 집중투표 도입시에도 영풍·MBK가 제기한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5호 의안으로 표결한다. / 그림=고려아연 의결권대리행사권유 서류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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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경영권 분쟁의 핵심 안건인 사외이사 선임을 다루는 안건은 3호 의안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해당 안건은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의 수 제한 부결이 된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3호 의안으로 표대결을 진행하면 영풍·MBK의 목적인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수 확보에 어려움이 생긴다.

집중투표제는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투표권을 주고, 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고려아연 측은 7명의 이사 후보를, 영풍·MBK는 14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표를 7명 또는 그 이하로 선택적 집중이 가능한 고려아연과 다르게 영풍·MBK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후보에게 표를 분산해야 해서 불리한 것이다.

다만 집중투표제 가결이 확실한 상황은 아니다. 최윤범 회장 측이 3%룰을 적용했을 때 영풍·MBK보다 유리하긴 해도 단독으로 집중투표제를 통과시킬 정도의 의결권을 갖고 있진 않아서다.

또 영풍·MBK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도 변수다. 영풍·MBK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2호, 3호 의안상정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더라도 일반적인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5호 의안으로 표대결을 진행해야 한다.

이 방식으로 주총 표결을 진행하는 것은 일반적인 보통결의 방식, 즉 100% '찐' 표대결 상황이라는 의미다. 현재 영풍·MBK는 의결권 47% 가량을 확보하고 있어 주총 참석률에 따라 최윤범 회장 측 이사 후보를 배제한 채 자신들의 후보 14명을 모두 선임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고려아연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통과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임시주총은 오는 23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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