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명이 사망한 이번 참사에 대한 조사는 이제 막 시작됐다. 과거 항공기 사고 조사는 대부분 항공사 귀책을 다루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번엔 항공기가 충돌한 ‘콘크리트 둔덕’ 설치의 적법성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이 둔덕 설치의 최종 책임자는 국토부다.
조사위가 내놓을 보고서는 이 사고의 책임을 가를 결정적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블랙박스 등 증거 분석뿐 아니라 항공기·엔진 제작사 의견 등을 모두 반영한 과학적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향후 검찰과 법원 판단 역시 이에 근거할 가능성이 크다.
조사위가 어떤 구애도 받지 않고 모든 가능성에 대해 살펴야 함에도, 국토부는 이날 조사 단장을 배석시킨 채 ‘규정 위반은 없었다’고 강조한 것이다. 다른 사안에 대해선 ‘조사 중’이라며 함구하면서도 이 사안만은 예외였다. 이날 국토부가 낸 8쪽짜리 자료 중 6쪽이 콘크리트 둔덕 관련 해명이었다. 사실상 조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조사위가 국토부 소속 기관이라는 잘못된 출발에서 나타난 문제이기도 하다. 국토부는 이날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조사를 강조하면서 국토부 전현직 관계자를 조사위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조사위에 대한 인사, 예산 등 권한은 여전히 국토부에 있다. 보고서를 쓰는 조사관들도 국토부 소속 공무원 신분이고, 이를 심의·의결하는 조사위 위원들도 국토부에서 임명한다. 살얼음 낀 내를 건너듯 신중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국토부는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자체 결론을 대놓고 드러낸 것이다. 조사위와 국토부 안팎에선 벌써 보고서가 특정 방향으로 흐를 것이란 뒷말이 나온다. 결과에 수긍하기 어렵도록 국토부가 자처한 셈이다.
‘국토부 잘못이 없다’는 이날의 항변 역시 상식과 거리가 멀다. 국토부는 콘크리트 둔덕이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었기 때문에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종단안전구역은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상황을 대비해 지정한 안전구역인데, 이 구역 밖은 어떻게 짓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대로라면, 둔덕 자리에 콘크리트 건물을 세워놔도 적법한 게 된다. 국토부 주장이 애초 부서지기 쉽게 구조물을 지으라는 공항 시설물 관련 입법의 취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이에 대한 최종 해석과 판단은 법원이 하게 될 것이다. 이때 7일 있었던 장관 주재 브리핑의 위법성도 함께 고려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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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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