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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용꿈 사겠소” 조선시대 길몽 매매문서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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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814년 박기상의 꿈 매매문서.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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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길몽을 사고판 매매문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은 8일 “진흥원이 보유한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조선시대에 길몽을 사고팔면서 작성했던 ‘꿈 매매문서’ 2점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들 문서는 순천박씨 충정공파 운경정사와 진주강씨 법전문중 도은공파가 기탁한 자료에서 나왔다.



첫 번째 문서는 1814년 3월3일, 대구에 살던 박기상이 청룡과 황룡이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꾼 뒤 과거시험을 보려고 한양으로 떠나는 친척 동생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주고 판 것이다. 매매 문서를 보면, 두 사람은 1000냥에 꿈을 팔기로 합의하고, 대금은 과거 급제 뒤 관직에 오르면 지급하기로 했다. 길몽을 꾼 ‘몽주’ 박기상과 꿈을 산 ‘매몽주’가 각각 날인하고, 친척 두 명이 증인으로 섰다.



두 번째 문서는 1840년 2월2일, 경북 봉화에 살던 진주강씨 집안의 여자 하인 신씨가 청룡과 황룡 두 마리가 서로 엉켜있는 꿈을 꾸고는 집주인의 친척 동생에게 꿈을 판 것이다. 몽주인 신씨는 청·홍·백색 등 삼색실을 대가로 받았다. 문서에는 신씨와 증인을 선 신씨의 남편의 날인이 있다.



한겨레

1840년 진주강씨 집안의 여자 하인 신씨의 꿈 매매문서.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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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꿈은 사회적인 지위 상승을 암시하는 길몽으로 알려져 있다. 길몽은 시대와 상관없이 희망을 가져다주는 행운의 상징이라고 여겨졌다. 고려사의 ‘진의매몽’, 삼국유사의 ‘문희매몽’ 등에서도 길몽을 사고파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길몽을 사고파는 일은 오늘날에도 행해질 정도로 우리에게는 친숙한 습속이다. 꿈의 매매는 일반적으로 구두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번에 발견된 꿈 매매문서는 매우 희귀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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